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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9년 10월 8일 (화요일)
□ 출연자 :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노영희 변호사(이하 노영희): 내일도 사실 집회가 예고돼 있는데요. 빨간날 하면 이젠 대한민국에서는 집회가 열리는 날 아니냐, 이렇게 얘기가 성립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국론 분열이라는 단어가 요즘처럼 뼈아픈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언어학 쪽에서 이 상황을 어떻게 읽고 계시는지, 우리가 왜 토론을 제대로 못하고 이렇게 행동으로 뭔가 보여줘야만 하는 상황인지 한 번 여쭤보겠습니다.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신지영 교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이하 신지영): 안녕하세요.
◇ 노영희: 교수님, 사실 제가 교수님 오시면 꼭 여쭤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마음속에 숨겨둔 게 있습니다. 어제 화제가 됐던 법사위원장의 막말인데, 그분이 사실 어제만 그런 말씀을 하신 건 아니고요. 욕설뿐만 아니라 진행하는 내내 여러 가지의 부적절하게 보이는 듯한 발언을 많이 하셨어요. 중앙지검 국감, 서울고검에서 일어났는데요. 이런 막말과 욕설, 또 여당 의원도 마찬가지죠. 여당 의원도 거기에 대해서 강력하게 감정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에. 어떻게 보십니까, 언어학자로서?
◆ 신지영: 일단 토론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토론을 하는 것이 무엇인가, 왜 하는가. 그리고 토론의 규칙을 얼마나 지키려고 노력하는가. 이런 것들을 생각해봐야 하는데요. 어저께 그 막말 같은 경우에는 아주 대표적으로 평소에 그런 말을 했다는, 더 놀라운 건 그 말을 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거거든요. 그만큼 어떻게 보면 일상적으로 하셨을 수도 있다. 이걸 반증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만약에 그런 말을 자신이 했다라고 누군가가 알려주고 그게 됐다면 즉각적으로 사과를 하거나, 너무나 사실은 속으로 한 말인데 밖으로 나왔네. 이게 일상적이지 않았다면 굉장히 당황하면서 아마 다른 태도를 보이셨을 것 같아요. 그리고 발언하시는 것을 보면 시간이나 규칙이나 이런 건 전혀 상관하지 않고 위원장이 어떤 일을 하시는지, 사실은 우리에게 위원장이란 어떤 일을 하는 거다. 이런 표본을 보여줬는가, 과연. 이런 것들을 질문해야 할 것 같습니다.
◇ 노영희: 사실 우리가 짐승하고 다른 이유가 말을 할 수 있다, 서로 대화가 된다. 이런 얘긴데요. 어제 국감장을 보면 그런 말이 무색해 보인다. 그리고 또 특히 이게 정말로 무의식 중에 나온 실수이냐, 실언이냐. 이런 부분도 있는데요. 프로이드가 이야기했잖아요, 정신분석학 하시는. 버벌 슬립, 언어적 실수, 말실수라는 건 원래 없다. 그러니까 무의식의 산물이다.
◆ 신지영: 그래서 생각하는 게 나온 거죠, 사실은.
◇ 노영희: 그렇게 봐야 하는 거군요.
◆ 신지영: 그렇죠. 생각하지 않은 게 나올 수는 없습니다.
◇ 노영희: 게다가 본인이 얘기한 게, 사실 얘기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흥분 상태였다. 이런 이야기도 했는데요. 어쨌든 이러한 식의 토론을 제대로 우리가 배우지 못했던, 그래서 사실은 현재 정말 국회의원이라고 하는 분들까지도 막말을 아무렇지도 하는 이런 상황, 사실 안타깝게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 한 번 나눠볼게요. 이런 풍경도 진짜 오랜만인데. 광화문, 서초동 집회가 계속 번갈아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혹시 교수님께서는 어느 집회든 참석해보신 적 있으세요?
◆ 신지영: 그러진 않았는데요. 사실은 저는 관찰자 시점에서 이 현상을 한 번 생각해봤습니다. 되게 재밌는 것은 서로 다른 공간에서 다른 시간에서 이게 이뤄지고 있다는 거죠.
◇ 노영희: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 신지영: 그게 집회가 그렇게 이뤄진다는 게 굉장히 많은 것을 상징하는 게 아닌가. 그러니까 한 공간에서 서로 이렇게 뭔가를 이야기해본다든지, 그게 아니라 상징적으로 서로 다른 시간에 다른 공간에, 전혀 접점을 찾을 필요가 없는. 그게 어떤 상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니까 매우 씁쓸했습니다.
