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도 배상 적극 협조키로
키코는 민사소송 소멸시효 지나
은행 거부땐 해법 찾기 어려워
금융감독원이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파생결합상품(DLS·DLF) 관련 조사와 분쟁조정위원회 절차는 신속하게 처리하면서 수개월째 연기된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분조위는 일정조차 잡지 못하면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배상 당사자인 은행들이 국회와 시민단체·투자자 등의 압박에 시달리는 DLF 분조위는 적극 협조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키코는 소멸시효가 지나 배상 시 배임 우려가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과 은행들이 DLF 분조위를 앞세워 키코 문제를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6일 금감원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DLF 분쟁조정을 최대한 빨리 진행하기 위해 은행·증권·자산운용사 등 합동 현장검사 자료 검토와 약 200건 분쟁조정 신청자 면담·법률 검토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감원은 손실이 확정된 DLF 상품부터 순차적으로 분조위를 통해 불완전판매 배상비율을 결정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장검사 결과를 반영해 분쟁조정은 조속히 진행할 예정"이라며 "판매사례별로 불완전판매 수준이 다른 만큼 배상비율은 다양하게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와 DLF 투자자들은 불완전판매 분쟁조정을 넘어 사기죄로 형사처벌이 필요하다며 은행들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4일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감에서 DLF 사기판매를 주장했고,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사기죄로 드러나면 형사고발하겠다"고 밝혀 처벌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소비자원도 최근 DLF 손실 관련 우리·하나은행장 등을 검찰에 고발하고, 향후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형사 고발키로 했다. 다방면에서 압박이 커지자 해당 은행들은 DLF 분쟁조정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키코 분쟁조정위는 윤 원장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5월 재조사에 착수한 후 분조위 개최를 수차례 미뤘고 아직 구체적인 일정도 잡지 못하면서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키코 분쟁조정 준비와 법률검토가 끝난 상황에서 은행들이 분쟁조정 배상비율을 받아들이지 않아 분조위를 개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기업들이 대거 가입한 시기가 지난 2008년으로 이미 민법상 손해배상 소멸시효(10년)를 넘겨 은행이 '배상할 수 없다'며 버티면서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키코의 경우 민사소송 소멸시효가 지난 만큼 분조위 배상비율 결정 후 은행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키코보다 DLF 분조위를 먼저 개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키코 재조사는 윤 원장의 소신에 따라 재개된 만큼 분조위 개최가 계속 연기되고 윤 원장의 임기가 끝나면 사실상 해법을 찾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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