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 정세토론회
북·미 모두 한국 역할 필요로 하지 않는 구조
"'다자협상 기획자로서의 한국'으로 진화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만난 뒤 북으로 돌아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포옹으로 배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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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선미후남(先美後南)과 미국의 현상유지적 경향으로 인해 한반도의 문제에서 한국의 공간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음에도, 한국이 관성에 기반한 구태의연한 전략과 소극적 태도로 제 역할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달라진 상황에 맞춰 한국도 '새로운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24일 속초에서 개최한 북한정세 토론회에서 조동호 원장은 "현 구조의 문제가는 미국도 북한도 남한을 필요로 하지 않고 있다는 데에서 오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심은 오직 재선이며,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핵실험 유예만으로도 전임 행정부와 차별화된 성과로 내세울 수 있기에 현상 유지를 바란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남측과 영변 핵폐기 등 비핵화에 관해 조율을 하고, 해당안을 들고 하노이로 갔지만 하노이는 실패로 끝났다. 이에 북한은 한국 정부의 역할에 극도의 실망감과 분노를 드러내고 남한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하노이 이후 북한은 새로운길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남한은 그저 '옛날길' 외에는 상상력이 부재하다"고 진단했다. 달라진 상황에 맞게 한국의 역할을 스스로 재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 교수는 남한판 '새로운길'로 '다자협상 기획자로서의 남한'이라는 역할을 제시했다.
그는 "비핵화 협상과 평화체제 협상을 분리할 수 있다"면서 "북·미는 비핵화 협상에서 핵물질 생산중단을 합의하고, 이게 이뤄지면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다자협상의 틀로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한은 북한 의존적인 정책에서 벗어나 다자협상의 기획자로서의 새로운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일회성 이벤트, '깜짝쇼'로 남북관계·한반도 문제의 물꼬를 트는 시기는 지났다는 평가다. 조 원장은 "평양 남북축구의 무관중·무중계가 아니었다고 해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협력이 이뤄졌다고해서 남북관계의 진전이 있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구 교수는 "동북아 질서를 우리는 어떻게 바꿀 것인지 그런 큰 구상 속에서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략연구원은 연말 이전에 북·미가 1~2차례 실무협상을 개최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본격적인 대선국면을 앞두고 가시적인 외교성과 도출 절실한 미국의 입장에서는 상황관리 차원에서라도 협상의 모멘텀 유지가 필요"하며, "북한 입장에서도 추가 협상없이 곧바로 '새로운 길'에 들어서기는 부담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북·미의 연내 실무협상이 무산·결렬되고 한미연합훈련 실시가 기정사실화될 경우,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 핵무기 양산 및 실전배치 등 강압전략 구사가 예상된다"고도 우려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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