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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한미연합과 주한미군

막 오르는 한ㆍ미 방위비 협상, 김현종 대 오브라이언 수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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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협상 대표는 금융전문가 정은보

미국선 안보 전문가 드하트 선임보좌관

청와대-백악관이 현장 협상전 고공 지휘

오는 22~24일 미국 하와이에서 개최되는 제11차 한ㆍ미 방위비 분담금 2차 회의는 한·미 협상 대표가 처음으로 얼굴을 맞대는 회의다. 지난달 1차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던 한국의 정은보 11차 SMA 대표가 미국 측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SMA 대표의 첫 상견례 자리다.



금융전문가 대 안보전문가 뒤엔 청와대 대 백악관



한국 측 정은보 대표는 기재부 차관보, 금융위 부위원장 출신으로 재정ㆍ금융전문가다. 미측이 50억 달러에 이르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한 만큼 내역서를 꼼꼼하게 따지겠다는 포석이다. 미국의 드하트 대표는 국무부 정치군사국 선임보좌관을 맡고 있으며 직전까지 아프간 부대사였다. 아프간ㆍ파키스탄 특별대표(SRAP) 담당국장과 국제마약ㆍ법집행국(INL) 경력이 있다. 국무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드하트 대표를 “국방ㆍ안보와 관련한 양자 협상 경험이 풍부하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은 협상장에 앉기도 전부터 한국을 강경 압박하고 있다. 국무부는 21일 이번 협상과 관련한 중앙일보 질의에 “1991년 이후 한국이 부담해 온 급여 지급 등 SMA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이번 협상이 연말까지 종료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연말 시한'을 못 박았다. 한국 측의 협상 지연술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철벽을 쳤다.

올해 방위비분담금 협상은 현장에선 금융 전문가 대 안보 전문가의 대결이지만 궁극적으론 ‘청와대 대 백악관’ 차원의 수싸움이라는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현장에서의 협상 전략은 양국 대표들이 만들지만, 전체 방향과 최종 결정은 양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에서 결정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측 컨트롤타워는 직제상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맡고 있다. 백악관 쪽은 이번 방위비 인상의 ‘설계자’인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협상 직전 물러나면서 후임인 로버트 오브라이언 보좌관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오브라이언은 중동 인질 협상 대통령 특사를 지낸 경력이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미국과 한·미자유무역협정(FTA)으로 치열한 협상전을 치러봤던 김 차장은 이번엔 방위비분담금을 놓고 양보없는 줄다리기를 감독하게 됐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이 돈 문제를 놓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공개적으로 드러난 게 없다. 하지만 방위비 분담금 인상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철학인 만큼 대폭 올리기 위한 압박전략에서 전혀 변화가 없으리라는 외교가의 관측이 다수다.



한·미동맹 재설정 신호탄 되나



정부 안팎의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국은 이번 SMA 협상을 통해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일부 부담이라는 방위비 분담금의 개념을 바꾸려 하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 =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분담’이라는 기존의 양국 합의를 사실상 백지화한 뒤 ‘방위비 분담금 = 동맹 유지 비용’으로 확장하려 한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인도ㆍ태평양 전략 차원에서의 동맹 비용이다. 또 한반도 주변 전략자산 전개비용이나 중동의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체 참여 비용 등도 방위비 분담금에 포함될 수 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미국연구센터장은 “미국은 한반도를 넘어 전세계에서 평화유지군 및 전략자산 배치 문제, 합동훈련 등의 비용을 한국에 분담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인도ㆍ태평양 전략에 한국이 군사적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하라는 의미도 된다”고 분석했다.

한국 정부도 이런 분위기를 이미 감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호르무즈 호위연합체 참여와 관련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1일 국회 외통위 종합감사에서 “어떤 형태로 (한국이)기여할 수 있을지, 그 방안을 미국과 계속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비슷한 압박을 받는 일본은 일찌감치 호르무즈 해협 독자 파병을 발표했다.



협상 최대 난관은 트럼프…"미 의회도 지지"



결국 이번 방위비 협상의 마지막 관문은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선 10차 SMA 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협상팀이 좁혀 놓은 간극을 막판에 원점으로 되돌려 결국 협상을 다시 해야 했다. 이번에도 최종 접근안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족시키지 못 하면 ‘도돌이표 협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한국이 북한으로부터 자신들을 방어해주는 미국에 상당한 돈을 추가로 지불하기로 동의했다”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미 국무부가 18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대통령은 한국이 더 기여할 수 있고 더 해야 한다고 했다”고 공개 강조한 것도 이런 '지침'을 반영한다. 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 올 상반기부터 백악관ㆍ국무부ㆍ국방부가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계산법’ 개발에 몰두해 왔다. 외교가 일각에선 “방위비 분담금 인상은 트럼프 대통령만이 아니라 미 정부와 의회 안팎에서 광범위하게 지지를 받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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