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예선에서 1승1무로 순항하고 있다. 라이벌 태국과의 원정에서는 비기고 말레이시아와 홈경기에서 승리하며 1승1무를 기록하며 조 선두를 다투고 있다. 베트남은 월드컵 본선은 커녕 최종예선에도 진출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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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히딩크 감독의 수제자였다. 그가 수제자가 된 건 히딩크의 배려가 아니라 그의 노력 덕분이다. 하루는 합숙 훈련 중 밤에 잠을 청하는 데 그가 방문을 두드렸다. 그는 노트북을 들고 찾아와 선수들의 몸상태 등을 점검하고 꼼꼼하게 기록했다.
당시 박항서 수석 코치가 이렇게 훈련 전후로 노트북을 펼치는 건 대표팀의 일상적 장면이었다. 하루하루 훈련의 성과와 경험을 잊지 않고 기억하려는 노력이었다.
박 감독이 베트남에서 성공을 거두는 모습을 보면 히딩크의 노하우를 정말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느낌이 든다. 때로는 선수들을 자극하고, 때로는 선수들을 감싸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면 자꾸 20년 전의 기억이 오버랩된다.
또 한가지가 더 있다. 당시 2002년의 한국과 히딩크가 절묘하게 궁합이 맞은 것처럼, 2019년의 베트남과 박항서도 천운을 만난 것 처럼 조화를 이루고 있다.
2019년의 베트남은 2002년의 한국과 비슷한 점이 너무도 많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국가 가운데 한국과 가장 닮은 나라다. 다른 나라와 달리 유교 문화권이다. 어른을 공경하고 대우하는 문화는 우리나라보다 더 깍듯하다. 아이를 잘 가르치겠다는 교육열도 매우 높다. 5000년 역사 내내 끊임없는 외세의 침략을 꿋꿋하게 이겨낸 대한민국처럼, 베트남도 프랑스, 미국, 중국 등을 물리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만만치않은 저력의 국가다. 자존심이 센 것도 같다. 베트남이 최근 눈부신 경제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게 결코 우연이 아니다.
국민들의 뜨거운 애국심, 이같은 국민의 성원 속에서 경기장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려는 선수들의 투지도 2002년의 한국과 2019년 베트남이 똑같은 양상이다.
승리를 거둘 때마다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를 가득 메우며 응원하는 모습을 보면 2002년 거리를 붉게 물들였던 붉은 악마가 떠오른다.
박항서 감독은 이 모든 것을 이미 경험했고 그의 머리와 심장은 다음에 어떤 스텝을 밟아야 할지 알고 있다. 그가 2002년 한국의 기적을 베트남에서 다시 연출할 것이라 믿는다. /김현철 하남 유나이티드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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