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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빠질 때부터 제3 인터넷은행 흥행 참패는 예견돼 있었다."
제3 인터넷은행 접수 결과를 받아든 업계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토스뱅크와 소소뱅크, 파밀리아뱅크가 출사표를 던지면서 3~4곳이 도전장을 낼 거란 예상은 맞았다. 하지만 혁신성과 안정성을 갖춘 곳은 토스 컨소시엄 뿐이다. 이로써 최대 2곳에 예비인가를 주겠다는 금융당국의 계획은 수포가 됐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은행을 진정한 '메기'로 키우려면 대주주 적격 심사를 완화하고, 빅데이터 활용에 필요한 데이터3법을 개정해 '판'을 키워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적자고개' 넘는 카뱅ㆍ케뱅, 대주주적격 규제에 발 동동= 인터넷은행의 핵심은 '얼마나 혁신적이고, 파괴적인 정보통신(ICT) 기업이 주도하느냐'에 달려있다. 폭넓은 고객 기반과 빅데이터 가공 능력이 승패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해외도 소니(일본), 텐센트(중국) 등 유망 ICT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5월 금융당국이 제3 인터넷은행 계획을 세울 때부터 시장은 'ICT공룡' 네이버에 집중했다. 하지만 공룡은 한국이 아닌 해외를 택했다. 우리나라의 '갈라파고스 규제'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대주주 적격성 규제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따르면 금융사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이나 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으면 대주주에 오를 수 없다.
공교롭게 2017년 출범한 1, 2호 인터넷은행 모두 이 그물망에 걸려있다. 우선 케이뱅크는 KT의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돼 증자 계획이 무산됐다. 지난해 800억 원 적자를 메우려면, 장사를 해야 하는데 '밑천'이 없다보니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출범 2년 만에 흑자로 돌아선 카카오뱅크도 최대주주 변경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재 카뱅의 최대주주는 한국투자금융지주다. 카카오가 그 지위를 가져오기 위해 작업 중이다. 두 달 전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계열사 공시 누락 문제를 해결하고 금융당국 승인까지 받았다.
그런데 한국투자금융의 지분 정리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지주사는 금융사 지분을 50% 이상 보유해 자회사로 편입하거나, 아니면 5% 이내로 보유해야 한다. 한국투자금융가 들고 있는 카뱅 지분을 한국투자증권으로 넘겨야 한다는 애기다. 그런데 한투증권은 공정거래법을 위반해 5000만 원 벌금형을 받았다. 카뱅은 이런 실타래 속에서 증자 계획을 확정하기 위해 16일 이사회를 할 예정이다.
문종진 명지대 교수는 "엄격한 대주주 적격성 규제가 기업들의 인터넷은행 진출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대주주 적격성 심사 시 인터넷은행 발전 필요성을 고려해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는 예외로 한다'는 시행령을 너무 경직적으로 해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빅데이터 규제에 중금리대출 영업도 '꽁꽁'…"파이 나눠 먹기 불과"= 인터넷은행의 주요 활동 무대는 중금리대출 시장이다. 금융거래가 없는 차주(신파일러)들의 신용등급을 매기는데, ICT가 가진 쇼핑, SNS, 결제정보 등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카뱅은 이런 빅데이터를 활용해 6000억 원의 중금리대출을 공급했다. 은행권 비중으로 따지면 60%나 된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한국은 과도한 개인정보보호로 50여 개 내외의 스몰데이터를 신용분석에 사용하고 있다"며 "중국 같은 포용금융은 꿈도 꾸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은행의 '판'을 키워주려면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을 개정해야한다고 말한다. 이 법은 개인정보를 상업, 과학연구, 통계 등에 활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물론 개인정보는 익명처리되며 추가 정보의 결합 없이는 식별이 불가하다. 전문기관의 승인도 받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데이터 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며 법안 통과를 지지했지만, 일부 야당의원과 시민단체들의 반대로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도 오르지 못했다. 이번 국회에서 통과 되지 못하면 자동으로 일괄폐기된다.
오 회장은 "국회서 데이터3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며 "더 늦으면 한국 금융산업은 더욱 낙후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인터넷은행의 시스템리스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재 금융사들은 업권별로 다른 리스크 규제를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시중은행은 예금, 대출, 지급결제, 외국환, 방카슈랑스 등 다양한 업무를 하는 만큼 △최소자본금 1000억 원 이상 △동일인과 비금융주력자(의결권 4%)의 지분보유 제한을 받고 있다.
지방은행은 업무 범위는 차이가 없지만, 단위 영업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최소자본금 규제가 250억 원으로 적다. 대신 동일인과 비금융주력자 의결권이 15%를 넘으면 안 된다. 저축은행은 지분규제는 없지만, 최소자본금 40억~120억 원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신협은 조합 특수성이 반영돼 최소자본금 기준이 4000만~3억 원이다.
인터넷은행은 은행법에 따라 설립됐고, 전국을 대상으로 영업한다는 이유로 지방은행에 준하는 '자본금 250억 원'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재무 안정성을 위해선 이보다 더 많은 돈을 쌓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실제 카뱅과 케뱅의 초기 자본금은 10배에 달하는 2500억 원, 3000억 원이었다. 저축은행이나 신협과 비슷하지만, 1금융권에 버금가는 규제를 받고 있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스템리스크 규모와 규제 수준간의 관계를 고려하면 인터넷은행의 규제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투데이/박선현 기자(sunhyu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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