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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美 홍콩인권법안 가결에 中 강력 반발…미국 대사 대리 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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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외교부 부부장, "법안, 미국 발등 찍을 것"

중국 외교부, "미국, 내정간섭 중단하라"

인권법안 발효엔 이제 트럼프 서명만 남아

펜스 "비인도적 조치 땐 거래 매우 어려워"

중앙일보

19일 오후 홍콩 이공대학교에서 탈출을 시도한 시위 참여 학생이 홍콩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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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홍콩 인권법안)을 놓고 미·중 양국이 충돌하고 있다. 미국 상원이 19일(현지시간) 홍콩 인권법안을 가결했고, 이에 중국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는 20일 주중 미국 대사 대리를 초치해 항의했다. 중국 외교부를 비롯한 6개의 정부 기관들은 일제히 “법안 추진을 중단하지 않으면 반격할 것”이라는 내용의 비판 메시지를 융단폭격하듯 쏟아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마자오쉬(馬朝旭)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이날 임시 대사 대리인 윌리엄 클라인 주중 미국 대사관 공사 참사관을 불러 홍콩 인권법안의 상원 통과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 마 부부장은 이 자리에서 클라인 대사 대리에게 “홍콩은 중국의 홍콩이고, 홍콩 사무는 순수하게 중국 내정에 속한다”며 “어떠한 외국 정부와 외국 세력도 간섭하도록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홍콩 사무와 중국 내정에 공공연하게 간섭하고 있다”며 “이는 국제법과 국제관계 기본 준칙에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미국이 즉시 홍콩 인권법안 추진과 중국 내정에 대한 간섭을 중단하지 않으면 중국은 반드시 최선을 다해 반격 조치에 나설 것”이라며 “중국의 발전을 방해하는 것은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고, 오히려 자신의 발등을 찍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 상원이 법안을 통과시켜 홍콩에 공공연히 개입하고 중국 내정에 간섭한 것에 대해 중국은 강력히 규탄하며 반대한다”며 “(미국은) 제 불에 타 죽지 않도록 즉시 해당 법안의 입법을 막기 위해 조치하고 내정 간섭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만약 미국이 고집대로 한다면 중국은 주권과 안보, 발전이익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강력한 조치로 단호히 반격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겅 대변인은 미국이 정치적 목적으로 시위대의 폭력을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것으로 미화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폭력 시위대를 부추기고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파괴하는 것으로, “홍콩 문제를 구실로 중국의 발전을 막으려는 음험한 기도”라고 비난했다.

양광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대변인도 성명을 내고 "국가의 주권을 지키고 ‘일국양제’를 실현하는 데 대한 결의는 확고부동하다"며 “미국의 일부 정치인들이 자기 발등 찍는 일을 하지 않기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외사위원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政協) 외사위원회, 중앙정부 홍콩 연락판공실도 일제히 비슷한 내용의 성명을 쏟아냈다.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도 이날 성명을 내고 “홍콩 관련 법안이 필요도, 근거도 없으며 홍콩과 미국 양쪽의 관계와 이익을 해칠 수 있다”며 극도의 유감을 표시했다.

미 상원은 19일 ‘홍콩 인권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법안에는 미 정부가 홍콩의 ‘일국양제(一國兩制)’가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 홍콩의 자치 수준을 매년 검증하도록 의무화하고, 인권 범죄를 일으킨 중국 정부 관계자 등에 대해 비자 발급을 제한하거나 자산을 동결하는 등 제재토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홍콩 인권법안은 미 하원에선 지난달 가결된 상태다. 상·하 양원이 의견 조정을 거친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 법안은 발효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홍콩 인권법안이 발효될 경우 중국 정부의 강력한 반발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고 이날 전했다.

이와 관련,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날 인디애나폴리스의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만약 홍콩에서 폭력이 용인되거나, 문제를 적절하고 인도적으로 대처하지 않는다면 중국과 거래(무역합의)는 매우 어렵게 된다. 그 점은 트럼프 대통령도 명확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천안문 사건 때처럼 무력을 사용하면, 거래가 곤란해진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가 홍콩에 무력 개입할 경우 미·중 무역교섭이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 전문가인 주드 블란쳇은 "(미·중 무역마찰 상황에서) 안 그래도 복잡한 문제가 더욱 복잡해졌다"며 "법안 통과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게 될 정치적인 이유가 하나 늘어났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서울=이승호·오원석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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