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단기전 승부 8할 분위기, SK 벤치부터 내줬다 [SS PS 현장속으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2019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3차전 키움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17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렸다.SK 염경엽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고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고척=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단기전은 분위기 싸움이 승부의 8할 이상 결정한다. 플레이오프(PO) 1,2차전을 연달아 내주면서 벼랑 끝에 몰린 만큼 SK 더그아웃 분위기는 ‘여좌침석’이 따로 없었다. 애써 밝은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말그대로 연출일 뿐이었다. 시간이 흐를 수록 키움과 뚜렷이 대비되는 집중력 차이를 드러내 무거운 침묵만 흘렀다.

17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PO 3차전을 앞둔 SK 더그아웃은 비교적 고요함 속에서 결전을 대비했다. 포스트시즌(PS)처럼 큰 무대에서 더그아웃 분위기는 팀의 경기력을 좌우하는 중대한 요소다. PO에서 이상하리만큼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아 지난 2경기 8타수 무안타에 그친 고종욱은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는데, 애써 웃으면서 “대타 기회가 오면 노려보겠다. 오늘은 그저 마음을 내려놓고 (이)재원이 형, (최)정이 형을 응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팀이 탈락 위기에 놓인 만큼 가라앉은 더그아웃 분위기서부터 이바지하겠다는 의지였다.

스포츠서울

2019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3차전 키움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17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렸다. SK 최정이 5회초 1사1,2루 헛스윙 삼진아웃을 당한 후 덕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고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초조한 마음이야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SK 주력 선수 하나, 둘 마음을 모으면서 최대한 더그아웃에서 상승 동력을 만들고자 애썼다. 최대 위기에서 ‘소방수’ 구실을 맡은 선발 투수 헨리 소사도 경기 전 무언가 특별한 기운을 받기 원하는 것처럼 동료 뿐 아니라 취재진, SK 관계자에게 먼저 다가가 하이파이브하며 유쾌하게 더그아웃에 등장했다. 염경엽 감독과 최정, 이재원 등 베테랑도 어린 선수들을 독려했다. 가만히 있어도 기운이 퍼져나오는 키움 벤치와는 시작 전부터 대비됐다.

고요했던 SK 더그아웃은 1회 초 공격서부터 서서히 달아올랐다. 리드오프 배영섭이 상대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하고 2번 제이미 로맥의 좌전 안타가 연달아 터지자 더그아웃에서는 여러 선수들이 두 손을 치켜들며 포효했다. 이어 최정 타석 때도 병살 코스로 빠진 타구를 키움 유격수 김하성이 또다시 포구 실수를 저질렀다. 정의윤이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1회부터 2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안타깝게 이재원이 유격수 땅볼로 잡히면서 선취점 기회를 놓쳤는데 더그아웃에서는 너도나도 손뼉을 치면서 초반 흐름을 놓치지 않고자 했다.

스포츠서울

SK 선발투수 소사가 1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KBO리그 키움과 SK의 풀레이오프 3차전 4회말 무사 키움 송성문에게 2루타를 허용한 뒤 손혁 투수코치에게 공을 넘기고 마운드에서 내려가고 있다. 고척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하지만 3회 또다시 찾아온 2사 2,3루 득점 기회에서 김강민이 삼진으로 물러나자 여러 선수가 고개를 푹 숙이면서 아쉬워했다. 사력을 다해 잡고 있던 집중력이 ‘여기까지인가’라는 아쉬움의 그림자가 덮는 듯 했다. 초반 득점이 기사회생 지름길과 같았던 흐름에서 두 차례 기회를 놓치자 더그아웃에서는 초조함이 점차 묻어났다. 결국 3회 말 수비에서 키움 이정후에게 2타점 적시타를 얻어맞자 SK 더그아웃은 얼음장 같은 분위기로 변했다. 4회 말엔 키움 선두타자 송성문이 좌익선상에 절묘하게 걸치는 행운의 2루타를 터뜨렸고, 선발 투수 소사는 마운드를 내려왔다. 일부 동료들이 도열해 소사를 격려하기도 했지만 베테랑 박정권 등은 속이 탔는지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5회말 점수 차가 1-7로 벌어지자 더그아웃이 더욱 산만해지기 시작했다. 아쉬움에 고개를 돌리는 선수도, 힘없이 박수를 치는 선수도 활기를 잃은 표정이었다.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보면서도 눈빛만큼은 생기를 잃지 않은 키움과 완벽한 대비를 이뤘다. 겉으로는 ‘2패 뒤 리버스 스윕’을 외쳤지만, 3차전 결과는 참혹한 1-10 대패였다. 그라운드를 감싸는 기운을 바꾸기엔 1, 2차전 패배가 너무나 쓰렸나보다. 디펜딩챔피언은 정규시즌 우승에 실패한 순간부터 짧은 가을을 예감한 듯 무기력했다. 단기전은 역시 분위기 싸움이다.
kyi0486@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