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지소미아 갈등]美, 한미일 안보협력 핵심 강조
한국 방위비증액 명분 삼을 가능성… “종료땐 어떤식으로든 책임 물을 것”
日, 관계개선 위한 입장 안보여… 한미일 아세안서 대화 여부 주목
태국 간 文대통령, 아베와 4개월만에 조우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3일(현지 시간) 오후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갈라 만찬에 앞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에서 두 번째), 부인 아키에 여사와 인사를 나누며 미소 짓고 있다. 아키에 여사는 김 여사와 대화하기 위해 고개를 앞으로 숙여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가운데)에게 가려졌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만남은 6월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넉 달여 만이다. 방콕=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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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19일 앞두고 동시 다발적인 철회 압박에 나서면서 한미일 3국 간 외교적 파고가 다시 출렁이고 있다. 일왕 즉위식을 계기로 어렵게 한일 간 대화 분위기가 마련됐지만, 일본이 한일 갈등 해소에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상황 변화 가능성은 여전히 미미한 편이다. 하지만 이대로 흘러가 지소미아가 23일 실제 종료될 경우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에서 다시 한 번 한미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그 전까지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미국과 함께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마지막으로 시도되는 지소미아 외교전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를 앞두고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일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와 만나 인도태평양전략 협력 방안과 함께 지소미아에 대해 협의했다. 협의 직후 미 국무부는 서면 브리핑을 통해 “두 사람은 한미일 3각 협력(trilateral cooperation)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한미일 3각 협력은 지소미아 복원 필요성을 외교적 수사로 표현한 것이다. 외교부의 발표 내용은 국무부와 살짝 차이가 있었다. “윤 차관보는 대화를 통해 합리적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설명하고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과정에서 미국이 가능한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것. 미국이 원하는 대로 지소미아 종료를 철회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한일 관계에서 모종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한미일 3국 간 지소미아를 둘러싼 마지막 외교전은 이번 주 내내 진행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3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갈라 만찬에 참석해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8초 악수’를 나눈 6월 말 일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넉 달여 만의 만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전 실무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에서 두 정상이 만나더라도 지소미아 등 현안에 대한 깊은 대화가 이뤄지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EAS에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참석하는 만큼 한미일 외교안보 라인 간 고위급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스틸웰 차관보는 5일 태국에서 한국으로 이동해 지소미아 연장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의사를 강하게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 이대로 종료 시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 악재 우려
아직까지 수출 규제에 대한 일본의 태도 변화 조짐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방위상은 1일 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에 대해 “한국 측에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고 했다. 같은 날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의원연맹 합동총회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김광림 의원은 “일본 의원들은 수출 규제 문제는 거론하지 않고 지소미아 얘기만 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지소미아 종료로 한미 불협화음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이 한일 갈등에 거리를 두면서 한국에 지소미아 연장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예정대로 23일 지소미아가 종료되면 한미일 3각 안보협력 체제 훼손의 책임을 한국에 씌우려 할 수 있다는 것. 특히 지소미아 종료로 인한 미국의 안보 비용 증가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의 명분으로 삼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로 미국은 15일 열리는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도 지소미아와 방위비 문제를 꺼내 들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의 연말 추가 도발 움직임이 여전한 상황에서 지소미아 종료로 인해 대북 감시전력에 미칠 영향도 논란거리다. 군 당국은 지난달 31일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도발과 관련해 일본보다 10분 늦은 발표로 논란이 일자 “탐지는 일본보다 빨랐다”며 논란 차단에 나섰다. 한 외교 소식통은 “문재인 정부는 지소미아를 주권 문제로 보지만 미국은 동북아 안보의 핵심 수단으로 인식하는 만큼 지소미아가 이대로 종료되면 한국에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물으려 할 것”이라며 “일본의 ‘모르쇠 전략’과는 무관하게 외교력을 동원해 지소미아 종료를 막으려는 모습을 국제사회에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한기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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