황교안 단식 2일차
단식으로 정국 돌파 시도하지만 '무모한 도전'
출구 없는 단식…당 혁신만 뒤로 비켜나
당 대표 간 협상도 중단…여야 4당 공조 명분 줄수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황 대표는 지소미아 종료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공수처 설치법안 등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단식을 결정했다./윤동주 기자 doso7@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강나훔 기자] 돌파구가 될까, 자충수가 될까.
리더십에 위기가 올 때마다 투쟁 카드를 꺼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이번엔 '무기한 단식'이라는 초강수를 던지며 투쟁 전면에 나섰다. 시점과 명분이 약하다는 당 안팎의 비판에도 "죽기를 각오한다", "목숨을 걸겠다"며 비장한 각오까지 밝혔다.
황 대표의 단식은 청와대, 궁극적으론 문재인 대통령과의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읽힌다. 그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철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를 요구하며 대통령과의 담판을 요구해왔다.
GSOMIA는 22일 자정(23시 0시) 종료되고, 공수처법과 선거법은 다음달 3일 본회의 부의를 앞두고 있어 더는 시간을 끌 수 없다고 판단, 온 몸 투쟁으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도다. 황 대표가 국회에 설치된 천막에서 밤샘 단식을 하다 새벽 다시 청와대 앞으로 장소를 옮긴 것도 단식이 문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황 대표의 단식은 무모한 도전에 가깝다. 문 정부는 GSOMIA를 종료하겠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밝혀왔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철회는 대통령의 영역이 아닌 탓이다. 홍준표 전 대표가 "단식을 한다고 해결될 문제인가. 그것은 진작 정치적으로 해결을 했어야 하는 문제"라고 충고한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황 대표의 단식이 밖을 향한 것이 아니라, 본인의 리더십을 불식시키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황 대표는 그동안 당 내에서 그의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때마다 투쟁을 강조하며 시선을 밖으로 돌렸다. 조국 정국에서 결정적 순간마다 성과를 내지 못하자 삭발을 감행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번에도 황 대표는 당 내 빗발치는 인적쇄신 목소리에 답을 해야할 상황에 놓여있었다. 김세연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지도부 사퇴와 인적쇄신을 요구하면서 분위기는 더 달아올랐다. 이런 와중에 19일 발표한 청년정책 비전은 내용과 형식 모두 청년 눈높이에 맞지 않다며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황 대표가 단식에 돌입하며 당 내 폭발된 혁신 요구에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찬물을 끼얹게 됐다. 이를 의식한듯 당 총선기획단은 21일 오후 2시 회의를 갖고 컷오프 등 공천룰을 발표할 것으로 보이지만, 중심에 서있던 내부혁신 화두는 단식ㆍ투쟁으로 분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 대표 협상 기회마저도 거부하며 여야 4당 패스트트랙 공조를 더 공고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 대표는 이날 오후 열리는 5당 대표 협의체인 '정치협상회의'에 단식 투쟁을 이유로 불참하기로 했다.
정치협상회의는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법안을 다루기 위해 문희상 국회의장과 당 대표들로 구성된 원내 최고협상기구다. 그간 회의가 총 3번 열렸으나 황 대표는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참석해 패스트트랙 철회 설득에 나섰다면 단식의 명분도 키울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결국 황 대표가 4당 대표를 '패싱'하는 행보를 보이며 이들 간 공조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치협상회의 민주평화당 실무 의원인 박주현 의원은 "국회에서 정치ㆍ사법개혁 논의가 막바지에 이른 상황에서 황 대표의 단식은 뜬금없는 행동"이라며 "민생을 내팽개치고 정치개혁을 무력화하려는 단식을 당장 중단하고 선거제 협상에 직접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