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일랜드, 법적으로는 英·실질적으로는 EU 관세체계 적용 유력
"법조문화에 2개월 넘게 걸려…합의되더라도 브렉시트 내년으로 연기 불가피"
"英 의회 승인 여부도 불투명"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와 바클리 영국 브렉시트부 장관 [AP=연합뉴스] |
(런던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김병수 기자 = 영국과 유럽연합(EU)이 15일(현지시간) 브렉시트(Brexit) 재협상과 관련해 큰 틀의 합의에 도달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영국 정부는 그러나 아직 합의에 이르기까지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는 입장을 보이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또 일부 언론은 영국과 EU가 이번에 합의에 이르더라도 합의 내용을 법조문으로 구체화하는 데 두 달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돼 당초 이달 31일로 예정된 브렉시트를 재차 연기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아일랜드 국경과 관련해 중대한 양보를 통해 브렉시트 합의 직전에 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영국과 EU 양측 취재원을 인용, 영국 정부가 최종 '그린 라이트'를 줄 경우 합의안 초안이 오는 16일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가디언은 양측이 아일랜드해(海)에 관세 국경을 세우는 방안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존슨 총리는 기존 브렉시트 합의안 중 문제가 된 '안전장치'(backstop)의 대안으로 4년간 '두 개의 국경'을 두는 것을 뼈대로 하는 대안을 지난 2일 EU에 제시했다.
EU가 수용 의사를 나타내지 않자 존슨 총리는 다시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국경을 맞댄 자국령 북아일랜드에 '두 개의 관세체계'를 동시에 적용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수정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북아일랜드는 법적으로는 영국의 관세체계를 적용하되 실질적으로는 EU 관세동맹 안에 남기는 것이다. 이른바 '하이브리드 해법'이다.
가디언은 이날 밤 양측이 최종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공영 BBC 방송은 그러나 총리실이 이런 합의 관측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총리실 대변인은 "협상이 매우 건설적이지만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BBC는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가 16일 오후 2시(영국 서머타임·BST)에 EU 대사들에게 브렉시트 협상과 관련한 브리핑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바르니에 수석대표는 화요일인 이날 저녁까지 양측이 합의안 초안에 반드시 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측이 합의에 도달하면 오는 17∼1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추인을 받을 예정이다.
이후 존슨 영국 총리는 토요일인 19일 하원을 열고 합의안 승인을 시도할 계획이다.
가디언은 북아일랜드가 법적으로는 여전히 영국의 관세 체계 안에 남는다는 점을 존슨 총리가 강조하겠지만, 민주연합당(DUP)과 보수당 내 유럽 회의론자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고 분석했다.
보수당 내 유럽회의론자 모임인 '유럽연구단체'(ERG)의 수장인 스티브 베이커 의원은 "내가 찬성할 수 있는 수용 가능한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에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베이커 의원은 '존슨 총리를 신뢰하고 있다'고 동료 유럽회의론자 의원에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융커 EU 집행위원장(우)과 회동한 존슨 英총리(좌) |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인 DUP의 알린 포스터 대표는 전날에 이어 이날 밤에도 존슨 총리와 별도로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터 대표는 기자들에게 "영국을 위해 최선의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U 측도 금주 내에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을 열어뒀다.
바르니에 EU 수석대표는 15일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기자들에게 "합의가 어려울 것이고, 점점 더 어려워지겠지만 여전히 금주에 (합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하지만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영국과 EU 양측이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데 대해 지난 몇 달보다 더 낙관적이라고 하더라도 실제로 합의에 이를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협상에 참여하는 익명의 EU 관리는 WP에 "터널 안에 불빛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출구에서 나오는 불빛이 아니라 네온등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분석가의 말을 인용해 존슨 영국 총리가 EU와 합의를 하더라도 북아일랜드 국경 문제에 대해 EU에 너무 많은 양보를 하면 영국 의회에서 지지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북아일랜드 문제와 관련해 존슨 총리가 EU에 제안한 '하이브리드 해법' 개념을 어떻게 법조문으로 구체화할지도 문제다.
하이브리드 해법의 복잡성 때문에 영국 정부는 아직 EU가 수용할 수 있는 법률 텍스트로 이를 입안해 제시하지는 못했다고 NYT는 전했다.
더욱이 이 같은 방안이 아일랜드 세관을 통과한 상품의 최종 목적지를 추적해야 하는 문제와 밀수를 조장할 수 있는 위험 등 새로운 문제를 야기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 때문에 영국과 EU가 원칙적으로 협상을 타결하더라도 존슨 총리는 당초 이달 말로 예정된 브렉시트 데드라인을 연장하도록 압력을 받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NYT는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영국과 EU간)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브렉시트는 내년으로 연기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존슨 총리가 이미 자신이 제안한 복잡한 '북아일랜드 계획'의 세부내용을 마련하려면 두 달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보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앞서 이달 말로 예정된 '브렉시트 연장을 EU에 요청하느니 차라리 도랑에 빠져 죽겠다'며 배수진을 쳤던 존슨 총리는 자신의 약속을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신문은 밝혔다.
신문에 따르면 독일 정부 고위 관리도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치적 합의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며 브렉시트가 내년 1월 1일까지 세 번째로 연장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템스강 건너편에서 바라본 영국 의사당의 모습 [AFP=연합뉴스] |
한편, 영국과 EU 양측이 EU 정상회의 때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영국 의회를 통과한 유럽연합(탈퇴)법, 이른바 '벤 액트'에 따라 브렉시트는 3개월 추가 연기될 것이 유력시된다.
앞서 영국 의회는 EU 정상회의 다음 날인 오는 19일까지 정부가 EU와 브렉시트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존슨 총리가 EU 집행위원회에 브렉시트를 2020년 1월 31일까지 3개월 추가 연기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도록 했다.
일각에서는 EU가 브렉시트 직전인 오는 27일 내지 28일 추가로 브렉시트 특별 정상회의를 열어 그때까지 브렉시트 합의를 시도하거나, 브렉시트 연기를 결정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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