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연합뉴스]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순형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원 전 원장의 속행 공판에 출석해 국정원 특수활동비 뇌물 의혹에 대해 비공개 증언할 예정이다.
이 전 대통령 측 강훈 변호사는 "증인으로 채택돼 출석할 예정"이라며 "비공개 증언이라 내용이 알려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 전 원장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일 때 행정1부시장으로 보좌했고 대통령 취임 후에는 행정안전부 장관과 국정원장을 차례로 지냈다.
이 전 대통령은 2010년 7~8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으로부터 청와대 특활비가 부족하다는 보고를 받고 원 전 원장에게 자금 지원을 요구해 2억원을 받은 혐의(국고손실 및 뇌물수수)로 기소됐다.
또 해외 순방을 앞둔 2011년 9∼10월 원 전 원장에게서 원장직에 대한 보답, 국정원 현안과 관련한 편의 제공 명목 등으로 10만 달러를 받은 혐의(뇌물수수)도 받았다.
1심은 2억원의 특활비에 대해서는 국고손실 혐의가, 10만 달러에는 대해서는 뇌물혐의가 인정된다며 유죄로 판결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과 원 전 원장 측은 이러한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
2억원은 돈을 전달하기로 한 지시 등 공모행위 자체가 없었고, 10만 달러의 경우 자금 용도에 부합하는 대북관계 업무에 사용했다는 것이 이 전 대통령 측 주장이다.
원 전 원장도 지난 3월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에 증인으로 출석해 "2억원을 전달한 게 이 전 대통령 지시냐"는 물음에 "그런 걸 갖고 대통령이 얘기하겠느냐"며 이 전 대통령의 연관성을 부인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도 이날 법정에서 같은 취지로 당시 상황을 해명할 것으로 보인다. 10만 달러의 용처와 관련된 설명도 할 전망이다.
한편 이 전 대통령에 앞서 전직 대통령이 타인의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사례는 고(故) 최규하 전 대통령이 있다.
최 전 대통령은 1996년 11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항소심에 구인장까지 발부받은 끝에 출석했으나 일체의 증언을 거부했다.
최근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혐의 1·2심에 모두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출석을 거부해 증언이 무산됐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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