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충돌 피하려 총기 분리해 섬 이동…경찰청 "파면 징계 직권 취소 검토"
고(故) 이준규 목포경찰서장 |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의 강경 진압 명령을 거부하고 파면당한 고(故) 이준규 목포경찰서장이 형사재판 재심에서 명예를 회복했다.
광주지법 목포지원 형사2단독 임효미 부장판사는 11일 포고령 위반, 직무유기 등 혐의로 1980년 8월 전교사 계엄보통군법회의에서 징역 1년 선고유예 처분을 받은 이 서장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임 부장판사는 "이 서장 행위의 시기와 동기, 사용수단, 결과 등을 볼 때 헌정 질서 파괴 범행을 저지하거나 반대한 행위로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서장은 1980년 5월 21일과 22일 시위대 120여명이 총기와 각목 등을 들고 경찰서에 들어왔음에도 무력 대응하지 않고 병력을 철수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사상자 발생을 막기 위해 경찰 총기를 군부대에 반납하라는 안병하 전남도 경찰국장의 명령에 따라 경찰서에서 병력을 철수시키고 총기의 방아쇠를 분리해 배에 실어 해경과 함께 가까운 섬인 고하도로 향했다.
이후 목포로 되돌아와 치안 유지 활동을 재개했다.
이 서장은 당시 경찰서 내에서 시민들에게 발포하지 말라는 구내방송을 하고 무기를 반환하도록 시민 세력을 설득하는 등 시민군과의 충돌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서장은 시위를 통제하지 못하고 자위권 행사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파면되고 보안사령부에 끌려가 90일 동안 구금·고문당한 뒤 군사재판에도 회부됐다.
당시 안병하 국장은 직위 해제됐고 지시를 따른 다른 경찰 간부 11명도 의원 면직됐다.
재판 당시 목포시민들이 이 서장 석방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 서장은 고문으로 건강이 악화해 5년간 투병하다가 1985년 암으로 사망했다.
고(故) 이준규 목포서장 사위 윤성식 교수와 딸 이향진 여사 |
고인의 사위 윤성식(65) 고려대 행정학과 명예교수와 딸 이향진(60) 여사가 국가기록원 등에서 기록을 수집해 지난해 5·18 유공자와 특별재심을 각각 신청했다.
국가보훈처는 지난해 7월 5·18 민주 유공자로 결정됐다.
윤 명예교수는 "재심은 아버님의 명예 회복과 진실 규명을 위한 시작이다. 경찰이 직권으로 파면 처분을 취소하는 방법이 있다고 들었다. 이 조치가 어렵다면 파면 무효 소송 등을 통해 순직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도 이 서장의 징계를 취소하는 절차를 검토 중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 서장의 징계 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청과 행안부, 인사혁신처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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