◇ 노영희: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이 같은 자리에 같은 시간에 모여서 서로 이야기해보자가 아니라, 너는 떠들어라, 나는 여기서 떠들겠다. 이런 식으로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하고 있다. 이게 사실은 가장 문제다. 그러니까 상대방하고 이야기를 해서 뭔가 풀겠다는 의지가 전혀 없이 그냥 우리는 계속해서 내 말만 하겠다. 이걸로 보시는군요.
◆ 신지영: 그걸 굉장히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노영희: 정말 듣고 보니까 그러네요. 제가 그렇게까지 깊이 있게 생각 못했는데, 역시 공부 잘하시는 교수님 다릅니다. 그런데요. 우리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정치적 의견을 표현한다, 이런 면에서 사실 대통령도 어제 국론 분열 아니고 이것은 민주주의 사회기 때문에 의견 표현이 다른 것은 있을 수 있다. 이런 이야기 하시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사실은 이런 식으로 집회를 반복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고, 또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계속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럼 문제 해결 어떻게 합니까, 우리는?
◆ 신지영: 사실은 우리가 직접 문제 해결을 하지 않기 위해서 대의민주주의를 하는 거거든요. 우리의 목소리를 우리가 뽑은 대표가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할 거다. 그게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이죠. 그런데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통로인 국회가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이런 문제가 생긴 거죠. 사실은 어떻게 보면 국민들을 부추겨가지고,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을 부추겨서 진영논리에 국민들을 빠지게 한 다음에 이렇게 시위를 하게 한 게 아닌가. 이런 생각에서 굉장히 안타깝습니다.
◇ 노영희: 그렇군요. 또 어떤 재미난 의견 주신 분도 있어요. '한국어는 동사가 뒤에 와서 강조되니까 명령처럼 느껴져서 토론이 오히려 상대방 기분을 상하게 해서 막장으로 치닫는 거 아닐까요?' 이런 이야기도 하시네요.
◆ 신지영: 그건 아니고요. 그건 언어구조의 문제는 아니고요. 오히려 언어구조적으로, 언어적인 특징으로 보면 존댓말이 많이 발달돼 있고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좋은 토론을 할 수 있는 어떤 의미에서는 기초가 된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 노영희: 그런 건 있는데 지금 잘못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못 배워서 그런 것 같다. 이런 얘기시죠.
◆ 신지영: 그렇죠. 도구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 이게 문제인 거죠.
◇ 노영희: 그러면요. 요즘은 사실은 종편 생기고 나서 많이 활성화된 게 바로 토론 프로그램이거든요. 패널들 모셔서 얘기 듣는. 그런데 방송마다 이런 식의 토론 코너가 넘치는 게, 물론 제가 알기로는 제작비가 싸게 들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습니다만, 어쨌든 중요한 것은 그런 토론 코너가 많아졌고, 또 그래서 그런 걸 보면서 시청자들이 여러 가지 참여도 많이 하면서 순기능이 많아졌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토론 제대로 못한다. 지금 이게 요점이잖아요. 왜 이런 거예요, 그러면?
◆ 신지영: 사실은 우리가 민주주의를 시작한 게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고요. 사실 토론 프로그램이 생각보다 굉장히 오래 전에 생겼습니다. 처음에 TV 프로그램에서 토론 프로그램이 나온 게 TBC라고 동양방송 있었죠. 1967년이라고 합니다. 그러다가 이제 정치토론 조금 하다가 그 당시에 박정희 정권에서 불편한 이야기를 못하게 하기 위해서 폐지됐고요. 그러다가 다시 이제 토론 프로그램이 KBS에서 만들어진 게 'KBS 심야토론'이라는 거였고요. 그게 1987년에 민주화 이후에 다시 만들어지게 된 거죠. 그리고 90년대 후반에 김대중 대통령이 당시 후보자일 때 대선 토론이 있었고요. 첫 번째 대선 토론이 있었고, 그러면서 99년에 '100분토론'처럼 많은 토론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게 되었고요. 최근에 종편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토론 프로그램들은 사실은 토론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참 좋은데, 굉장히 토의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은 없어요. 자기의 입장을 계속해서 그냥 전달하는 그런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다음에 그것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토론의 수준이 높으면, 토론이라는 게 원래 자기의 주장을 서로 다른 주장을 갖다가 계속 펼치는 것도 토론이거든요. 토론은 크게 넓은 의미의 토론이 있고 좁은 의미의 토론이 있습니다. 넓은 의미의 토론은 토의와 토론을 다 합해서 우리가 넓은 의미의 토론이다, 이렇게 이야기하고요. 좁은 의미의 토론은 토론이라고 해서 디베이트라고 해서 논쟁하는, 그걸 좁은 의미에서 토론이라고 하는데요. 그 토론, 서로 다른 입장을 아주 극대화시켜가지고 충돌해서 자기의 어떤 의견을 설득하는 것, 이게 좁은 의미의 토론이거든요. 그걸 하는 가장 많은 이유는 사실 중요한 것은 토론을 하는 입장을 보는 사람들이거든요. 그 토론을 통해서 어떤 사람이 논리적으로 우수한지, 어떤 의견을 내가 따라야 하는지, 이런 훈련을 받았던 경험이 사실은 우리에게는 별로 없다는 거죠. 사실 토론 교육이 우리 교육에 처음으로 들어가기 시작한 게 2007년부터예요. 그러니까 토론을 가르쳐주는 그 당시에 선생님이었던 분들도 사실은 토론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분들이었고요. 그다음에 2007년 이전에 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은 토론이라는 것을 배워본 적이 없는 거죠.
