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워진 주머니, 자주 먹는 라면이라면 더 싸게 먹자
간편식과 배달음식의 발달 → 라면 효용성 ↓
라면회사들 고민 ↑ "더 싸게 팔자" 경쟁 중
간편식과 배달음식의 발달 → 라면 효용성 ↓
라면회사들 고민 ↑ "더 싸게 팔자" 경쟁 중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요새 농심과 오뚜기 같은 라면 회사들은 고민이 많습니다. 예전만큼 잘 팔리지 않아서인데요. 내년도 사업 계획 짜기가 쉽지 않을 정도라고 합니다. 라면을 많이 사 먹어줄 20대들의 라면 소비액이 좀처럼 늘지 않은 게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젊은 그들이 왜 예전보다 라면에 돈을 덜 쓸까요?
우선은 경기 상황과 관련이 있습니다. 갈수록 취업이 어렵고, 어렵사리 얻게 된 일자리도 기대 임금이 높지 않습니다. 주머니가 가볍다보니 싼 것을 찾을 수 밖에 없습니다. 같은 라면을 먹어도, 끼니를 떼우기 위한 것이라면 봉지당 1500원짜리보다는 한 봉지에 500원 정도 되는 라면을 찾게 됩니다.
오뚜기의 진라면이 10년 가까이 가격을 700원으로 동결했던 것도 이런 배경이 깔려 있습니다. 라면 매출이 오르지 않는 가운데 그나마 팔리는 것도 싼 제품뿐인것이죠.
우선은 경기 상황과 관련이 있습니다. 갈수록 취업이 어렵고, 어렵사리 얻게 된 일자리도 기대 임금이 높지 않습니다. 주머니가 가볍다보니 싼 것을 찾을 수 밖에 없습니다. 같은 라면을 먹어도, 끼니를 떼우기 위한 것이라면 봉지당 1500원짜리보다는 한 봉지에 500원 정도 되는 라면을 찾게 됩니다.
오뚜기의 진라면이 10년 가까이 가격을 700원으로 동결했던 것도 이런 배경이 깔려 있습니다. 라면 매출이 오르지 않는 가운데 그나마 팔리는 것도 싼 제품뿐인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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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라면 봉지면 30주년(2018년) 스페셜에디션.(사진=오뚜기) |
자연스럽게 라면 강자 농심은 비교 대상이 됐습니다. 양사 간의 점유율 차이는 급격히 줄었고요. 한때 국내 라면 시장 점유율의 70%를 차지했던 농심의 최근 점유율은 54%(주요 4개사 100% 기준, AC닐슨 자료)까지 떨어져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농심이 올해초 출시한 라면이 ‘해피라면’입니다. 1980년대 나왔다가 사라진 라면인데 농심은 이 제품을 다시 살렸습니다. 농심은 ‘리트로’ 제품으로 출시했다고 하지만 시장에서는 ‘저가시장 공략’이라고 이해했습니다. 진라면과 해피라면 모두 마트에서 싸게 사면 봉지당 500원대에 구매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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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노골적으로 저가라면 전략을 갖고 나온 곳도 있어요. ‘너 죽고 나 살자’ 전략의 하나로 나온 라면입니다. 신세계에서 내놓은 민생라면입니다. 봉당 500원 미만이에요. 묶어서 사면 400원대로도 구매가 가능합니다. 400원대 라면이라고 해서 우습게 보면 안됩니다. 그럴싸한 ‘가성비’의 맛이 있습니다.
신세계가 민생라면을 내놓는 것은 또 최근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침체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얘네는 이것을 미끼로 해서 오프라인에 사람들을 일단 오게 만들자는 목적이 있어요. 밑지고 팔아도 다른 상품에서 벌충하면 된다라는 생각이 있는 것이고. 그러다보니, 라면이 주력인 농심이나 오뚜기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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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뚜기가 한 술 더 뜹니다. 바로 ‘오라면’입니다. “야 민생라면 나랑 현피떠”라고 하는 것인양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는 나란히 전시돼 팔리고 있습니다.
(묘하게 라면사들끼리 자존심 경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삼양라면이 국내에서 가장 매운 라면을 고집하는 것처럼 오뚜기는 한국에서 가장 가성비 좋은 라면을 내세우는 것이죠.)
이런 저가라면 공세에 농심의 고가라면 전략은 당분간 쓸 수 없는 게 됐습니다. 되레 저가라면 승부수를 한번 더 걸어야할지도 모릅니다. 혹여나 시장 점유율 50% 선이 무너진다면 말이죠.
게다가 또하나 주목해야할 부분입니다. 가정간편식과 배달입니다. 20대들이 라면 사먹는 돈을 아까워한다고는 하지만, 맛나고 의미있으면서도 자랑할만한 음식 소비에는 돈을 아끼지 않습니다. 배달을 시켜먹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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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가 수산물 HMR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이 최근 출시한 수산물 HMR 3종.(사진=CJ제일제당) |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이전 세대와는 다른 모바일 세대가 본격적으로 소비 시장에 진입하면서 50년가까이 변함이 없었던 라면시장이 급속히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흔한 라면은 되도록 싼 것을 먹고, 가끔 먹는 외식은 ‘나만의 특별한 외식’으로 하고. 라면 말고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대체식품들이 예전과 비교해서 엄청 많아졌습니다. 배달음식도 여기 범주에 들어갑니다. 간편식으로서의 라면이 갖는 이점이 줄어든 것입니다.
또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형태의 라면소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 예가 까르보불닭볶음면이죠. 와인과 먹으면 좋다 이런 식의 얘기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소개되는 것입니다. (절대 다수는 아니지만 1500원짜리 까르보 불닭볶음면을 먹으면서 1만5000원짜리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겉만 봐서는 까르보불닭볶음면도 파스타 같아 보입니다.)
여러분이 먹는 라면에도 여러 경제 사회학적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