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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이슈 한반도 덮친 미세먼지

"한국 초미세먼지 중국발은 32%, 국내서 51%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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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3국 공동연구 결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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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63빌딩 전망대에서 바라본 하늘이 뿌옇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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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중국‧일본 3국이 서로 미세먼지를 얼마나 주고받는지에 대한 3국 연구팀의 공동 연구 결과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특히, 한국 하늘을 오염시키는 초미세먼지 가운데 32%는 중국에서 날아왔고, 51%는 국내에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20일 한‧중‧일 3국이 공동으로 연구한 '동북아시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LTP, Long-range Transboundary air Pollutants) 국제 공동연구 요약보고서'를 발표했다.

한·중·일 3국 과학자들은 2000년부터 단계적으로 황산화물·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연구를 추진했고, 4단계 연구 기간인 2013~2017년에는 초미세먼지(PM2.5)에 대한 연구결과까지 추가해 이번 보고서를 작성했다.



한국 초미세먼지 32% 중국, 51% 국내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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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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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한‧중‧일 3국 주요 도시의 초미세먼지가 어디서, 얼마나 오는지를 분석했다.

2017년 기준으로 중국 6개 도시(베이징‧톈진‧상하이‧칭다오‧선양‧다롄), 한국 3개 도시(서울‧대전‧부산), 일본 3개 도시(도쿄‧오사카‧후쿠오카)의 연평균 농도를 기준으로 각국의 자체 기여도(각국 초미세먼지 농도 중 각국 내 발생이 차지하는 비중)와 국외 배출원의 영향을 계산했다.

각국의 초미세먼지 중 중국은 91%, 한국 51%, 일본이 55%를 각 나라 안에서 발생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의 초미세먼지는 32%가 중국에서, 51%가 국내에서, 2%가 일본의 영향으로 분석됐다.

한‧중‧일의 영향으로 분류되지 않은 15%는 몽골, 러시아 등 다른 나라의 영향으로 풀이됐다.

중국은 초미세먼지의 91%가 국내에서 발생하고, 2%가 한국, 1%가 일본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55%가 자체 발생, 한국 영향 8%, 중국 영향이 25%로 나타났다.

여러 나라를 거쳐서 도착하는 오염물질의 경우, 최초 발생국으로 분류해 표시했다. 중국에서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오염물질이 들어가더라도, 일본 기준으로 '한국' 기여도로 보지 않고 '중국' 기여도로 반영하는 식이다.



국내 자체연구, 고농도 시기 국외 기여율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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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항공우주국(NASA) 위성사진에 포착된 중국발 미세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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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연평균농도'를 기준으로 진행돼, 지난 3월과 같은 고농도 시기에 특정 국가의 기여도에 대해서는 공동으로 분석된 바가 없다. 장윤석 국립환경과학원장은 "국내에서는 자체적으로 월별 데이터와 고농도 시기 국외 기여도 등을 모두 계산하고 있다"며 "지난 3월 고농도시기 초미세먼지 중 국외 기여율은 약 80%, 그 중 약 70%는 중국 기여율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월 11~15일 고농도시기의 전국 초미세먼지 중 국외 기여율은 69%~82%였다.



한·중·일 미묘한 시각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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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나라가 별도로 모델링(가상 결과)을 돌린 결과를 모은 이번 자료에서는 미묘하게 3국의 시각차도 보였다.

단적인 예로,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에 중국발 대기오염물질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리나라와 일본은 39%라고 분석했지만, 중국은 23%로 분석했다.

일본 도쿄에 대한 중국 영향은 한국과 중국은 각각 14%, 16%로 계산했지만, 일본은 30%로 계산했다.

다만 한국·일본은 미국 환경부(EPA)가 개발한 CMAQ, 중국은 미국 람볼엔비론(Ramboll Environ사에서 개발한 CAMx를 사용해 모델의 차이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환경부 유제철 생활환경정책실장은 "2000년 연구 시작 때 '모델 간 비교도 학문적으로 유의미하다'는 판단하에 과학자들이 두 가지 모델을 선택하는 것으로 합의해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중·일 모두 초미세먼지 농도는 감소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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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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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는 동북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 조사와 대책 마련을 위해 2000년부터 2017년까지 장기간에 걸쳐 한·중·일 3국의 배경농도 자료를 분석한 것이다.

