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태클한 뒤 울음에 상대편이 위로
양상 과열될 수 있지만 문제는 이후 태도
野, 사과 요구하면서 정기국회 협상 막혀
후유증 있다면 태클한 쪽이 진정성 보여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1일 오후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등의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질의를 경청하던 중 강기정 정무수석(왼쪽) 등과 답변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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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한 축구 선수가 머리를 감싸며 괴로워하고 울음을 터트리자 다른 선수들이 다가와 위로를 건넨다. 그런데 눈물을 흘리는 이는 안드레 고메스(에버턴)의 심각한 발목 부상을 입힌 원인이 된 백태클을 한 손흥민 선수(토트넘)고, 그를 다독이는 선수들은 상대편인 에번턴 소속이다. 반칙을 했지만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자 상대방도 문제 삼지 않은 것이다.
이런 스포츠 현장과 달리 우리 정치권은 아무리 심한 반칙을 해도 반성이 없다.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강기정 정무수석비서관은 야당 국회의원을 향해 “우기다가 뭐냐고. 내가 증인이야!”라고 소리를 쳤다. 강 수석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어거지로 우기지 마십시오”라고 한 말에 반발해 반말·고성·삿대질 공세를 가했다.
강 수석이 본인을 향한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과정도 아닌 상황에서 한 행동은 축구로 비유하면 공과 관계없는 태클을 한 셈이다. 피감기관 증인이 국민을 대표해 국정감사를 진행 중인 입법부에게 보인 태도인 점을 고려하면 과도한 백태클이었다고도 평가할 수 있다.
축구와 여야 관계 모두 거친 공방이 오가다 보면 자칫 양상이 과열될 수도 있고 거친 태클도 나올 수 있다.
문제는 태클 자체보다 이후 태도다. 야당은 강 수석의 언행에 격하게 항의하며 청와대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여당 내부에서도 강 수석이 부적절하게 행동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청와대는 아직까지 입을 닫은 채 요지부동이다. 이 때문에 정기국회 관련 여야 협상이 꽉 막혀 있어도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 정도 상황이면 청와대가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내놓는 게 마땅하다.
물론 앞서 언급한 전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는 손흥민이 그동안 경기장에서 보여 온 신사적인 행동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야권이 운영위가 끝난 뒤에도 나흘째 공세를 취하는 건 그동안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이 보인 고압적인 태도에 쌓일 만큼 쌓인 탓도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는 노영민 비서실장의 2기 체제로 개편되고 난 뒤 운영위에서 “정론관 가서 말씀하시라”(노영민 비서실장)·“의원님이 저를 무시한다”(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대야(對野) 공세 발언들을 쏟아냈다.
운영위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최대 라이벌인 레알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의 ‘엘클라시코’ 경기처럼 늘 여야 간 건곤일척(乾坤一擲) 대결이 벌어지는 상임위다. 하지만 경기 이후에도 후유증이 이어진다면 결국 꼬인 실타래는 백태클을 한쪽이 먼저 나서서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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