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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슈 자율형 사립고와 교육계

조국發 학종개편·자사고 폐지논란…길 잃은 中3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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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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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40대 주부 최선화 씨(가명)는 최근 난생처음으로 입시 컨설팅 업체 3곳으로부터 아들의 고교 입시를 위한 상담을 받았다. 오는 12월 후기고(일반고·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 등) 신입생 선발을 앞두고 어느 학교를 선택하고 지원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안 잡혀서다. 그는 시간당 30만원, 총 100만원에 달하는 돈을 입시 컨설팅 비용으로 쓰면서 가계에 적잖은 부담이 됐다.

그러나 최씨는 학교에서 얻지 못한 입시 정보를 알게 돼 그나마 위안이 됐다고 했다. 최씨는 "부지런히 여러 입시설명회를 다니면서 정보를 모아 봤지만, 시시때때로 달라지는 교육 정책 때문에 감을 잡기가 너무 힘들다"며 "(일례로) 자사고 존폐 문제를 두고도 학교에선 속시원한 답을 안 해주니 결국 사교육을 찾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열혈 학부모로 자녀의 입시 교육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던 중3 학부모 배수호 씨(가명·서울 양천구) 부부는 아예 고등학교 진학을 하지 않겠다는 딸의 고집 때문에 상당한 고민에 빠져 있다. 본래 진학을 염두에 뒀던 외국어고가 내년에 재지정 평가 대상이어서 없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함께 정부가 또다시 대입 개편안을 준비 중인 상황에서 복잡한 입시 과정을 따라갈 엄두가 안 난다는 속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배씨는 "딸아이가 아예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바로 검정고시를 보겠다고 이야기를 한다"며 "학생부 관리도 어렵고 (입시 과정에서) 준비할 게 너무 많다 보니 마음 편히 수능(정시)에 올인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정상적으로 고등학교를 다니게 하고픈 게 부모 마음이지만, 딸의 생각도 완전히 틀린 얘기는 아니다"면서 "교육 정책을 두고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에선 (가계라도 넉넉하다면) 외국 유학으로 마음을 돌리고 싶을 정도"라고 전했다.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고입·대입 개편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학부모들의 혼란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당초 자사고·외국어고의 재지정 평가를 통해 단계적으로 일반고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거듭 밝혀왔던 교육부가 최근 일괄 전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태도 변화를 보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자녀를 둘러싼 각종 입시 특혜·부정 의혹이 일파만파 커진 가운데 교육부가 학생부종합전형의 비교과활동 폐지·축소 검토 등 대입 개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 '대입 4년 사전예고제'에 따라 이번 교육부 대입 개편안은 현 중2 대상 2024학년도 입시부터 적용되는데, 재수하는 학생이 많은 최근 교육계 분위기를 감안할 때 중3도 사정권에 들어가 있다. 설상가상으로 고교 체제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문·이과 통합 수능을 현 고1에 이어 두 번째로 치르게 되는 중3 입장에선 대학마다 조건부로 계열별 선택과목을 정해둘 가능성까지 고려하는 등 치밀한 입시 전략을 짜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당국은 내년 외국어고·국제고 재지정 평가 커트라인 점수를 기존 60점에서 70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미 올해 진행된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시도교육청들이 잇달아 운영성과평가 기준점을 60점에서 70점(전북 80점)으로 높인 점을 어느 정도 감안한 것이라는 게 교육계 분석이다. 내년엔 자사고 12곳과 외국어고 전국 모든 학교(30곳)를 비롯해 세종국제고를 제외한 국제고 6곳 전체가 재지정 평가 대상이 된다. 그렇다 보니 중3 학부모 입장에선 좁아진 고교 선택지 안에서 골머리를 앓는 사례가 늘었다는 후문이다. 특히 공립으로 운영되는 외국어고나 국제고의 경우 일반고 강제 전환 가능성이 사립보다 높아졌다는 분석과, 반대로 올해 지정 취소가 됐음에도 법원의 판단으로 다시 유예가 된 일부 자사고들의 상황까지 고려할 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게 학부모들 얘기다. 서울 강남의 한 입시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2학기에 접어들면서 부쩍 고입 문제로 상담을 받으러 오는 경우가 정말 많이 늘었다"며 "대부분 학교 지위가 불안정한데 지원해도 될지를 묻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문제에 대해 교육계 입시 전문가들은 "재지정된 자사고들이 향후 5년간 자사고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자사고 일괄 폐지 논의는 재지정 이슈가 도래하는 5년 이후나 가능한 얘기"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고교 체제 개편 움직임 속에서) 달라질 수 있는 면학 분위기나 학종 개선안 등 대입이 또 어떻게 바뀌는지에 따른 변수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급기야 일선 학교 현장에서도 해마다 다른 입시 정책 때문에 난감함을 표하는 교사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진로 상담을 제대로 해 줄 공교육 인력도 부족해 사교육에 의존하는 학부모들의 경향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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