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해에 '관세 국경' 설치
존슨 총리, EU제안 수용했지만
보수당 매파·DUP 반발 부딪혀
정상회의 전까지 타결 어려울듯
영국과 유럽연합(EU)이 17~18일(현지시간) 열리는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벌이고 있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Brexit) 협상이 다시 안갯속으로 빠졌다. 한때 양측이 의견 차를 상당폭 줄이면서 큰 틀의 합의에 도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여당인 보수당과 연정관계인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이 여전히 반발하고 있어 EU 정상회의 이전에 타결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6일 AP통신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과 EU는 전날부터 시작한 협상을 이날 새벽1시30분께 마무리한 뒤 같은 날 오전 협상을 재개했다. AP통신은 영국과 EU 양측이 밤샘 협상에서 돌파구에 도달하는 데 실패했다고 전했으며 DUP도 성명을 내고 “아직 견해 차이가 남아 있으며 추가적인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영국령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 아일랜드 사이에 통행·통관 선을 긋지 않는 대신 아일랜드해에 관세 국경을 세우자는 EU의 제안을 수용하며 브렉시트가 합의 직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영국의 탈퇴 조건에 대한 이견은 좁혀졌지만 DUP가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다 영국 측에서도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EU 정상회의 전까지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 불분명해졌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앞서 지난 2일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후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시키는 ‘백스톱(backstop·안전장치)’ 조항을 없애는 대신 4년간 ‘두 개의 국경(북아일랜드가 EU 관세동맹에서는 탈퇴하되 농식품·상품은 오는 2025년까지 EU 단일시장 규제를 적용받는 것)’을 두는 대안을 내놓았지만 EU가 이를 거부했다. 이에 존슨 총리는 10일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에게 북아일랜드에 법적으로는 영국의 관세체계를 적용하되 실질적으로는 EU 관세동맹 안에 남기는 ‘두 개의 관세체계’ 수정안을 제시한 바 있다.
양측이 합의에 도달하더라도 영국 의회가 합의안을 통과시킬지가 관건이다. 보수당 의석수(288석)가 하원(650석) 과반에 못 미치는 구조상 DUP(10석) 지지가 필요한데 이번 합의안은 북아일랜드 역시 다른 영국 연방들처럼 EU를 완전히 탈퇴해야 한다는 DUP 입장과 어긋나기 때문이다.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는 합의안과 관련해 DUP를 따르겠다는 입장이어서 당내 분열까지 초래할 수 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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