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라운딩하는 모습 공개에 비판 목소리
지난 4월 8일 전두환 전 대통령(왼쪽 세 번째)이 법정에 들어서기 전 취재진이 심경을 묻자 “왜 이래”라며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광주=남정탁 기자 |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이유로 5·18관련 형사 재판에 출석하지 않고 있는 전두환(88) 전 대통령이 최근 강원도 한 골프장에서 라운딩하는 모습이 공개되자 법정 불출석 허가를 취소해야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10일 광주지법 등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회고록이 나오자 조 신부측이 전 전 대통령을 사자 명예 훼손 혐의로 고소해 지난해 5월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 연기와 불출석을 반복하던 전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법정에 처음 출석해 인정신문 등의 모두절차를 마쳤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 변호인은 “전 전 대통령이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 원거리 이동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피고인 불출석 허가 신청서를 냈다.
재판부는 지난 5월 선고 전까지 이같은 불출석 신청서를 허가했다. 재판부는 “전 전 대통령에게 변호인이 선임돼 있고 스스로 건강 등의 사유로 출석을 포기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불출석을 허가하더라도 방어권 보장이나 재판에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이후 전 전 대통령은 이 같은 허가에 따라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11일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법정에서는 전 전 대통령의 재판이 열린다. 법정에는 1980년 5월 광주 상공으로 출격한 헬기 조종사와 당시 지휘 계통 장교 등 4명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당 임한솔 부대표가 최근 전 전 대통령이 강원도 홍천의 한 골프장에서 지인들과 골프를 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서 전 전 대통령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발포 명령을 내린 것 아니냐는 질문에 “발포 명령 내릴 위치에도 없었는데 군에서 명령권 없는 사람이 어떻게 명령 하느냐”라고 주장했다. 임 부대표는 “정확하게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를 아주 명확하게 표현해 재판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의 멀쩡한 골프 라운딩 모습이 공개되자 이 사건 고소 대리인과 5·18 단체, 광주 지역 시민단체는 불출석 허가를 즉각 취소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광주 학살의 책임을 조금도 느끼지 못하는 후안무치한 모습에 통탄한다”며 “불출석을 허가한 사법부 역시 우롱당한 꼴이다. 이제는 전 씨를 구속해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후식 5·18 부상자회장은 “전 씨의 대국민 사기극이 드러났다. 캐디보다도 점수 계산을 잘한다는 전 씨를 알츠하이머 환자로 보기 어렵다. 불출석을 허용한 재판부가 즉각 강제 구인에 나서 구속 상태에서 전 씨의 재판을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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