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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2주 가량 앞둔 영국이 여전히 합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14일(현지시간) 예정대로 '여왕 연설'을 진행한다. 보리스 존슨 총리의 '포스트 브렉시트' 구상을 담은 정부 법안들이 공개될 예정이다.
BBC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이날 의회에서 정부의 주요 입법계획을 발표하는 연설을 하고 의회에 승인을 요청한다. 이는 통상 하원 회기가 시작될 때 마다 영국 여왕의 연설로 새 회기를 알리는 관례에 따른 것으로, 존슨 총리 취임 후 첫 연설이다.
BBC는 92세인 여왕을 위해 내각에서 작성한 이날 연설 내용에는 브렉시트를 포함한 정부의 우선순위가 뚜렷하게 담길 것이라고 전했다. 브렉시트 합의를 위한 법안 외에도 외국인 범죄자, 성범죄자에 대한 엄격한 처분과 가정학대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 등 22가지 법안이 포함될 예정이라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다만 브렉시트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이어지고 조기총선 가능성마저 대두하는 상황에서 정치적 중립인 여왕의 위치를 존슨 내각이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잇따른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전날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일(14일) 여왕 연설과 의회 개회식은 터무니 없다"고 비판했다.
영국에서는 여왕 연설 전 의회를 정회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앞서 영국 대법원은 존슨 총리가 5주간의 의회 정회를 추진한데 대해 정당한 이유없이 의회의 헌법적 기능 수행을 방해했다며 무효화 판결했었다. 현지 언론들은 "이미 여왕 연설을 둘러싼 논란이 커진 상태"라며 "왕실 측근들은 존슨 총리가 여왕 연설을 조기총선 개최 등 정치적 분쟁으로 이용할 수 있다로 생각하고 심각한 동요를 보였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브렉시트 이행을 위해 노 딜(No Deal)도 불사하겠다고 밝혀온 존슨 총리는 오는 17~18일 EU정상회의를 앞두고 금명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장 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 등과의 전화 회담을 통해 합의를 시도할 예정이다.
영국과 EU는 지난 주말 이뤄진 회담에서는 극적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EU측 브렉시트 협상 대표인 미셸 바르니에 대표는 전날 EU대사들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에서 "진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만난 메르켈 총리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미국, 중국과 함께 EU의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 EU 내에서는 브렉시트 시한을 연기하는 방안이 더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영국 하원은 앞서 존슨 내각이 오는 19일까지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브렉시트를 3개월 미루는 내용의 노 딜 방지법(EU법)을 통과시킨 상태다. 융커 위원장 역시 "연기를 요구할 지 여부는 영국에서 결정할 일"이라면서도 "존슨 총리가, 아마도 그렇게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만약 시한을 더 달라고 한다면 이를 거절하긴 어렵다"고 브렉시트 연기에 동의하겠다는 입장을 표했다.
다만 존슨 총리는 협상 타결을 위한 주요한 일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낙관론을 내비치고 있다. 그는 이달 초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국경에서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이전 합의안에 포함된 안전장치(backstop)를 폐기하는 대신, 4년간 두 개의 국경을 갖는 내용의 대안을 제시한 상태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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