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으로 같은 안건"…의회 규약 근거로 표결 불허
정부, EU 탈퇴협정 법안 상정…내일 표결 전망
영국 의사당 인근의 브렉시트 지지대가 펼쳐든 유니언잭 우산 [AFP=연합뉴스] |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새 브렉시트(Brexit) 합의안에 대한 표결을 다시 추진했지만 이번에는 하원의장의 벽에 가로막혔다.
존 버커우 하원의장은 21일(현지시간) 새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승인투표(meangingful vote) 개최를 불허한다고 결정했다.
버커우 하원의장은 "오늘 안건은 48시간 전에 내놓은 것과 실질적으로 같은 것으로 하원은 이미 이에 대해 결정을 내렸다"면서 "이는 반복적이고 무질서하기 때문에 오늘 승인투표 안건은 토론에 부쳐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의회 규약은 동일 회기 내에 같은 사안을 표결에 상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버커우 하원의장은 이같은 규약을 근거로 정부의 승인투표 재추진을 가로막은 것이다.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은 버커우 하원의장이 공정성을 잃었다며 비판했다.
아울러 존슨 총리가 지난 19일 유럽연합(EU)에 브렉시트 추가 연기 요청 서한을 보내 상황에 중대한 변화가 생긴 만큼 승인투표를 다시 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버커우 의장은 그러나 이같은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고 일축했다.
존 버커우 영국 하원의장 [AP=연합뉴스] |
앞서 영국과 유럽연합(EU) 양측은 EU 정상회의 개최 직전인 지난 17일 오전 브렉시트 재협상 합의에 도달했다.
양측은 기존 '안전장치'(backstop)의 대안으로 북아일랜드를 실질적으로 EU 관세 및 단일시장 체계에 남겨두는 방안에 합의했다.
이에 존슨 총리는 합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1982년 4월 3일 이후 처음으로 토요일인 지난 19일 하원을 열었다.
하원은 그러나 새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투표 전 보수당 출신 무소속 의원 올리버 레트윈 경의 수정안을 먼저 통과시켰다.
이른바 '레트윈 수정안'은 브렉시트 이행 법률이 의회를 최종 통과할 때까지 존슨 총리의 합의안에 대한 의회 승인을 보류하는 내용이다.
그러자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투표가 의미가 없어졌다며 이를 취소했다.
이후 유럽연합(탈퇴)법, 이른바 '벤 액트'에 따라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요청하는 서한을 EU에 전달했다.
존슨 총리는 그러나 브렉시트 연기 요청 서한에 서명하지도 않았고, 별도의 서한에서는 연기 요청이 자신의 뜻은 아닌 만큼 무시하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제이컵 리스-모그 하원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승인투표가 취소되자 월요일인 이날 다시 합의안을 상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리실 대변인은 버커우 하원의장이 승인투표를 가로막은 데 대해 총리가 실망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곧바로 EU 탈퇴협정 법안을 상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U 탈퇴협정 법안은 영국과 EU 간 합의한 탈퇴협정을 이행하기 위해 영국 내부적으로 필요한 각종 법안을 말한다.
기존 EU 회원국으로서의 법률 등을 영국 국내 법률로 대체하고, 전환(이행)기간, 상대국 주민의 거주 권한, 재정분담금 등 영국과 EU 간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법적 효력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가 상정한 EU 탈퇴협정 법안은 다음날인 22일 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정부는 법안 통과해 필요한 하원 과반인 320표를 확보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야당이 법안에 수정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제1야당인 노동당은 정부가 EU 탈퇴협정 법안을 상정하면, 영국을 EU 관세동맹에 잔류토록 하거나, 제2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개최하는 내용의 수정안 통과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제2 브렉시트 국민투표의 경우 부결될 가능성이 크지만, EU 관세동맹 잔류안은 EU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원하는 의원들이 많은 만큼 하원을 통과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오는 31일 무조건 브렉시트를 단행한다는 존슨 총리의 계획은 더욱 꼬일 수도 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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