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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인턴기자] 버스 안에서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하반신을 몰래 동영상 촬영한 남성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판결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는 조수진 변호사와 백성문 변호사가 출연해 이른바 '레깅스 몰카(몰래카메라)' 사건을 두고 논쟁을 펼쳤다.
조 변호사는 "유죄고 처벌돼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백 변호사는 "잘못한 건 맞다. 하지만 이게 민법상 불법행위가 될 수 있을지언정 형사상 처벌 대상은 안 된다"라고 반박했다.
조 변호사는 "(피해) 여성이 레깅스만 입고 있었던 것은 아니고 레깅스 위에 약간 엉덩이를 살짝 덮는 헐렁한 티셔츠를 입었다"며 "(가해자는) 8초 정도 동영상으로 여성의 뒷모습을 찍었다. 사건의 본질은 몰카라는 거다. 남의 신체 부위를 몰래 왜 찍냐. 레깅스를 입은 사람을 찍으면 죄가 되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니라 오리털 점퍼를 입고 있든 가죽점퍼를 입고 있든 어떠한 성적인 욕망을 가지고 찍지 않으면 찍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남의 신체를 왜 수치심을 느끼게 찍느냐는 거다. 그 여성이 아마 신고를 했거나 아니면 문제를 제기했으니까 이 남성이 잡혔고 적발이 됐을 거다. 그렇다면 그 여성은 분명히 성적인 수치심을 느꼈던 거고 몰카 자체를 처벌하기 위해서 성폭력 특별법을 만들었는데 판사님이 볼 때 레깅스는 일상복이니까 처벌하지 않는다? 이건 좀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백 변호사는 "몰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성범죄냐 성범죄가 아니냐가 더 중요한 거다. 지금 이 사건은 조금 전에 말씀하셨던 것처럼 성폭력 범죄 처벌이라는 특례법에 규정이 돼 있는 성범죄다"라며 "어디까지를 성범죄로 인정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보통 여름에 피서철 되면 뭐 해수욕장에서 수영복 몰카. 이건 100% 이건 성범죄가 된다. 이건 노출의 정도가 심하니까. 이번 사안 같은 경우에는 그건 다시 말씀드리지만 잘했다가 아니라 여성의 뒷모습을 찍은 거고 여성이 출근할 때 입는 옷이다. 그러니까 말 그대로 옷 입고 있는 것을 찍은 거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조 변호사는 "저는 유죄라고 보는 이유는 판사가 어떤 여성의 옷차림을 판단하는 결론이 나서는 안 된다. 결과적으로 레깅스가 성적인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옷차림이냐를 판단하는 식으로. 그래서 유죄냐 무죄냐로 가면 안 된다"라며 "판사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성적인 수치심을 유발하고 유발하지 않고 이런 식으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백 변호사는 "레깅스는 요즘에 거의 일상화된 운동복이고 심지어 엉덩이까지 다 티셔츠로 가리고 있는 그런 것을 찍은 것까지 성범죄로 보기는 어렵다는 거다"라고 덧붙였다.
28일 의정부지방법원 형사1부(오원찬 부장판사)는 지난해 버스 안에서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하반신을 스마트폰으로 8초가량 몰래 촬영한 남성에게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원심은 A씨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24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레깅스는 운동복을 넘어 일상복으로 활용되고, 피해자 역시 이 같은 옷차림으로 대중교통에 탑승해 이동했다"며 "레깅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적 욕망의 대상이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의 행위가 부적절하고 피해자에게 불쾌감을 준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그러나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허미담 인턴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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