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2 (수)

[인터뷰]결성 20주년 맞은 넬, 3년 만의 정규앨범···어둠 속 색채를 노래하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밴드 넬. 스페이스보헤미안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밴드 넬(NELL)이 3년여 만에 8번째 정규 앨범으로 돌아왔다. 1999년 결성 이후 단 한 번의 멤버 교체 없이, 특유의 섬세하고 몽환적인 음악 스타일로 20년간 한국 음악계에 뚜렷한 족적을 남겨온 넬. 이 ‘비애의 전문가’들이 이번엔 어둠을 들여다봤다. 그저 단조로운 검정색 어둠이 아니다. 검정을 이루는 다채로운 색들을 일별해내며, 조심스레 어둠을 해체해나간 독특한 작업물 <컬러즈 인 블랙(COLORS IN BLACK)>이 10일 발매됐다.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넬의 김종완(보컬·39), 이재경(기타·39), 이정훈(베이스·39), 정재원(드럼·39)을 만나 새 앨범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가 살면서 겪는 어두운 감정들, 가령 슬픔이나 좌절, 우울들을 한 데로 뭉쳐보면 도저히 벗어나거나 감당할 수 없는 ‘커다란 어둠’처럼 느껴지죠. 하지만 여러 개의 색이 섞여 검정이 되는 것처럼, 어둠 안을 잘 살펴보면 그곳엔 각자의 이유와 색깔이 있는 다양한 감정들이 있어요. 이렇게 생각하니 어둠을 받아들이기가 조금은 쉬워지더라고요. 이렇게 어둠 안에도 다양한 감정이 있다는 생각을 담아, ‘컬러즈 인 블랙’으로 앨범 타이틀을 정하게 됐습니다.”

김종완의 설명처럼 <컬러즈 인 블랙>을 채운 9개의 곡은 이별이나 악몽, 상처 등 다양한 색깔의 ‘어두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타이틀곡 ‘오분 뒤에 봐’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나던 친구들과의 만남이 월중 행사, 연중 행사로 바뀌어가는 씁쓸함을 담아내더니, 수록곡 ‘클리셰(Cliche)’에선 진부할 정도로 비슷한 이별의 풍경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식이다.

경향신문

밴드 넬. 스페이스보헤미안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가사로 표현된 상황뿐만 아니라 음악 스타일도 최대한의 다양성을 추구했다. 예컨대 ‘오분 뒤에 봐’가 현악기 선율이 돋보이는 따뜻한 곡이라면 ‘클리셰’는 전자음과 베이스가 두드러지는 리드미컬한 곡이다. 김종완은 “이전 앨범에서는 수록곡들을 관통하는 의도적인 일관성을 넣으려고 했다면, 이번에는 사운드적으로 각자 스타일이 모두 다른 곡들로 채워 넣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설명했다.

사실 애초 구상한 새 앨범은 ‘컬러’가 배제된 ‘블랙’에 가까웠다고 한다. 최근 1~2년간 멤버 각자가 겪은 부침으로 인해 쌓인 ‘독’을 담아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결성 후 처음으로 해외로 나가 곡 작업에만 빠졌던 연초의 경험이 앨범 방향을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올해 1월, 태국 방사라이 해변 근처의 레지던스형 녹음실에서 한달 남짓 저희 멤버들끼리만 머물며 작업에만 매달렸어요.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매일같이요. 다른 조건이나 상황들은 전혀 의식하지 않고, 정말 오랜만에 순수하게 음악에만 빠져든 시간을 보내다보니 ‘새 앨범이 너무 어둡지만은 않겠구나’라고 생각을 바꾸게 됐어요.”(김종완)

갓 성인이 된 동네 친구들 넷이 만나 만든 밴드가 벌써 20년차 ‘거물’이 됐다. 또다시 20년이 흐르면 넬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있을까. “창작을 잘하려면 건강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웃음) 컨디션 조절 잘하고, 멤버들끼리 사이좋게 지내며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으로 나아가려고 합니다.”(이재경) “음악을 정말 좋아했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였는데, 매해 조금씩 더 배워나가며 지난 20년을 보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로 계속 배우고 있어요. 앞으로의 20년도 어제보다도 조금씩 더 알게 되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이정훈)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