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분수대 앞서 “죽기 각오”
당내 ‘용퇴론’ 돌파 자구책 의견에
여야 현안 타협 원천봉쇄 지적도
한국당 뺀 여야는 “민폐 단식”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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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체절명의 국가 위기를 막기 위해 이 순간 국민 속으로 들어가 무기한 단식투쟁을 시작한다. 죽기를 각오하겠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돌연 무기한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지소미아 파기 철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를 단식 해제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하나같이 정부여당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느닷없는 제1야당 대표의 단식을 두고 용퇴론 등 당내 도전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란 해석이 나온다.
황 대표는 20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내어 “지소미아 파기, 공수처법과 패스트트랙 처리는 우리 삶과 가장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일이다. 야당이 기댈 곳은 오로지 국민 여러분밖에 없다”며 단식을 선언했다. 두달 전인 지난 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파면을 촉구하며 삭발했던 바로 그 장소다. 황 대표는 이곳에서 계속 단식농성을 이어갈 계획이었으나, 규정상 천막 등을 칠 수 없다는 지적에 국회로 자리를 옮겼다.
황 대표는 청와대에 제안한 영수회담이 성사 기미가 안 보이자 단식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다음달 3일 공수처법을 비롯한 패스트트랙 법안이 표결에 부쳐질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지소미아가 오는 23일 파기되는 상황에서 대여 투쟁의 강도를 높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당 안팎의 시선이 마냥 우호적이지는 않다. 일각에선 “최후의 카드인 ‘단식’을 면피성 이벤트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리더십도 정치 경험도 부족한 황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러서는 승산이 없다는 비관론이 의원들 사이에 확산되자, 대여 투쟁의 강도를 높여 난관을 타개해보려는 셈법이 뻔히 읽힌다는 것이다. 전여옥 전 의원도 이날 한 보수단체 세미나에서 “제1야당 대표가 왜 힘이 없느냐. ‘약자 코스프레’에 어느 보수 유권자가 귀를 기울이겠나”라고 비판했다. 야권의 한 중진 인사도 “단식은 하지 않는 게 최선이지만, 너무나 절박한 상황에 처한 약자가 ‘이것 하나만은 꼭 지켜야 할 때’ 선택하는 최후의 방법”이라며 “제1야당 대표가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거의 모든 것을 단식으로 멈춰 세우겠다고 하는 게 국민들에게 무슨 설득력이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선거제·공수처법 등을 놓고 여야의 실무협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황 대표가 타협의 여지를 원천봉쇄했다는 지적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황 대표가 협상의 여지를 완전히 닫는다면, 우리 당으로선 패스트트랙을 함께했던 4당 공조를 강화하는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지소미아는 정쟁의 대상이 아니라 국익 차원에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는 일제히 “민폐 단식”(민주당) “자신의 리더십 위기에 정부를 걸고넘어져서 해결하려는 심산”(바른미래당) “대다수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정의당)이라는 부정적 논평을 냈다.
정유경 이주빈 성연철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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