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결과 발생하지 않았다면 고의 추단할 수 없다"
‘신림동 영상’ 속 30대 남성이 지난 5월 31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는 모습. 연합뉴스 |
귀가하던 여성을 쫓아 집 안까지 침입하려 한 영상으로 논란을 빚은 일명 ‘신림동 강간미수 영상’ 속 30대 남성이 주거침입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강간미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아 검찰이 요청한 보호관찰 명령은 기각됐다. 남성의 실질적인 폭행이나 협박, 성폭행 등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달에도 서울 광진구에서 현직 경찰관이 한밤중 귀가하던 여성을 뒤쫓아 집 안까지 침입하려다 경찰에 붙잡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사한 스토킹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자 국내에도 ‘스토킹방지법’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신림동 사건 30대 남성…주거침입 유죄∙강간미수 무죄
지난 5월 유튜브에 공개된 일명 ‘신림동 강간미수 영상’. 유튜브 캡처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김연학)는 지난 16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주거침입강간미수)등 혐의로 기소된 조모(30)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주거 침입한 사실은 인정하고 있고, 공동현관을 통해 내부에 있는 엘리베이터, 공용 계단 및 복도 등에 들어간 때 이미 주거 침입을 한 것”이라며 주거침입 혐의는 인정했지만 “강간미수는 (피해자의 집에 들어가려 한)행위로 인해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이를 토대로 고의를 추단할 수 없다”고 강간미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검찰이 요청한 보호관찰 명령도 기각됐다.
하지만 주거침입 혐의로 징역 1년이 선고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은의 변호사는 지난 1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강간미수를)유죄로 인정할 수 없고 대신 주거침입을 판단함에 있어 죄의 질이 나쁘니 이걸 좀 더 중하게 처벌하겠다는 것”이라며 “(징역 1년 선고는)의미 있는 판결이고 그게 그동안 (비슷한 사례의 처벌이)안 돼 왔다는 것에 대해 비난받아야 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의 범행 장면은 언론 등에 수차례 보도됨으로써 1인 가구가 나날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주거침입 범죄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을 한층 증폭시켰다”며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동기와 관련하여 술을 한잔하자고 말을 걸기 위하여 피해자의 주거지까지 뒤따라갔다고 진술하나 그 경위에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을 뿐 아니라 범행의 내용 및 태양(행태) 등에 비추어 보면 그와 같은 행위로 인한 위험성이 상당히 크다”고 밝혔다.
◆ 반복되는 스토킹 범죄…국내도 ‘스토킹방지법’ 도입해야
경찰청에 따르면 스토킹 범죄 발생 건수는 2014년 297건에서 지난해 544건으로 4년 만에 두 배 가까이 급증하고 있다. 스토킹 피해자는 보복에 대한 두려움으로 신고하지 경우가 많아 실제 피해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에도 신림동 사건과 비슷한 사건이 반복됐다. 서울경찰청 기동단 소속 A경사는 지난 9월11일 0시10분쯤 서울 광진구의 한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20대 여성을 뒤쫓아 가 집으로 끌고 가려다 여성이 소리치자 달아났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A경사를 지난 3일 주거침입강간미수 혐의로 검거했고 8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경찰청은 A경사를 직위해제했다.
이같이 혼자 사는 여성들의 불안이 커지면서 ‘스토킹방지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18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우리나라에는 스토킹방지법이 없는데 외국에는 이미 스토킹방지법을 여러 나라에서 가지고 있다 보니까 스토킹이라는 게 얼마나 심각한 범죄인지가 국제적으로 나름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신림동 사건처럼 우리는 (스토킹과 관련한)죄명 자체가 없기 때문에 사실은 (성범죄 혐의로)지금 처벌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피해자에게 발생하는 공포, 정신적인 상해도 피해인데 만약 (가해자가)항소심에 가서 집행유예 돼서 풀려나면 이 상습 스토커에게 주어지는 책임은 너무 경미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 부분을 스토킹이라는 행위로 범죄화해서 어느 정도는 일종의 성범죄와 연관된 예비적 의미의 범죄를 새롭게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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