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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이슈 정치계 막말과 단식

20대 마지막 국정감사도 ‘기승전 조국’에 막말·욕설 등 구태 뿐, 정책·민생은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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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마무리되는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조국 대전’으로 점철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각 상임위원회별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각종 의혹과 관련해 야당의 공격성 질의가 쏟아졌고 여당은 이를 방어하면서 ‘공방’이 난무하면서다. 사실상 ‘조국 국감’이 덮어버려 민생·정책은 뒷전으로 밀린 형국이었다. 일부에선 ‘욕설·막말’까지 잇따르면서 서로 간에 윤리위 제소 및 비난까지 이어지면서 눈쌀을 찌푸리는 상황도 끊이지 않았다.

20일 국회에 따르면 법제사법위, 기획재정위, 정무위, 교육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등 15개 상임위는 오는 21~24일 종합감사를 끝으로 국감 일정을 마무리한다.

이번 국감은 시작 전부터 상임위별로 ‘조국 대전’이 예고됐다. 자유한국당은 ‘제2의 조국 인사청문회’를 만들겠다며 조 전 장관 일가의 각종 의혹을 국감 무대에 올리며 공세를 퍼부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전면에 내세우고 조 전 장관 철통 엄호에 주력했다.

그 중에서도 조 전 장관이 속해 있는 법사위에선 전면전이 펼쳐졌다. 대법원과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 법무부 등이 피감기관으로,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와 검찰개혁 문제가 핵심 쟁점이었다.

민주당은 검찰이 수사에 나선 목적은 다분히 정치적이었으며 ‘먼지털이식 과잉수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전 장관과 자택 압수수색 담당 검사의 통화 사실이 야당 의원에게 전달된 상황을 ‘야당과 검찰의 내통’으로 규정하는 한편 언론에 대한 ‘피의사실 흘리기’ 의혹을 고리로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반면 한국당은 정부여당이 피의사실 공표 의혹을 문제 삼아 검찰 수사에 압력을 넣고 있다고 맞섰다. 특히 조 전 장관을 “가족 사기단 수괴”라고 표현하며 수사를 촉구했다.

하지만 지난 14일 조 전 장관이 전격 사퇴하면서 법사위 국감의 정점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법무부 국감은 ‘조국 없는 조국 국감’으로 진행됐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국감 데뷔전’이기도 했던 대검찰청 국감에선 여야가 공수를 바꿨다. 윤 총장 인사청문회 때만 해도 윤 총장을 ‘적임자’라고 지지했던 민주당은 “검찰 불신”을 외치며 윤 총장에 날을 세웠다. 반면 청문회 당시 윤 총장 임명을 강력 반대했던 한국당은 윤 총장에게 “짠하다”며 위로와 격려를 보냈다.

정무위와 기재위에서는 각각 조 전 장관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 의혹과 조 전 장관 일가의 탈세 의혹이 여야의 충돌 지점이었다.

조 전 장관 자녀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활동 진위 및 장학금 수령 논란 등은 교육위를 달군 쟁점이었다.

과방위에서는 조 전 장관 딸의 논문 제1저자 등재 논란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허위 인턴 의혹 등을 놓고 여야가 맞섰다. KBS 국감에선 조 전 장관 일가의 자산관리사 인터뷰 유출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앞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8일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KBS가 정경심 교수의 자산을 관리해온 김경록 한국투자증권 차장과의 인터뷰 내용 중 일부를 검찰에 유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국감에선 이 문제가 논란이 됐다.

여야 의원 간 욕설, 막말, 고성도 난무했다. 법사위원장인 한국당 소속 여상규 의원은 지난 7일 국감에서 민주당 김종민 의원을 향해 “웃기고 앉았네. XX 같은 게”라고 욕설을 해 파문을 낳았다. 민주당은 여 의원을 윤리위에 제소했다.

지난 8일 행정안전위 국감에서는 조 전 장관 호칭을 둘러싼 여야 대립 속에 결국 여야 의원들이 고성과 반말을 주고받는 험악한 장면이 연출됐다. 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됐을 때 같이 탄핵됐어야 할 의원이 한두명이 아니다”라고 하자, 우리공화당 조원진 의원은 “야, 너 뭐라고 얘기했어”라며 소리를 질렀다.

지난 4일 복지위 국감에선 김승희 한국당 의원이 대통령 기록관 설립 문제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건망증’, ‘치매 초기증상’ 등으로 표현하면서 여야가 충돌했다.

올해도 ‘이색 아이템’이 국감장에 나왔다. 지난해 국감 때 벵갈 고양이를 데리고 나왔던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올해는 정무위의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장에 ‘국대떡볶이’를 들고 나왔다. 국대떡볶이 대표는 최근 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지칭했다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용주 무소속 의원은 산자위 국감장에 사람의 실제 모습을 모방한 성인용 인형인 ‘리얼돌’을 자신의 옆 의자에 앉혀놓고 “리얼돌을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고 주장해 국회 페미니스트 모임으로부터 “리얼돌은 산업이 될 수 없다. 이 의원은 사죄하라”며 뭇매를 맞았다.

이번 주 대부분 상임위의 국감은 종료되지만, 운영위의 대통령 비서실 및 국가안보실 국감이 11월 1일로 예정돼 있어 ‘조국 국감’은 계속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포스트 조국 정국에서 야당이 정치 공세를 접고 민생·개혁과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한국당은 조국 사태의 책임론을 부각하며 여권 수뇌부 사퇴 카드를 꺼내 들며 맞서고 있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국감 내내 ‘조국 대전’에 몰두하면서 정책 이슈는 부각되지 못했다.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 다른 야당들도 정책 이슈 면에서 이렇다 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막말과 고성만 난무한 채 여야가 모두 정책 국감보다 ‘기승전 조국 국감’으로 갈음되면서 ‘맹탕국감’에 머물렀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향신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17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증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대검 대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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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종합국정감사에서 무소속 이용주 의원이 성인용품인 리얼돌을 보여주며 질의를 하고 있다./권호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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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오수 법무부 차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 명패는 발언대 수납함에 치워져 있다./권호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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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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