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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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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근·현대사의 산증인, 카페 바타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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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자카르타 코타 지역의 파타힐라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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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아시아-39] 전 세계 어디에서나 구시가지는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대부분 도시가 처음 형성됐던 지역으로 몇 백 년을 훌쩍 넘긴 유서 깊은 건물들이 이방인들을 맞이한다. 그리고 시간이 멈춘 듯한 거리는 화려했던 과거의 영광을 간직하고 있다. 비록 도시의 발전과 팽창 속에 신시가지에 주인공의 자리는 넘겨 줬지만, 구시가지에서는 여전히 세월의 자취를 느낄 수 있다.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도 그런 동네가 있다. 바로 자카르타 북쪽의 구시가지 코타 지역이다. 인도네시아 근·현대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는 네델란드 식민 지배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장소이다. 그리고 굴곡의 세월을 오롯이 지켜봐 온 '카페 바타비아(CAFE BATAVIA)'를 만날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코타 기차역 혹은 코타 트랜스자카르타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면 코타 지역이 눈 앞에 펼쳐진다. 카페 바타비아는 코타 지역 중심부의 파타힐라 광장 북쪽에 위치해 있다.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역사적 명소 중 하나인 카페 바타비아를 소개하는 데는 350년 이상 지속된 네델란드 식민 통치 기간의 자카르타에 대한 언급을 빼놓을 수 없다.

인도네시아 자바섬 북서쪽의 항구 도시 자카르타는 '순다 클라파(Sunda Kelapa)' -> '자야카르타(Jayakarta)' -> '바타비아(Batavia)' -> '자카르타(Jakarta)' 등으로 명칭 변화를 겪어 왔다. 자카르타가 아직 순다 클라파라고 불리는 작은 항구였던 16세기 초반 당시 술탄(왕)은 포르투갈 세력을 몰아내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이후 네델란드 동인도 회사가 설립되고 총칼을 앞세운 네델란드의 인도네시아에 대한 통치가 본격화되면서 코타 지역은 역사의 한 켠을 장식하게 된다. 파타힐라 광장은 지금은 자카르타 역사박물관으로 탈바꿈한 옛 바타비아(네델란드 통치 시절의 자카르타 명칭) 시청 건물과 마주하고 있다. 광장과 이 건물에서는 식민 통치가 논의되고 주요 법령이 선포된 한편, 네델란드에 맞선 인도네시아인들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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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인 분위기기 눈길을 끄는 카페 바타비아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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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바타비아는 역사 박물관 맞은 편에 자리잡고 있다. 네델란드 총독의 관저로 사용됐던 옛 건물을 복원해 이른 아침부터 자정 무렵까지 손님을 맞이한다. 고풍스러운 느낌의 바닥과 잔잔한 음악은 카페의 연륜을 짐작하게 한다. 벽을 가득 메운 액자와 유럽의 카페를 옮겨 온 듯한 느낌의 창문 및 인테리어도 색다른 감흥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이와 함께 수카르노 인도네시아 초대 대통령,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등 카페를 다녀간 명사들의 사진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소변을 보면 거울에서 물이 흘러 내려오는 남자 화장실 앞면의 전신 거울은 초보 방문객들을 놀라게 한다.

해질 무렵이 되면 흡연석이 마련된 1층에서는 라이브 재즈 공연이 펼쳐진다. 비흡연자들을 위한 공간인 2층에서는 파타힐라 광장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인도네시아 역사와 호흡해 온 묵직한 스토리와 쾌적한 실내 환경 덕분일까. 현지는 물론 동·서양을 아우르는 먹거리와 마실 거리 역시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양적, 질적으로 만족감을 제공한다. 외국인 여행객들, 특히 서양인들의 필수 코스인 카페 바타비아는 미국 뉴스위크지가 선정한 세계 100대 카페에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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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바타비아 주변의 가족 단위 나들이 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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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타 지역은 역사적 의의 못지 않은 구시가지의 독특한 매력도 선물한다. 다양한 길거리 음식이 선보이고 각양각색의 공연이 펼쳐지면서 친구 및 연인, 가족 단위 인파로 항상 붐빈다. 곳곳에 남아 있는 유럽풍 건물에서 풍기는 낭만적이면서도 이국적인 분위기는 결혼 사진에 목마른 예비 신혼부부들의 발길도 사로 잡는다. 인도네시아의 과거와 현재가 만나 숨쉬는 코타 지역을 방문하면 카페 바타비아에서 향수에 젖어보는 건 어떨까.

[방정환 아세안비즈니스센터 이사/'왜 세계는 인도네시아에 주목하는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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