◇ 노영희: 사실 그런 것 같아요. 저도 토론에 대해서 제대로 배워본 적은 없는데. 아까 토론의 규칙을 말씀해주셨는데 결국 요즘에 강조되고 있는 게 숙의민주주의라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서로 얘기하면서 어떤 주제에 대해서 심도 깊게 논의해보자는 거였고, 그로 인해서 도출된 결론에 따라서 뭔가 해보자는 건데.
◆ 신지영: 그게 토의죠.
◇ 노영희: 그렇죠. 그런 식의 그러면 이상적인 토론을 하기 위해서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하는 게 맞습니까?
◆ 신지영: 일단 좋은 예들을 많이 봐야 하는데. 좋은 예들을 봐야 하고 경험을 통해서 계속 해야 합니다. 한 번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해보는 거고요. 그다음에 그 토의를 통해서 자신의 생각의 지평이 넓어지고, 그다음에 좋은 결론에 도달하는 것, 이런 경험들을 해보는 것. 이게 굉장히 중요한 거죠. 그런데 대부분 우리나라 사람들이 토론이나 토의나 이런 토론 문화가 익숙하지 않다 보니까 자기 주장만 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자기의 어떤 생각을 바꾸는 것은 마치 지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 이게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 노영희: 토론이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자기가 어떤 주제나 논쟁거리에 대해서 자기 생각이 일단 있어야 하고, 그 생각을 남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상대방 이야기를 들어본 다음에, 어떠한 것이 더 적절한지, 이런 것들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보는데.
◆ 신지영: 그렇죠. 자기의 생각이 어떤 근거에서 나왔는지 논거를 댈 수 있어야 하고요. 이런 것들을 통해서 내가 생각하지 못한 질문을 받고 내가 생각하지 못한 어떤 이야기를 듣고 내 생각을 바꿔가는 과정. 이것을 해서 내 생각이 훨씬 더 넓어지고 성숙해졌다. 성장했다. 이런 경험을 한다면 이게 굉장히 토론의 좋은 경험일 거고, 그렇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사실은 우리가 굉장히 수직적인 문화, 권위주의적인 문화 속에서 발언권이 누구에게 있는가. 그리고 듣는 것은 누구만 해야 하는가. 과연 내 발언이 수직구조에서 아래 있는 경우에 내가 발언하는 것이 안전한가. 이런 것들이 이제 안전하다고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거나, 그다음에 궁금한 것이 있으면 도전해보고 질문해보는 것, 이런 것들이 부족한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 노영희: 좀 전에 말씀하신 것 중에서 해답도 있을 것 같아요. 상대방의 말을 우리가 수긍하면 진다고 느끼는 이것이 사실은 토론을 방해하는 요소인 것 같은데요. 그러면 상상을 한 번 해볼까요. 광화문에 모인 시민 여러분, 그리고 서초동에 모인 시민 여러분이 각각 따로따로 집회를 지금 했지만 함께 모여서 만약에 대표로 나서서 토론한다.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 신지영: 지금은 안 될 것 같습니다. 아직 그런 문화가 없으니까 서로, 사실 그게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상징적으로 아직 그게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데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시작해보는 거죠. 시작해보고 그다음에 계속 유지해보는 것, 계속 시도해보는 것. 이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노영희: 그러다가 싸움만 하는 거 아니에요?
◆ 신지영: 그렇지만 어느 순간 달라질 거죠. 국회도 굉장히 저는 옛날에 비해선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고성이나 막말이나 이런 것들이 오가긴 하지만. 그래서 저는 그걸 호통개그, 이렇게 생각을 하거든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 사실은 그게 정서에 기대는 것이고, 제일 중요한 것은 뭐냐면 사실은 논리에 기대는 거거든요. 이성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사람들이 감정에 너무 치우치다 보니까 그래서 아마 막말이나 그런 것들을 하는 거죠.
◇ 노영희: 이성을 생각하고 감정을 자제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귀기울여 들어보는 그런 자세를 먼저 배워야겠다. 감사합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 신지영: 감사합니다.
◇ 노영희: 지금까지 신지영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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