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반확보 불투명 ‘헝 의회’될 수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9일(현지시간) 하원에서 조기 총선 법안에 관한 표결을 하기 위해 런던의 총리관저를 나서고 있다. 하원은 이날 12월 12일 총선을 개최하는 정부의 '단축 법안'을 통과시켰다. 로이터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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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오는 12월 12일 조기 총선을 실시하기로 확정지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4번째 조기총선안이 하원에서 통과됐다. 여당인 보수당과 노동당 등 야당은 각자 이번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를 통해 브렉시트 주도권을 쥐겠다는 심산이지만 일각에서는 이미 지난 3년간 지난했던 브렉시트 공방으로 지친 국민들이 어느 편을 들어줄지 알 수 없어 조기총선에서 과반 정당이 없는 '헝 의회(Hung Parliament)' 구도가 형성되면 오히려 향후 정국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줄짜리 조기총선안 결국 통과
영국 하원은 이날 밤 "12월 12일에 총선을 개최한다"라는 한 줄짜리 문장으로 된 정부의 단축 법안을 찬성 438표, 반대 20표로 가결했다. 200명의 의원은 기권했다. 이어 노동당이 조기총선 투표일을 9일로 앞당기는 수정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이는 찬성 295표, 반대 315표로 부결됐다. 하원에서 통과한 단축 법안이 상원에서 통과되면 오는 주말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외신들은 상원에서 단축 법안이 별다른 반대에 부딪히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존슨 총리는 그간 자신의 브렉시트 계획이 의회에서 가로막힐 때마다 조기 총선 카드를 꺼내왔다. 현재 영국 하원의 의석 650석 중 여당인 보수당이 288석으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존슨 총리는 전날인 28일 세 번째 조기 총선 동의안이 담긴 '고정임기 의회법'을 상정했지만 제1야당인 노동당이 대거 기권하면서 부결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직후 존슨 총리는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하원 과반 지지만 얻으면 통과될 수 있는 단축 법안을 다시 재상정했고 결국 조기 총선을 얻어냈다.
■ "헝 의회, 리더십 실종···더 혼란"
이번 조기 총선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게된 것은 노동당 등 야당이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이날 오전 예비내각회의를 열고 "EU가 브렉시트를 1월 31일까지로 연기했기에 향후 3개월 간 노딜의 위험이 사라졌다"며 "이번 선거는 나라를 변화시키고 국민을 억압하는 기득권에 대응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밝혔다. 제3당인 스코틀랜드국민당(SNP)과 제4당인 자유민주당도 이번 조기 총선을 통해 EU 잔류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고 최대한 많은 의석수를 확보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기총선에서 각 당들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재 여론조사에서는 보수당이 지난 7월말 존슨 총리 취임후 지지율 36%로 노동당 23%에 두 자릿수 차이로 앞서고 있지만 총선 결과는 투표함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과거 테리사 메이 총리 정부 당시 보수당은 여론조사에서 더 높은 지지율을 얻었지만 2017년 총선에서 오히려 의석을 잃었다.
조기 총선이 크리스마스를 불과 2주도 남겨놓지 않은 12월 12일 열리는 것이 투표율을 떨어뜨려 노동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거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조기 총선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보수당과 노동당 모두 다수당이 되는 데 실패해 '헝 의회'가 되는 것"이라며 "이 경우 강력한 리더십이 사라진 상태에서 정부, 의회, EU 모두 브렉시트를 둘러싸고 지지부진한 교착상태를 반복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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