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들
에단 호크 글·그레그 루스 그림 | 김희진 옮김
위즈덤하우스 | 248쪽 | 2만2000원
에단 호크 글·그레그 루스 그림 | 김희진 옮김
위즈덤하우스 | 248쪽 |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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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치 전쟁’은 우리에게 익숙한 역사는 아니다. 아메리카 원주민(인디언)인 아파치 부족과 미국·멕시코 군대 간 크고 작은 군사적 충돌을 일컫는 말로, 통상 1849년에서 1886년 사이 벌어진 국지적 분쟁을 뜻한다.
치열했던 전쟁은 1886년 전설적인 투사 제로니모(고야클라·하품하는 자)가 이끌던 무리가 이주민들에게 항복하면서 끝이 난다.
책은 제로니모로 이름을 떨치기 전, 한 집안의 가장이자 전사였던 고야클라가 불타서 폐허가 된 마을과 참혹하게 살해된 가족들 시신을 마주하는 장면에서 출발한다. 당시 멕시코 정부는 아파치족 아이의 얼굴 가죽을 벗겨오는 자에게 25달러의 포상금을 내걸었다. 분노한 고야클라는 전사 200명을 모아 멕시코 군인들에게 보복했다. 그리고 성 제로니모 축제를 앞두고 벌어진 전투에서 이름을 따 제로니모로 불리기 시작한다.
할리우드 배우 에단 호크가 오랜 기간 집필한 이 책은 아파치 전쟁을 강자의 시선이 아닌 아파치족의 시선으로 그린 보기 드문 작품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미국 서부 여행을 하다 만난 인디언 노인을 통해 인디언들은 왜 보호구역에 따로 살게 됐는지, 왜 경계심으로 마주해야 하는지 의문을 갖게 됐다.
이후 오랜 기간 아파치족을 연구한 그는 아파치 전쟁이 카우보이 영화처럼 “근사하고 영웅적인 싸움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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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들은 거짓말투성이었다.” 호크는 말한다. “옛 서부에 대한 주요 역사적 서사에서 진정한 아메리카 원주민의 관점은 대부분 빠져 있었다. (중략) 이 나라의 역사와 이곳에 원래 살던 주민들에 대해 읽으면 읽을수록, 영화를 만들고 싶은 마음은 간절해졌다.” 하지만 인디언이 주인공인 대본은 할리우드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호크는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 <더 로스트 보이>의 삽화가 그레그 루스와 손잡고 그래픽 노블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거칠면서도 섬세한 연출이 돋보이는 루스의 그림은 높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백인 하나가 죽으면, 여럿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아파치 하나가 죽으면, 그 자리를 차지할 이는 아무도 없었다. 더 이상 우리는 ‘인다’(Indah), ‘산 자’가 아니었다. 이제 우리는 ‘인데’(Indeh)…‘죽은 자’였다.” 폭력과 전쟁의 참상을 가리거나 덧칠하지 않고 담담하게 그렸다.
잔혹한 인간 혐오와 대학살이라 할 만한 상황에서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깊은 울림을 준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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