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6일 의회 해산 뒤 의회권력 재편 승부수
총선 결과가 ‘즉각 탈퇴-원점 검토-교착’ 가를 듯
최근 정당 지지율 촉각…‘보수 40%-노동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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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교착 상태에 빠진 영국이 오는 12월 12일 조기총선을 치르게 됐다. 어떻게든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브렉시트를 실현하려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던진 승부수다. 유럽연합은 오는 31일로 눈앞에 닥쳐온 브렉시트 시한을 2020년 1월말까지 3개월 연장해줬으나, 존슨은 그 이전이라도 “죽기 살기로” 브렉시트를 이행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29일 영국 하원은 올해 12월 12일 조기 총선 실시를 뼈대로 한 존슨 총리의 ‘단축 법안(short bill)’을 찬성 438표-반대 20표로 가결했다고 <로이터> 등 외신들이 전했다. 이 법안은 조만간 상원의 인준 표결을 거쳐야 하는데, 이변이 없는 한 무난하게 통과될 전망이다. 법안이 의회에서 상·하 양원에서 최종 확정되면, 존슨 정부는 늦어도 11월5일까지 엘리자베스 여왕의 형식적 재가를 받아 조기 총선 실시일을 공식 선포해야 한다. 현 의회는 다음날인 6일 해산될 예정이다. 이로써 영국은 1923년 이후 거의 100년 만에 ‘크리스마스 총선’을 치르게 됐다.
앞서 전날 존슨 총리는 의원 임기를 5년으로 규정한 현행 고정임기의회법'(FTPA)의 조기 총선 관련 조항을 근거로 조기 총선 동의안 통과를 세 번째로 재상정했으나 하원 전체 650명의 3분의 2 이상 찬성을 요구하는 의결정족수 확보에 실패했다. 그러자 존슨 총리는 기존 의회법을 피해 단순 과반(326명)의 찬성만 얻으면 되는 별도의 특별법안을 제출해 조기총선을 관철시킨 것이다. 그동안 조기총선에 시큰둥했던 자유민주당과 스코틀랜드국민당의 지지를 이끌어낸 게 주효했다.
12·12 총선은 현 존슨 정부에 대한 신임투표이자 사실상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를 재실시하는 의미를 갖게 됐다. 현재 집권 보수당의 하원 의석은 288석으로 과반에 턱없이 못 미친다. 보수당은 2017년 6월 총선에서 317석으로 과반에서 9석 부족한 제1당이 된 뒤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을 끌어들여 연정을 구성했으나, 브렉시트 방식을 둘러싼 내분으로 장관과 의원들이 잇따라 탈당하거나 당에서 제명되면서 의석이 크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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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 총리는 지난 7월 테리사 메이 전 총리의 전격 사임으로 치러진 당 대표 경선에서 승리해 총리직을 승계한 뒤, 10월31일 브렉시트 실현을 강력히 추진해왔으나 번번이 의회의 벽에 부닥쳤다. 지난달 초에는 자신이 밀어붙인 브렉시트 관련 표결에서 반란표를 던진 보수당 의원 21명을 출당시키기도 했다. 존슨 총리는 조기 총선을 앞두고 그중 10명을 다시 받아들여 보수당 후보로 출마할 수 있도록 했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보도했다.
집권 보수당이 조기총선에서 압승한다면 브렉시트는 존슨 총리의 의중대로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제1야당 노동당이 집권하게 되면 제2국민투표를 포함해 원점에서 재검토될 수도 있다. 어느 쪽도 결정적 다수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엔 지금 같은 교착 상태가 지속되거나 더 깊은 분열과 수렁에 빠져들 공산이 크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연말 분위기, 유권자들의 브렉시트 피로증, 낮시간 해가 짧고 추운 겨울 날씨 등이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도 관심거리다.
지난주 영국 유권자들의 정당지지율 여론조사 결과, 보수당은 40%로 노동당의 24%보다 상당히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스카이 뉴스>가 27일 보도했다. 자유민주당(15%)과 브렉시트당(10%)이 뒤를 이었다. 한 주 전 같은 조사와 견줘, 보수당 지지율은 3%포인트 오른 반면 노동당은 변화가 없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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