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안팎 기대·우려 교차 / 패트저지·지소미아 종료 항의 / 靑 앞에서 회견… “죽기를 각오” / 텐트 불가 등 이유 장소 국회로 / 文대통령, 강기정 보내 단식 만류 / 당 내부에선 찬반 의견 엇갈려 / 민주당 “명분 없는 민폐” 비판 / 긴장 고조 속 정국 급랭 우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계단 앞에 설치된 천막에서 총체적 국정실패 규탄을 위한 무기한 단식 투쟁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법안 저지와 당내에서 터져나오는 쇄신 요구 등 안팎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20일 돌연 ‘무기한 단식’ 카드를 꺼내들었다. 황 대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과 선거제 개편안 처리의 철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철회 전까지는 ‘죽기를 각오’하고 단식을 이어나가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 황 대표의 단식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黃 “죽기를 각오”… 당 쇄신에도 “칼 들겠다”
황 대표는 이날 오후 청와대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절체절명의 국가위기를 막기 위해 저는 이 순간 국민 속으로 들어가 무기한 단식 투쟁을 시작하겠다”며 “죽기를 각오하겠다”고 선언했다. 황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께서 자신과 한 줌 정치세력의 운명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운명, 앞으로 이어질 대한민국 미래를 놓고 결단을 내려주실 것을 저는 단식으로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총체적 국정실패 규탄을 위한 단식 투쟁에서 앞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황 대표는 또 “당을 쇄신하라는 국민의 지엄한 명령을 받들기 위해 저에게 부여된 칼을 들겠다”며 “대통합 외에는 어떤 대안도, 우회로도 없다. 자유민주세력의 대승적 승리를 위해 각자의 소아를 버릴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황 대표 단식투쟁은 여당과 청와대를 향한 강한 메시지이자 당을 끌고가기 위한 생명을 건 자기 희생”이라고 언급했다. 단식 투쟁을 고리로 당 내 쇄신 동력을 가속화하기 위한 강한 의지가 담겼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기자회견 후 인근에서 열린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주최의 집회에 들렀다가 총괄대표인 전광훈 목사의 손에 이끌려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함께 연단에 올라 좌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만세’를 외치기도 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단식 투쟁에 나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찾아 면담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
문 대통령은 강기정 정무수석비서관을 보내 황 대표의 단식을 만류했다. 강 수석은 문 대통령이 “가서 어쨌든 찾아봬라. 어떤 의미에서 집 앞에 온 손님”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강 수석은 황 대표를 찾아가 “이런 건 참 옳은 방향이 아닌 것 같다”고 설득작업을 벌였다. 다만 황 대표가 제시한 단식 철회 조건인 지소미아 파기 철회 요구는 “국익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치권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철회는 “최대한 국회에서 대화해보시라”며 선을 그었다. 황 대표가 앞서 제안한 문 대통령과의 영수회담 역시 “황 대표와 대통령님은 필요하면 얼마든지 만나야 한다”면서도 “그런데 이미 시작된 국정상설협의체도 있고, 지난번 만찬도 있었다”고 한국당 김도읍 당 대표 비서실장에게 말했다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한국당은 당초 청와대 앞에서 단식투쟁을 이어갈 계획이었지만, 경호상 텐트 설치 불가 등의 이유로 저녁부터 단식 투쟁 장소를 국회로 변경했다.
◆여야4당, “명분 없는 단식”… 정국 급랭
황 대표의 단식투쟁에 대해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이날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야당을 얕잡아보고 있는데 단식을 한다고 해결될 문제인가. 문 대통령은 코웃음 칠 것”이라며 “(패스트트랙은) 진작 정치적으로 해결했어야 하는 문제”라고 밝혔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총체적 국정실패 규탄을 위한 단식 투쟁에 돌입해 자리에 앉아 있다. 뉴시스 |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황 대표의 단식은 명분이 없음을 넘어 민폐”라고, 김경협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보이콧, 어깃장, 삭발, 단식… 정치초딩생의 투정”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바른미래당 최도자 수석대변인도 “자신의 리더십 위기에 정부를 걸고 넘어져서 해결하려는 심산”이라고 밝혔다.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놓고 여야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황 대표 단식으로 정국은 급속도로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 5당은 검찰개혁·선거제 개편안 처리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21일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5당 정치협상회의를 열지만 황 대표의 불참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민주당은 한국당을 빼고도 선거법 내용을 일부 조정하면 이들 법안의 본회의 의결정족수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여야 4당이 법안 처리를 밀어붙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장혜진·이창훈·곽은산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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