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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이슈 한반도 덮친 미세먼지

"뉴델리 전체가 가스실" 연방-주정부 대기오염 책임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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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 주총리 "인근 주에서 날아온 재가 원인"…환경장관 "책임 미루지 말라"

인도 네티즌 "설교 대신 행동에 나서라" 비판…3일 뉴델리 곳곳 AQI 800∼900

연합뉴스

스모그가 가득한 뉴델리 시내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 수도 뉴델리의 대기 오염이 최악 수준으로 치달은 가운데 현지 연방 정부와 주 정부가 책임 공방에만 몰두하고 있어 시민의 원성이 높다.

3일 NDTV와 PTI통신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아르빈드 케지리왈 델리 주(정식 명칭은 국가수도지구) 주총리는 지난 1일 주 내 학생들에게 농작물 쓰레기 소각 문제를 지적하는 편지를 인근 주 총리에게 보내라고 독려했다.

최근 뉴델리의 대기가 급격히 나빠진 것은 인근 주의 논밭에서 날아온 추수 잔여물 소각 관련 재 때문이라고 보고 학생들에게 이 문제를 언급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케지리왈 주총리는 아울러 이날 트위터를 통해 "델리가 가스실로 변했다"고 지적하며 학생용 방진 마스크 500만개 배포도 시작했다.

실제로 이날 뉴델리 일부 지역의 초미세먼지(PM 2.5, 지름 2.5㎛ 이하) 농도는 743㎍/㎥을 기록했다. 3일에도 뉴델리 곳곳의 공기 질 지수(미국 AQI 기준)는 800∼900선을 넘어섰다.

미국 AQI 지수는 301 이상일 경우 '위험' 단계로 분류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일평균 PM 2.5 농도의 안전 기준은 25㎍/㎥(연평균 기준은 10㎍/㎥)이다.

하지만 케지리왈 주총리는 대기오염 상황을 거론하면서 하리아나 주, 펀자브 주 등 인근 주의 문제만 지적했을 뿐 뉴델리 시내의 노후 차량 배기가스, 서민의 쓰레기 노천 소각 등의 실태는 제대로 언급하지 않았다.

뉴델리의 대기오염에는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책임 대부분을 인근 주로 떠넘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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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빈드 케지리왈 델리 주 총리. [EPA=연합뉴스]



그러자 연방 정부 측이 발끈하고 나섰다.

연방 정부는 현재 인도국민당(BJP)이 이끌고 있고, 델리 주는 지역 정당인 보통사람당(AAP)이 장악한 상태다.

프라카시 자바데카르 환경·삼림·기후변화부 장관은 2일 트위터 등을 통해 케지리왈 주총리가 대기오염 문제를 정치 이슈로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자바데카르 장관은 "케지리왈 주총리는 대기오염의 해결책을 찾는 대신 책임 전가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며 "다른 이에게 책임을 미룬다고 해서 대기오염이 줄어드는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기오염 해결은 온·오프 스위치를 돌리는 것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며 "모든 주 정부와 국민이 지속적인 노력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정치인의 설전에 대해 인도 네티즌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아이디가 '시르'인 네티즌은 트위터를 통해 "설교는 그만하고 빨리 행동을 취하라"고 비판했다.

아이디 '딜리프 판데이'도 "현 정부가 집권한 지 6년이 지났지만 (대기오염 문제는) 나아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뉴델리 인근 여러 주에서는 농부들이 추수가 끝난 후 11월 중순 시작되는 파종기까지 논밭을 마구 태우는 바람에 엄청난 재가 발생한다.

여기에 낡은 경유차가 뿜어내는 매연, 도심 빈민들이 난방과 취사를 위해 타이어 등 각종 폐자재를 태우는 연기, 건설공사 먼지 등이 더해지면서 뉴델리의 겨울 대기는 크게 나빠지곤 한다.

특히 10월 하순∼11월 초 힌두교 디왈리 축제를 전후해 곳곳에서 터지는 대규모 폭죽으로 먼지가 무더기로 더 쏟아지면서 이 시기 겨울철 대기는 최악이 된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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