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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유럽 조선사 합병 태클 건 EU, 현대重·대우조선 결합심사 복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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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핀칸티에리-佛아틀란틱 심층심사 개시

독과점 가능성 시사…경쟁 약화 우려 지적

EU, 경쟁법 심사과정 까다로워 최대 변수

현대重 본심사 앞두고 걸림돌 될 수도

이데일리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유럽연합(EU)이 예상대로 한국 조선산업 재편의 최대 복병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기업결합을 심사하는 EU 집행위원회가 독과점 가능성을 이유로 유럽 대형 크루즈 조선사 2곳의 합병에 제동을 걸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EU의 결정을 두고 반독점 규제에 대한 유럽연합의 시각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본심사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국영 크루즈 조선사 핀칸티에리와 프랑스 아틀란틱조선소 합병에 대한 심층심사를 개시했다. 통상적으로 EU 기업결합 심사는 사전협의를 거친 뒤 본심사에 들어가는데, 본심사의 경우 일반심사(1단계)와 심층심사(2단계)로 나뉜다. 일반심사에서 과점 여부 등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지 못했을 경우 심층심사를 실시한다.

앞서 핀칸티에리는 지난 9월25일 EU 집행위에 아틀란틱조선소 인수 계획을 통보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 7월 선박수주잔량 기준 핀칸티에리(31.73%)와 아틀란틱(26.14%)의 크루즈 시장점유율은 58%에 달한다. 여기에 독일 마이어베르프트(29.19%)와 핀란드 마이어 투르크(11.42%)를 포함한 4개사의 시장 점유율이 90%를 넘는다. EU 경쟁담당 집행위는 심층조사 결정에 대해 “두 업체는 크루즈 조선시장의 선두주자”라며 “전 세계적으로 크루즈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이들의 합병이 관련업계의 경쟁 약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독과점 가능성을 지목했다. 이들의 심층조사는 90일간 진행하되 내년 3월17일 결론 날 예정이다.

EU의 행보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에서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달 중 사전심사를 마무리하고 EU 집행위에 본심사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의 일환으로 지난 4월부터 대우조선해양과의 합병과 관련해 EU와 예비협의를 진행해왔다. 본심사 결과는 이르면 내년 5월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와 일본, 중국, 싱가포르로부터 경쟁제한성 여부심사를 받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카자흐스탄 정부가 해외 경쟁당국 중 처음으로 합병 승인을 내렸다.

EU 집행위 심사는 양사 합병을 판가름하는 변수다. 전 세계에서 경쟁법이 가장 까다로워 기업결합의 핵심국가로 분류된다. 당초 업계에서도 EU의 합병승인을 얻어내는 것이 가장 어려울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사안에 대해 “EU 집행위가 역내 기업 간 결합에 대해서도 독과점 규제를 적용한 사례로 볼 수 있다”면서 “심층심사 개시 이유로 경쟁 약화 우려를 지적한 만큼 국내 조선사 간 합병도 같은 맥락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선 “이번 건 이면에는 아틀란틱 소유권을 둘러싼 프랑스와 이탈리아 간 개별분쟁일 가능성이 있다”며 사례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심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대중공업그룹 측은 “해당 경쟁당국의 심사 일정과 프로세스에 맞춰 충실히 설득하고 모든 심사를 차분히 진행 중”이라며 “인수작업에 차질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표> 현대중공업그룹 대우조선해양 인수작업 일지

1월31일/ KDB산업은행과 인수 기본합의서 체결

3월8일/ 인수 본계약 체결

4월1일/ 유럽연합(EU)과 기업결합심사 사전절차 개시

5월31일/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승인 완료

7월1일/ 한국 공정위에 기업결합 심사 신청

7월22일/ 중국에 기업결합 심사 신청

8월15일/ 카자흐스탄에 기업결합 심사 신청

9월2일/ 싱가포르에 기업결합 심사 신청

9월4일/ 일본과 기업결합 심사 사전절차 개시

10월29일/ 카자흐스탄 기업결합 심사 합병 승인

11월중/ EU에 기업결합 본심사 신청(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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