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태 "역대 의장들이 해오던 일"…오신환 "반대의사 분명히 밝혀"
굳은 표정의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 |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홍규빈 기자 = 국회 운영위원회의 25일 국회사무처 국정감사에서는 지난 4월 선거제 개혁안 및 사법개혁 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과정에서 불거진 국회 폭력 사태를 놓고 여야의 책임 공방이 오갔다.
특히 문희상 국회의장이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의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사보임을 허가한 데 대한 불법 여부가 쟁점이 됐다.
이 과정에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문 의장의 불법 사보임'이 패스트트랙 사태를 불렀다고 주장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을 향해 검찰의 패스트트랙 수사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축구 경기에 비유하면 감독인 원내대표가 요청하는 선수 교체를 심판인 국회의장이 안 들어줄 수가 없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결정을 구했으니 당장은 (한국당이) 수사기관의 소환조사에 응하는 것이 정당의 바른 자세"라고 밝혔다.
같은 당 박경미 의원도 "20대 국회 임시회 사보임 건수 중 한국당이 가장 많고, 관례에 따른 조치였다"며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떤 논리에 따른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
임종성 의원은 '패스트트랙 폭력 사태'를 거론, "국회의원이 만든 법을 어겼고 수사에 협조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위법·탈법 행위자에 공천가산제까지 부여한다는 보도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저는 패스트트랙 폭력 사태를 '국난'이라고 표현한다. '국회 난동 사태'의 줄임말"이라며 "사건 발생 6개월이 다 됐는데 폭력행사 당사자는 경찰 조사는커녕 검찰 소환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검찰의 엄정한 수사와 신속한 법 집행을 통해 국회가 국민의 마지막 희망의 끈을 다시 잡아야 한다"며 "한국당 의원들은 반면교사로 삼으라"고 말했다.
질의하는 나경원 원내대표 |
반면 한국당 나경원 의원은 "20대 국회가 이렇게 의회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유린되는 것은 불법적인 패스트트랙 때문"이라며 "국회 사무처가 건건이 이상한 해설을 해서 의회 민주주의 파괴를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 사무처가 당시 사보임 관련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한 것을 거론하며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며 "엉터리 같은 것을 만들어 낸 직원들을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같은 당 정양석 의원은 "국회가 대치 상태인 것은 중립을 지켜야 할 의장과 사무총장이 정파에 기울어 입맛에 맞는 방안을 강구하고 유권 해석을 하는 데에 원인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도참고자료를 낸 데 대해 "민주당 공천을 바라고, 총선을 바라는 (사무처) 차장 간부들의 정치적 배경이 있다는 의심을 떨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만희 의원은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의결정족수를 위해 마음대로의 사보임을 못 하게 돼 있다. 불법 사보임 이후 진행된 절차는 무효다"라며 "왜 사무처가 한 정당의 편을 드느냐"고 따졌다.
정유섭 의원은 "국회법에 따르면 임시회 회기 중에 위원은 개선(새로 선출함)될 수 없다"며 "문 의장이 허가하더라도 질병 등 부득이한 경우 본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전제 조건이 있는데 이를 따르지 않고 직권남용, 월권, 불법 행위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은 "역대 의장들이 원내대표 요구가 있으면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사보임을 해왔다"며 "헌재 판단에 따라 해석을 바꿀 것"이라고 답했다.
보도참고자료를 낸 데 대해선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보도도 많으니 사무처 인식을 자료로 알려주라고 했던 것"이라며 "사무처 간부 중에는 한국당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고 해명했다.
"당시 '빠루'(노루발못뽑이)와 해머를 동원한 게 여당 뜻에 의한 것이냐"는 한국당 송석준 의원의 질문에는 "경호과에서 흉기를 동원한 것처럼 말하는데 문을 열기 위한 도구이지 어떻게 흉기냐"며 "헌정사 이래 국회 사무처의 사무실을 점거해 문을 잠그고 직원들을 감금한 사례는 처음이었다"고 반박했다.
질의하는 오신환 의원 |
이에 사보임 문제 당사자인 오신환 의원은 국회 사무처가 국회법을 잘못 해석하고 있다며 즉각 반발했다.
오 의원은 "그동안 원내대표들이 사보임을 요청한 것을 의장이 한 번도 거부한 적이 없는 것은 반대 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기 때문에 관례로 받아준 것"이라며 "저는 사보임에 반대하고 응할 의사가 분명히 없다는 공문을 접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이짝 하나를 보내서 이 상임위에서 저 상임위로 옮겨도 되느냐"며 "사무총장도 의원을 세 번이나 하지 않았냐. (저는)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전자 입법발의시스템을 통해 발의가 이뤄진 것의 불법성 여부를 두고도 여야의 해석은 갈렸다.
민주당 김영호 의원은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귀중한 것은 13년간 잠든 전자입안서비스를 최초로 발견했다는 것"이라며 "이 서비스가 활용되면 업무 비효율을 줄이고 종이 낭비도 해결된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당 김정재 의원은 "국회법 해설에 따르면 법률안은 전자문서로 발의할 수 없음을 명백히 한다"며 "패스트트랙 국면에 접해서 아무런 법에 근거도 없이 갑자기 전자 입법으로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맞섰다.
20대 국회가 '사상 최악의 국회'로 평가받는 데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오신환 의원은 "얼마나 못났으면 고소·고발하고 상대 동료 의원을 처벌해달라고 하느냐. 어떤 의원도 처벌받길 원하지 않는다"며 "정치가 복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제윤경 의원은 "관행에 의해 이뤄졌던 의사 결정이 많고 이것들이 끊임없이 정쟁 수단이 되고 서로 다른 해석으로 인해 국회 전체가 국민께 일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오명을 받아 가며 멈춰버린 20대 국회가 씁쓸하다"고 말했다.
한국당 강효상 의원은 "여당의 일방적 독주, (패스트트랙) 강행 처리 때문에 정치가 꼬이고 여야가 증오의 정치를 하고 있다. 저도 부끄럽다"며 유 총장에게 "총장도 무슨 역할을 했느냐.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했다.
유 총장은 현재 정치 상황에 대해 "좀 갑갑하다"며 '최악의 국회'란 표현에 대해서도 "공감한다"고 답했다.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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