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PD수첩·정연주
‘정적제거’ 정권 하명성 수사 극성
민간인사찰·MB사저터엔 ‘면죄부'
용산참사 땐 철거민 쪽만 기소도
“MB 때 검찰은 비상식에 가장 추악”
“형, 측근 구속처리는 당연했던 사안”
학계, 시민단체 ‘정치검사 본색' 비판
윤 총장 “중간에 답변 끊겨 오해”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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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때 정치적 중립이 잘 보장됐다’는 취지의 윤석열 검찰총장의 국정감사 답변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윤 총장은 18일 “답변하다 중단돼 취지가 전달되지 못해 생긴 오해”라고 해명했지만, 검찰을 대표하는 수장으로서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 총장은 지난 17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어느 정부가 검찰 중립을 보장했느냐’는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제 경험으로만 하면 이명박 정부 때 중수부 과장으로, 특수부장으로 3년간 특별수사를 했는데, 대통령 측근과 형 이런 분들을 구속할 때 별 관여가 없었던 것으로 쿨하게 처리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의 형으로 ‘만사형통’으로 불린 이상득 전 의원과 ‘왕차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이 비리 혐의로 구속된 사례를 들어 이명박 정부가 검찰의 중립성을 보장한 ‘쿨’한 정부였다는 답변이다.
개인적 수사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임에도 비판 목소리가 적지 않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자신의 에스엔에스(SNS)에 “이명박 정부 초기 검찰 행태는 온 국민에게 검찰의 정치 편향을 보여준 비상식의 극치”였다며 “이것을 쿨하다고 표현한 그는, 습관적 체질적으로 강자들의 편에 서 있는 ‘정치검사’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강성현 성공회대 교수는 “이상득, 천신일, 최시중, 박영준 같은 수사는 이명박 정부가 쿨해서가 아니라 원래 그렇게 수사해야 했던 것들”이라며 “이게 검찰 수장이 할 말일까. 이명박 정부 시절은 검찰이 가장 추악했던 시기”라고 지적했다.
한학수 <피디(PD)수첩> 피디는 “윤 총장이 쿨하다던 시기에, 피디수첩 피디들과 작가들은 체포되고 수갑을 차야 했다”며 “당신의 쿨함이 무엇이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역시 수사 대상이었던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도 “단 한번이라도 무지막지한 권력에 인격살해를 당하고도 쿨할 수 있을까. 섬하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썼다.
실제 이명박 정부 때 정권 반대 세력을 대상으로 한 수사가 적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가 대표적이다. 검찰은 2009년 노 전 대통령 일가와 후원자 등에 대한 수사에 나섰고, 피의사실을 공표하며 노 전 대통령을 압박해 사태를 극단으로 몰고 갔다.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의혹을 보도해 광화문 촛불집회를 촉발한 <피디수첩> 수사와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수사,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의 배임 혐의 수사 등도 모두 무리한 정치적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거꾸로 청와대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 수사와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수사 등은 정황과 증거가 드러났지만 제대로 기소가 이뤄지지 않았다. 철거민과 경찰 등 모두 6명이 희생된 ‘용산 참사’ 사건에서도 검찰은 철거민 쪽만 기소하고 경찰의 과잉진압 여부는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참여연대는 2013년 낸 ‘엠비(MB) 5년 검찰보고서’를 통해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나서서 대통령의 뜻을 받들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허물어뜨리기도 하고, 검찰 스스로 살아 있는 권력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온몸을 던진 5년”이라고 평가했다.
윤 총장은 논란이 커지자 이날 오전 “이명박 정부에서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순차적으로 검찰 수사 과정의 경험 및 소회를 답변하려 했다. 특히 현 정부는 과거와 달리 법무부에 처리 예정 보고를 하지 않고 청와대가 검찰의 구체적 사건 처리에 일체 지시하거나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을 설명하려 했다”고 해명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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