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회담 노딜 이후 관계 급경색
쌀 지원·돼지열병 등 교류협력 무산
"北대남전략 변화 따라 南도 변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악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바라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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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남북관계는 극적인 변화를 겪었다.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평양을 거쳐 유럽으로 가는 시대가 곧 열릴 것만 같았지만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남북관계는 급속도로 냉각기에 들어갔다. 북한은 매체 등을 통해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오지랖'이라며 도 넘는 폭언을 쏟아내는 상황이 됐다.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의 다리를 놓아준 남한을 무시하고 미국과 직거래하겠다는 '통미봉남' 정책을 노골화하면서 남북관계는 제자리를 맴도는 상황에 갇혔다. 문 대통령의 야심작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동력을 이끌어야 할 정부는 아직도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평양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평화 분위기를 조성한 공로자로 문 대통령을 직접 추켜세웠다. 그는 "북남 관계, 조미(북ㆍ미) 관계가 좋아졌다"면서 "문 대통령의 지칠 줄 모르는 노력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조미 상봉의 역사적 만남은 문 대통령의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해가 바뀌어 2월 하노이 북ㆍ미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후 모든 것이 변했다. 북한은 문 대통령에게 "오지랖 넓은 중재자"라면서 "당사자가 돼라"고 했다. 결국 2019년 정부의 대북 정책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지난 1월 남북 인플루엔자 협력 차원에서 타미플루와 신속진단키트를 북측에 제공하려고 했으나 겨울이 다가도록 전달하지 못해 끝내 무산됐다. 지난 5월에는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국내산 쌀 5만t 지원을 추진했으나 북한은 한미연합훈련 등을 구실로 수령을 거부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관련 남북 공동방역협력도 제안했으나 응답조차 없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지난 8월 "우리는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 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며 남한 배제를 거듭 표명했다. 10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축구는 초유의 무관중·무중계·무취재라는 오점을 남기고 진행됐다. 이후 북한은 미사일 실험을 계속했고 급기야 금강산 내 남측 시설의 철거를 통보하며 기업마저 볼모로 삼기 시작했다. 정부는 금강산 사태를 매개로 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 간 대화테이블 마련 등을 노리고 있지만 북한이 응할지는 미지수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남북교류협력사업도 대부분 불발됐다. 지자체들은 남북교류협력기금을 확충하고 다양한 교류협력사업을 추진했으나 집행 계획분을 사용하지 못하면서 기금 총액이 오히려 올해 초보다 늘어나는 현상마저 나타났다. 경기도가 조성한 남북교류협력기금은 지난 9월 말 기준 392억8900만원인데 올해 초 329억1700만원보다 63억7200만원 늘어난 것이다.
'선미후남' '통미배남' '통미봉남' 등 다양한 명칭으로 지칭되는 북한의 대남전략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연말이라는 시한을 제시하고 대미·대남 압박을 강화하는 만큼 긴장압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춰 정부도 새로운 역할과 남북관계의 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북한은 변화된 현실에 맞게 대남전략 수정하는데 문재인 정부는 과거 고집에 함몰돼있다"면서 "김 위원장의 대남전략 변화를 직시하고 변화된 대북정책을 고민하고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북관계가 당분간 악화되더라도 북·미 대화의 진전을 기다리는 전술적 인내를 유지하면서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객관적 평가 필요하다"고 했다. 가령 김 위원장은 관광산업에 대한 열망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어 남한은 이를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창의적 기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연구위원은 "김정은 체제의 경제정책과 변화된 현실을 감안한 남북경협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면서 "남측과의 협력이 본격화하면 북한 관광사업이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음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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