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당 지지율 30% 중반대…노동당 대비 10%P 가량 높아
과반 확보 여부는 장담 못해…2017년처럼 '헝 의회' 출현 가능성도
런던 의사당 인근에서 할로윈을 앞두고 브렉시트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대 [AP=연합뉴스] |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브렉시트(Brexit)를 둘러싼 끝없는 분열과 혼란상에 지친 영국 의회가 결국 조기 총선 카드를 택했다.
집권 보수당도, 제1야당인 노동당도 하원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브렉시트를 둘러싼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자 아예 새판을 짜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브렉시트를 둘러싼 민심 역시 여전히 분열된 상황에서 영국 국민이 보수당이나 노동당 어느 한쪽에 힘을 실어주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경우 브렉시트 교착상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과반 확보 정당 나올까? '헝 의회' 출현 배제 못해
영국 하원은 29일(현지시간) 12월 12일 총선 개최를 뼈대로 하는 정부의 '단축 법안'(short bill)을 찬성 438표, 반대 20표로 통과시켰다.
법안이 상원마저 통과하면 이번 주말께 정식 법률로 효력을 갖게 된다.
이후 각 정당은 약 5주간의 선거 캠페인 기간을 갖게 된다.
영국에서 총선이 열리기 위해서는 평일 기준으로 총선일로부터 25일 이전에 의회가 해산해야 한다.
보리스 존슨 총리가 조기 총선 개최를 원했던 것은 집권 보수당이 과반에 턱없이 모자라는 현 정치권 지형 때문이다.
영국 하원 의석수는 총 650석으로, 집권 보수당은 하원의장을 제외하면 288석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은 물론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 관련 각종 정책은 하원 표결에서 연전연패를 기록했다.
존슨 입장에서는 조기 총선을 통해 하원 과반을 확보, 브렉시트 완수는 물론 향후 국정 운영의 추진력으로 삼는다는 복안이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 입장에서도 보수당으로부터 정권을 넘겨받을 수 있는 기회인 만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당초대로라면 2022년 총선이 예정돼 있었지만 이를 앞당겨 총리직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열린 셈이다.
제3당인 스코틀랜드국민당(SNP), 제4당인 자유민주당은 브렉시트 자체에 반대 입장을 보여온 만큼 이번 총선에서 EU 잔류 지지자들을 결집해 최대한 많은 의석수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지난 7월 말 존슨 총리 취임 이후 보수당 지지율이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주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일간 더타임스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보수당 지지율은 36%로 노동당(23%)에 비해 크게 앞섰다.
자유민주당이 18%, 브렉시트당이 12%였다.
다른 여론 조사 결과에서도 보수당이 노동당에 비해 10%포인트(P)가량 지지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노동당은 물론 보수당 역시 과반 의석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존슨 총리는 총리 취임 이후 10월 31일 '죽는 한이 있더라도' 브렉시트를 단행한다고 강조해왔다.
이같은 단호함이 EU 탈퇴 지지자들의 호감을 얻어 보수당 지지율 상승세로 나타났다.
그러나 브렉시트가 내년 1월 31일까지 3개월 연기된 만큼 존슨 총리는 결과적으로 약속을 지키지 못한 셈이 됐다.
이에 실망한 EU 탈퇴 지지자들이 극우 정치인인 나이절 패라지가 이끄는 브렉시트당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실제 전임자인 테리사 메이 총리의 '소프트 브렉시트'(Soft Brexit) 전략에 실망한 보수당 지지자들이 신생 브렉시트당으로 옮겨가면서 보수당은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참패를 기록한 바 있다.
지지율만 믿고 조기 총선 카드를 빼들었던 2017년 총선의 실패 경험도 보수당의 승리를 쉽게 점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하원에서 이미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던 메이 총리는 그러나 과반 의석을 대폭 늘려 "안정적이고 강력한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며 2017년 조기 총선을 개최했다.
보수당과 노동당 간 지지율 격차가 20%포인트가 넘는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고무돼 총선을 개최했지만 보수당은 오히려 12석을 잃은 318석 확보에 그쳐 과반의석을 상실했다.
영국 2017년 조기 총선 당시 개표소 모습 [AFP=연합뉴스] |
결국 단독 과반 정당이 없는 이른바 '헝 의회'(Hung Parliament)가 탄생하자 메이 총리는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과 손을 잡고 겨우 정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영국 정치권에서는 이번에 다시 총선이 열리더라도 2017년 조기 총선과 마찬가지로 어느 정당도 과반을 얻지 못하는 '헝 의회'가 재현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 이례적인 12월 총선…투표율 등에 영향 줄 듯
투표율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2017년 조기 총선 투표율은 68.7%로 2015년 총선의 66.4%보다 크게 올랐다.
그러나 이번 조기 총선은 크리스마스를 불과 2주도 남겨놓지 않은 12월 12일 열린다는 점에서 예상보다 투표율이 저조할 수 있다.
공영 BBC 방송은 12월에 총선이 열리는 것은 1923년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12일에는 대부분 학기를 마치고 방학에 들어가는 만큼 대학생들의 투표 참여율이 저조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동당과 자유민주당 등 야당이 12월 12일이 아닌 12월 9일 조기 총선을 개최하는 수정안 통과를 시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영국의 겨울 날씨 특성상 오후 4시가 되면 해가 진다는 점도 투표율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실제 코빈 대표 역시 해가 일찍 지므로 12월 총선이 적합하지 않다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 [EPA=연합뉴스] |
크리스마스나 각종 행사 등으로 이미 예약이 잡혀있는 만큼 학교나 교회 등을 평소처럼 투표소로 활용하기 어려운 점도 투표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단하기 어렵다.
결국 존슨 총리의 조기 총선 카드가 실제 의도했던 목적을 거둘 수 있을지는 선거 캠페인 기간의 민심 변화, 총선 당일의 투표율 등에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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