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서대문 버스정류장 몰카범 신고한 폴 니트 씨
K리그 등 취재하는 영국인 리포터…한국살이 7년차
"불법촬영 많은 건 알았지만 첫 목격에 굉장히 충격적"
"행인들 보고도 외면…모르는 사람이라도 꼭 신고해야"
서대문구 ‘불법촬영범’ 잡은 폴 니트 K리그 유나이티드 부편집장 (사진=폴 니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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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혹시 이 남자 몰카(몰래카메라) 찍나?`
지난달 30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집으로 향하던 폴 니트(33)씨는 수상한 장면을 목격했다. 20대 남성이 신발끈을 묶는 척하며 앞에 있던 여성의 치마 밑을 촬영하고 있었던 것. 이를 수상하게 여긴 폴은 피해자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함께 경찰에 신고해 경찰서로 데려갔다. 그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시민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다들 외면하던 몰카범, 용기있게 나선 영국인
서울 서대문구 한 버스정류장에서 불법촬영범을 잡은 한국 생활 7년차 영국인, 폴 니트 부편집장은 1일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불법촬영 범죄가 많은 건 알고 있었지만 직접 목격한 건 처음이라 굉장히 충격적이었다”며 당시 심정을 밝혔다.
다른 문화를 경험하고 싶어 여행을 하다 한국에 매력을 느낀 폴은 지난 2012년 말부터 한국 살이를 시작했다. 그는 현재 한국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등 한국 축구에 대한 기사를 쓰는 외국인들의 매체 유나이티드의 부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한국 생활이 좋다”고 말하는 그였지만 지난달 30일 불법촬영범을 잡은 경험은 충격적이라고 했다. 폴은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떤 남자가 한 여성 바로 뒤에서 신발끈을 매는 척을 하며 한 손으로는 핸드폰을 들고 있었다”며 “여성과 너무 가까이 서 있어 불법 촬영을 하는 게 아닌가 의심스러워 쳐다봤지만 뻔뻔하게 촬영을 계속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폴이 자신을 쳐다본다는 사실도 모른 채 불법촬영을 하던 해당 남성은 핸드폰 앨범을 켰다. 이 때 폴은 그의 앨범에 여성들의 사진과 영상이 있는 것을 목격했다. 불법촬영임을 확신한 폴은 피해 여성에게 그 사실을 조용히 알렸다. 여성이 불법촬영범의 반대 쪽을 보고 있어 눈치채지 못했기 때문이다. 피해 여성은 바로 그 남자에게 맞섰고 그는 자신이 몰카를 찍었다는 것을 부인하진 않았지만 핸드폰 사진을 보여주는 것도 거부했다. 폴은 피해 여성과 함께 가해 남성을 경찰서로 데려갔다.
그러면서 폴은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한 피의자에게 아주 실망스럽지만 증거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사진을 찍는 데는) 실패했지만 이미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에 경찰이 체포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폴은 인터뷰를 마치며 시민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그는 “현장에 행인들이 있었지만 도와주지 않았다”며 “시민으로서 이런 일이 생기면 꼭 신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르는 사람이라도 상관 없다”고 강조했다.
◇하루에 15번 꼴로 불법촬영 일어나지만 처벌은 ‘미흡’
국내에서 불법촬영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불법촬영 범죄로 경찰에 입건된 사람들은 지난해 총 5497명에 이르렀다. 하루에 최소 15건 이상 불법촬영이 벌어지는 셈이다. △2014년 2905명 △2015년 3961명 △2016년 4499명 △2017년 5437명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이들 중 처벌받는 건 극소수다. 대법원 소속 양형위원회 운영지원단에 따르면 이 가운데 징역 실형을 받는 건 지난해 89명에 불과했다. 입건된 사람 중 1.6%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재판에도 넘겨지지 않거나 벌금·집행유예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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