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단축법안’ 통과시켜 / 존슨 “브렉시트 완수 유일한 방법” / 투표결과 EU탈퇴 향방 가를 듯 / 보수당 승리 땐 합의안 예정대로 / 노동당 이기면 철회까지 가능 / 양측 모두 과반 쉽지 않아 난망 / 코빈 “국민 억압 기득권 대응을” / 크리스마스시즌 투표 저조 우려 / “존슨 합의안 적용땐 105조원 손실”
영국이 오는 12월 조기 총선을 치른다.
BBC방송 등에 따르면 영국 하원은 29일(현지시간) 12월12일 총선 실시를 뼈대로 하는 정부의 ‘단축법안’을 찬성 438표, 반대 20표로 통과시켰다. 영국이 12월 크리스마스 시즌 전에 선거를 실시하는 건 1923년 이후 처음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표결에 앞서 “끊임없는 의회의 방해에 직면한 상황에서 브렉시트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면서 “의회를 다시 채우고 국민에게 선택권을 돌려주자”고 주장했다. 존슨 총리는 표결 승리를 위해 지난달 당론에 반해 투표했다는 이유로 출당시켰던 21명의 보수당 의원 가운데 10명을 복귀시키기도 했다.
2017년 이후 다시 치러지는 이번 총선은 결과에 따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향방을 가를 예정이다. 보수당 승리 시 기존 영국과 유럽연합(EU) 사이 합의된 안에 따라 탈퇴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노동당이 뒤집으면 2차 국민투표 실시는 물론 브렉시트 철회까지 거론될 수 있다.
하지만 양측 모두 과반을 넘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지난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보수당 지지율은 36%로 노동당(23%)을 10%포인트 이상 앞섰다. 외신은 지난 7월 말 존슨 총리가 취임 이후 31일 브렉시트 단행을 약속하면서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였지만 브렉시트 시한이 결국 내년으로 넘어가면서 지지율이 점차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예측에 힘입어 노동당은 이번 총선에서 EU 잔류 지지자들을 규합해 정권을 넘겨받겠다는 계획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9일(현지시간) 런던 하원에서 12월 총선 실시 등 내용이 담긴 ‘단축법안’ 표결 전에 발언하고 있다. 런던=AP연합뉴스 |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조기 총선이 확정된 직후 성명을 통해 “이번 선거는 나라를 변형시키고 국민을 억압하는 기득권에 대응할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조 스윈슨 자유민주당 대표도 “이번 총선은 수세대 동안 이 나라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며 “브렉시트를 중단시킬 정부를 세울 최고의 기회”라고 가세했다.
이번 총선은 이례적인 시점에 열리는 만큼 투표율 등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크리스마스를 불과 2주도 남겨놓지 않은 데다 오후 4시가 되면 해가 지는 영국의 겨울 날씨 특성 때문에 예상보다 투표율이 저조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영국 의회는 다음달 6일 해산해 총선 전 5주간 선거 캠페인 기간을 갖는다.
한편 존슨 총리의 새 브렉시트(Brexit) 합의안이 적용되면 영국 경제가 EU 잔류 대비 시나리오에 비해 3.5% 축소되면서 향후 10년간 700억파운드(약 105조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30일 가디언, 공영 BBC방송에 따르면 영국 유력 싱크탱크인 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R)는 “현재 영국 경제 규모는 (EU 잔류라는 다른)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가 나왔을 경우에 비해 2.5% 축소됐다”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 2020년 말까지 영국 경제 규모는 EU 회원국으로 남아 있을 경우에 비해 4%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1인당 연간 1100파운드(약 170만원)가량 손실을 보는 것과 같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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