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아지는 北 미사일·발사체 도발
중·러 한반도 주변 위협도 커져
GSOMIA 美압박 커지는 가운데
일본 입장 변화 요원…靑 '고심'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지난 4일 방콕 임팩트 포럼에서 열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서 기념촬영 후 자리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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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수출규제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으로 '최악'까지 치달은 한일관계가 집권 후반기를 맞은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청와대는 일본의 수출규제 중단에 대항해 '마지막 카드'인 GSOMIA 종료를 선언한 상황이지만 일본의 입장변화는 요원하고, 오히려 미국의 철회 압박만 거세지는 분위기다. 북한의 미사일ㆍ발사체 도발과 중국ㆍ러시아의 한반도 주변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한ㆍ미ㆍ일 안보협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시선도 부담이다.
7일 정부 소식통 등에 따르면 GSOMIA 공식 종료일(22일)을 보름 앞둔 현재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태국 만남을 언급하며 "한국 측에 현명한 대응을 요구해 갈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청와대도 전날 일본의 수출규체 철회 없이는 GSOMIA 연장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수출규제 조치의 발단이된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ㆍ일본 기업과 양국 국민의 자발적인 성금으로 기금을 만드는 '1+1+α' 방안을 제안했지만 이 역시 양국 모두 미지근한 반응이다.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공동대리인인 최용근 변호사는 "일본 기업과 정부의 사죄가 없는 상황에서 일본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액수를 줄여주는 방식으로 논의되는 건 부적절하다"는 반대 입장도 밝혔다.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 조치가 없어 GSOMIA를 연장할 명분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의 압박만 거세지니 우리 정부로서는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여러 방면으로 미국에 입장을 설명하고 있지만 설득이 쉽지 않을 거란 분석이다. 미국은 강제징용이나 수출규제 문제는 양국이 해결할 문제라고 치부하면서도 GSOMIA는 중국에 대응하는 한ㆍ미ㆍ일 안보협력의 한 축이라고 보고 있다. 수출규제와 GSOMIA를 함께 묶어 해결하려는 우리 정부와 근본적인 입장이 다르다.
전문가들은 오는 22일 GSOMIA가 그대로 종료될 경우 한미동맹은 물론 후반기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거듭된 요구에도 한국이 무대응으로 일관한 만큼 현재 진행 중인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주한미군 관련 문제 등에서 미국의 비협조가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올 연말까지 북ㆍ미 비핵화 협상이 제자리 걸음을 걸을 경우 내년 북한의 탄도미사일ㆍ핵실험이 재개될 가능성이 큰 만큼 한반도 대비태세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북한은 미국에 '선 비핵화' 주장 철회를 요구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미국 조야에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다수다.
권태환 한국국방외교협회 회장은 "일본도 최근 경제산업상 등이 잇따라 낙마하는 등 내부적인 위기의식이 있는 상황"이라며 "일본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한국이 반일 구도를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고 인식하고 있는 만큼 지금이 관계회복의 적기"라고 말했다. 권 회장은 "한국도 미국이 그동안 충분히 요구를 했기 때문에 한미동맹을 위해 마지막 출구전략으로 GSOMIA가 종료되기 전 연장을 결정할 명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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