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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이슈 한미연합과 주한미군

‘방위비 6조’ 고집하다 협상장 떠난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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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분담금 협상 일방적 중단

회의장 떠나며 ‘대폭 증액’ 압박

미 “재고할 시간 주려 빨리 끝내”

한국은 “새 항목·총액 모두 이견”

무리한 요구 수용불가 원칙 고수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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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억달러(약 6조원)라는 유례없는 거액의 방위비 분담금을 한국에 요구하던 미국이 ‘협상 중단’을 선언한 뒤 회의장을 떠났다. 한국이 미국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자, 일방적으로 협상 중단이라는 강수를 둔 것이다. 한국의 방위비 대폭 인상을 압박하는 미국식 ‘벼랑 끝 전술’로 풀이된다. 방위비 협상이 중간에 결렬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제임스 드하트 미국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는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영동 주한미국대사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불행하게도, 한국이 (협상에서) 제시한 제안들은 공정하고 공평한 부담을 하자는 우리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 아니었다”며 “그 결과, 우리는 한국이 다시 생각해볼 시간을 주기 위해 오늘 회의를 (예정보다) 빨리 끝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이 위대한 동맹의 정신에 따라 한·미 양쪽이 서로 수용 가능한 합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제안을 내놓길 기대한다”고 했다. 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이번 3차 회의는 18·19일 이틀 동안 서울에서 열리는 일정이었지만 둘째 날 회의가 미국 쪽의 요구로 돌연 중단됐다. 이날 협상 시작 10여분 만인 오전 10시10분께 미국 쪽이 일부 매체에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통보한 것으로 볼 때, 미국은 회의 시작 전부터 ‘협상 결렬’ 카드를 준비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 쪽 수석대표인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협상대사 역시 미국 대표의 기자회견 뒤 2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때에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의 결렬 상황에 대해 정 대사는 “미국이 먼저 이석(자리를 뜸)을 했기 때문”이라고 확인했다. 정 대사는 “미국은 새로운 항목 신설 등을 통해 방위비 분담금이 대폭 증액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우리는 지난 28년간 한·미가 합의해온 에스엠에이 틀 안에서 상호 수용가능한 범위 안에서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라고 밝혀, 한·미의 현격한 견해차가 결렬의 원인임을 시사했다. 정 대사는 한·미가 이견을 보인 부분과 관련해 “항목과 총액 모두를 포함한다”며 “기본적으로 새로운 항목을 희망하는 것은 미국이다. 그런 부분과 관련해서는 저희는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며 한국의 ‘원칙 고수’를 강조했다.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한국 쪽에 올해 적용된 10차 협정 액수(1조389억원)의 6배에 가까운 50억달러(약 6조원)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기존 협정 틀을 깨고, 주한미군 순환배치와 한-미 연합훈련에 드는 비용을 비롯한 ‘새로운 항목’ 신설을 주장한다. 다만, 정 대사는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를 거론했는지에 대해 “주한미군과 관련된 언급은 지금까지 한번도 논의된 바가 전혀 없다”고 못박았다.

미국이 한국에 대한 무리한 압박 전술을 계속하면서, 다음 협상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연내 협상 타결 가능성도 낮아졌다. 드하트 대표는 “한국이 협력할 준비가 되었을 때 협상을 재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한국이 입장을 바꿔야 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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