‘배경농도’는 외부 오염원이 영향을 미치지 않은 상태의 기본 농도로, 중국의 다롄‧옌타이‧샤먼, 한국의 백령도‧강화도‧태안‧고산, 일본의 리시리‧오키 측정소의 자료를 수집했다.

연구가 시작된 2000년부터 최근까지, 한‧중‧일 모두 미세먼지(PM10), 초미세먼지(PM2.5), 황산화물(SO2), 질소산화물(NO2) 농도가 감소추세를 보였다.

특히 2015년 대비 2018년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한국 12% 감소, 중국 22% 감소했다.

2018년 자료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일본은 2015년 대비 2017년 농도가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윤석 국립환경과학원장은 "중국도 처음 국가적으로 배출량을 산정한 거라 불확실한 부분이 많긴 하지만 UNEP에서 어느 정도 검증된 수치"라며 "최근 중국 측에서 '40% 감축'을 많이 이야기하는데, 그 자료는 이번 LTP 보고서에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의 '배출량 40% 감축' 주장에 대해서는 "중국 전체로 보면 불가능한 수치고, 고농도지역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나올 수 있는 수치"라며 "그러나 기저 농도가 워낙 높기 때문에 감축을 했더라도 한국과 일본에 비해서는 훨씬 많은 양을 배출한다"고 덧붙였다.



우여곡절 끝에 빛을 본 보고서



이번 연구는 지난해 한 번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중국 측의 반발로 발표가 연기된 적이 있다.

환경부는 “23~24일 일본 기타큐슈에서 열리는 한·중·일 환경 장관회의 전에 보고서를 발간하기로 한‧중 환경부 장관이 합의한 결과, 올해는 공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윤석 원장은 "중국 측에서 '2010년 자료는 너무 오래됐으니, 2017년 자료가 나오면 반영하자'고 주장해서 계산을 더 하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각국의 최신 배출량 자료를 이용해 배출원과 영향 지역 간 관계를 분석하고, 향후 상세 오염물질 측정과 모델 개선 등 공동연구의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장윤석 국립환경과학원장은 “이번 보고서는 한·중·일 3국의 연구진이 공동으로 연구를 추진하고, 3국 정부가 연구결과를 함께 검토하여 발간하게 된 최초의 보고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미세먼지 등 동북아 대기 질 개선을 위한 국가 간 협의의 귀중한 과학적 기초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3국 과학적 공감대 마련…논의 지속해야"



장윤석 원장은 "이번 발표에는 '3개 도시' 기여율을 계산했지만, 사실 국가 전체 농도로 기여율을 따지면 국외 영향은 더 올라갈 것"이라며 "그러나 중국에서 3개 도시 기준을 원했고, 3국 공동 연구 진행을 위해 이렇게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데이터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어쨌든 오늘 공개된 각 국가별 기여율, 평균 32%라는 숫자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공동연구에 12년간 참여한 건국대 신기술융합학과 우정헌 교수는 “3국 정부 대표들이 모여서 가장 최신의 현대과학적 기반에서 함께 연구하고 앞으로 지속할 첫 단추를 끼운 결과물”이라며 “앞으로 공식적인 틀 안에서 공동의 해결방안을 마련하려면 과학적 공감대가 있어야 하는데, 이번에 발표되는 기여율은 그런 면에서 매우 크고 유의미한 정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간 협력이 필요하지만 3국의 입장차가 너무 커서 힘들었다면, 지금은 각국이 대기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 결과 입장이 약간 비슷해지면서 협력을 할 수 있는 기반이 생긴 것”이라며 “이번 발표가 매우 중요한 변곡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기여도가 얼마고, 이런 걸 따지기보다는 앞으로 어떤 해결책을 낼까 고민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이번 연구결과의 최대 수혜자는 우리나라다. 지금까지는 과거-현재(오염물질의 원인)를 많이들 봤다면 앞으로는 미래(해결책)를 보는 게 공동연구의 주제가 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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