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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정치계 막말과 단식

‘정치 실종’ 속 막말 판치는 한글날 여야 “바른 말·품격” 공허한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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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상임위원장 잇단 욕설

총선 앞두고 지지층 결집 골몰

중진들 ‘공천’ 위해 충성 경쟁

“여야 타협 통해 정치 복원을”

여야는 한글날인 9일 앞다퉈 ‘품격 있는 정치’를 다짐했지만 최근 국회에선 막말과 욕설이 난무하고 있다.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에선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두고 여야가 극심하게 대립했고, 상임위원장들이 의원에게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조 장관 문제로 ‘비전 없는’ 대치 정국이 지속된 현실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세 대결에 의존한 진영 정치가 굳어진 상황까지 더해지면서 막말 정치 유혹을 거부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정치 실종’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여야는 이날 ‘바르게 말하는 정치’를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오늘이 한글날이지만 부끄럽게도 정치권의 막말 사태가 끊이지 않는다”고 자성을 담은 논평을 냈다.

바른미래당 최도자 수석대변인은 “한글을 바르게 사용해야 한다”고 했고, 대안신당 장정숙 수석대변인은 “바르게 말하고 귀담아듣는 정치의 복원이 시급하다”고 했다.

국회 현실은 정반대다.

자유한국당 소속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지난 7일 국정감사장에서 민주당 김종민 의원에게 “X신”이라는 욕설을 내뱉었고, 이종구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은 8일 국감 참고인이 검찰 개혁을 주장하자 “지X, 또XX 같은 XX”라고 욕설을 쏟아냈다.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이 조 장관을 ‘전 민정수석’이라고 부르면서 8일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의원 자격 없는 사람, 탄핵당했어야 할 의원이 많다”고 하자, 우리공화당 조원진 의원이 “야, 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라며 반말로 응수했다. 4일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치매 초기 증상’에 빗댄 한국당 김승희 의원과 이에 반발해 “상종 못할 사람” “가증스럽다”고 맞선 민주당 기동민·김상희 의원이 서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기도 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조국 장관 정국에서 정치가 작동하지 않으니 지지층만 바라보는 정치가 심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협상·조정력 부재가 대립과 증오를 낳게 하고, 막말과 망언은 이를 확대하는 수단인 셈이다.

특히 보수 야당은 색깔론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발언까지 여과 없이 쏟아냈다. 앞서 지난 2월 한국당 김순례 의원이 5·18 유공자를 “괴물집단”으로 표현하고, 정진석 의원이 “세월호 그만 우려먹으라”고 망언을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여야가 각각 서초동·광화문 집회로 상징되는 거리 정치 세몰이에 나서면서 더욱 심해졌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여야가 적대적 공생의 길로 가면서 대규모 집회에 나온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중립을 지켜야 할 상임위원장까지 막말 대열에 가세한 것은 총선을 앞둔 ‘충성 경쟁’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국 대전을 거치며 세대 교체 목소리가 커진 만큼 중진 의원들은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다. 최 교수는 “중진 의원들은 총선 불출마 요구가 커질수록 조 장관 거취에 대한 선명한 입장이 (공천권을 쥔 지도부에 대한) 충성의 척도가 될 것이라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야의 경쟁적 막말이 정치 불신을 초래하고, 정치 실종을 낳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만큼 ‘정치 복원’이 시급해 보인다. 최 교수는 “여야 지도자들이 타협점을 찾아 나가야 한다”, 윤 실장은 “정치 혐오를 부추기면 정치의 질이 하락하고 모두 공멸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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