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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 (월)

[책과 삶]인류의 자원, 모래가 고갈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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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가 만든 세계

빈스 베이저 지음·배상규 옮김

까치 | 362쪽 | 1만6000원

경향신문

2007년 6월21일 경북 왜관읍 금산리 부근 낙동강 상류에서 촬영한 골재채취 현장. 이곳에서 채취된 골재는 인근의 대도시로 실려갔다. 김영민 기자


물과 공기를 제외하면 우리가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자원은 모래다. 굳이 바닷가까지 가지 않더라도 학교 운동장이나 집 근처 놀이터에 널려 있는 게 모래다. 그래서 양은 무수히 많고 가치는 별로 없는 물건을 모래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런데 큰일이다. 이 모래가 조만간 바닥날지도 모른단다. 그리고 모래가 없으면 인류 문명의 기반이 통째로 흔들릴 것이라고 한다. 어쩌다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그 많은 모래를 다 어디에 썼길래 이 지경이 됐을까. 미국의 저널리스트 빈스 베이저가 쓴 <모래가 만든 세계>는 그 이유를 친절하게 알려준다. 베이저는 인도에서 모래 채취를 반대하던 농민이 ‘모래 마피아’에게 살해당한 사건을 취재하다 모래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먼저 모래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시작하자. 모래는 크기와 형태가 다양한 소형 물체의 집합이다. 지질학에서 가장 널리 사용하는 ‘어든 웬트워스 입도 구분 척도’는 모래를 ‘지름이 0.0625㎜에서 2㎜ 사이인 단단한 알갱이’로 규정한다. 인간 머리카락보다 조금 더 굵은 정도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래 알갱이의 70%는 석영으로 이뤄져 있다.

석영은 이산화규소(SiO2)가 결정을 이룬 것이며, 실리카(silica)라고 불리기도 한다. 석영을 구성하는 규소(Si)와 산소(O2)는 지각에서 가장 풍부한 원소이고, 이들로 구성된 석영 역시 지구상에서 가장 흔한 광물이다. 석영은 세계 전역의 산이나 기타 지질을 이루는 화강암 따위의 암석에 풍부하게 들어있다가 비, 바람 등에 침식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모래 알갱이는 물을 타고 흐르다 강 바닥이나 해변에 쌓인다.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문명의 상당부분은 모래로 이뤄져 있다. 모래성처럼 곧 무너질 수 있다는 비유가 아니라 ‘진짜 모래’로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먼저 지금 당신이 있는 곳의 바닥부터 보자. 건물 안에 있든, 길 위에 있든 당신은 지금 모래를 밟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건물을 짓거나 길을 닦을 때 쓰는 콘크리트의 주재료는 자갈과 모래다. 모래에는 많은 용도가 있는데 그중에서 콘크리트용으로 가장 많이 쓰인다. 콘크리트는 시멘트와 물에 골재, 다시 말해 모래와 자갈을 섞어 만든다. 보통 골재가 75%, 물이 15%, 시멘트가 10%를 차지한다.

경향신문

자동차를 타고 아스팔트 차로를 달린다 해도 모래의 세계를 벗어난 것은 아니다. 도로를 포장하는 데 쓰이는 아스팔트는 원유에서 나온 석유화합물에 골재를 섞어 만든다. 그리고 아스팔트를 깔기 전에는 보통 콘크리트로 먼저 기초를 닦는다.

모래로 만든 것 중 콘크리트 다음으로 현대 사회에 영향을 준 것은 유리다. 일반적인 유리창의 경우 석영의 구성 성분이 70%를 차지한다. 창문 말고도 전등, 음료수 용기에 유리가 쓰이고, 텔레비전, 시계, 휴대전화 제작에도 사용된다. 광학섬유, 현미경과 망원경 렌즈도 유리다. 역사가 앨런 맥팔레인과 게리 마틴은 저서 <유리 심해탐구선>에서 “유리가 없었다면 사진도, 영화도, 텔레비전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며,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의 세계에 대한 이해’도, ‘항생제의 개발이나 DNA의 발견에서 비롯된 분자생물학의 혁명’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중요한 모래가 고갈되고 있다.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문명의 이기’를 쓰는 사람의 수가 늘어나면서 모래 소비 또한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매년 인류가 사용하는 모래와 자갈은 500억t이다. 모래 소비량은 10년 전과 비교해 2배로 늘어났다.

막대한 모래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각국의 강바닥과 해변은 말 그대로 파괴되고 있다. 그 영향으로 생태계는 망가지고 농경지가 황폐화되기도 한다. 강둑에서 모래를 퍼나르는 바람에 다리가 무너지는 일까지 생겼다.

산이 깎이면서 새로운 모래가 계속 생기기는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모래는 그보다 훨씬 많다. 세계야생동물기금협회의 계산에 따르면 모래를 포함해 인류가 이제껏 사용한 자연 재료의 양은 자연이 회복할 수 있는 수준보다 40년 앞서 있다고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재료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려면 지구가 1개 반은 더 있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결국 해결책은 하나뿐이다. 모래를 적게 쓰는 것이다. 그리고 모래를 적게 쓰려면 ‘무엇이든지’ 적게 쓰기 시작해야 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흔한 모래가 고갈될 지경이라면 우리의 소비방식 전반을 진지하게 재고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베이저는 책을 마무리하며 말한다. “정말로 중요한 문제는 개별 자원이 아니라 모든 자원을 신중하고 현명하게 사용하는 것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우리는 70억 인구가 모래보다 더욱 단단한 기초 위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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