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참모본부, 지난 6월 관련 지침 하달
-2일 멧돼지 폐사체서 바이러스 검출돼
사진은 지난 2일 경기도 연천군 내 비무장지대(DMZ)에서 발견된 멧돼지 폐사체.[연합] |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군 당국이 북한지역에서 비무장지대(DMZ) 철책을 넘어오는 야생멧돼지는 발견 즉시 사살하라는 지침을 최전방부대에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갑작스런 총성으로 인해 북한 측과 우발적인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멧돼지 사살 지침’을 북측에도 핫라인을 통해 통보했다.
국방부는 4일 “DMZ에서 폐사체로 발견된 야생멧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검출됨에 따라 DMZ 철책을 통과하려는 멧돼지는 발견 즉시 사살하라는 지침을 최전방 GOP(일반전초) 부대에 하달했다”며 “이 지침은 군이 지난 6월 하달한 ‘야생맷돼지 식별 시 대응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 군의 총성으로 자칫 북측과 우발적인 충돌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북측에도 우리 군의 멧돼지 사살 지침을 알려줬다”면서 “군 통신망을 통해 최근 북측에 관련 사실을 알렸다”고 말했다.
최전방 GOP 부대 인근 DMZ에는 야생멧돼지 개체 수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최전방 부대에서는 멧돼지를 잡아 식용으로 사용한 적도 없지 않았으나, 멧돼지를 잡는 과정에서 갖가지 안전사고가 발생해 90년대 들어 군의 멧돼지 사살이 금지됐다.
군이 이번에 ’멧돼지 사살‘이라는 극단적 지침을 내린 것은 경기 연천군 DMZ에서 발견된 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기 때문이다. 멧돼지 폐사체는 지난 2일 DMZ 남방한계선에서 군사분계선 쪽으로 약 1.4㎞ 지점에서 발견됐다. 폐사체 혈액을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정밀 진단한 결과 3일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야생멧돼지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DMZ 철책은 멧돼지가 넘어올 수 없는 구조로 설치됐으나, 혹시라도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성격이 짙어 보인다. 최근 태풍과 장마 등으로 유실되거나 산사태 등으로 파손된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국회 국방위 소속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전날 국방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9월까지 9개 사단 13개소에서 GOP 철책이 파손됐고, 현재 보강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5개소에 달한다. 북한이 ASF 발생 사실을 국제기구에 보고했던 지난 5월 이후 파손된 사례는 7건에 달한다. 3중망 이상으로 겹겹이 설치된 GOP 철책의 특성상 파손됐다 하더라도 멧돼지가 넘어오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나, 경각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차원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2일 국방부에서 열린 국방위 국정감사 때 “태풍으로 일부 철조망이 무너진 부분이 있겠지만, 북한에서 멧돼지가 내려오는 것을 허용하는 수준은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최근에는 GOP 일대에 과학화 경계 및 감시 장비가 설치됨에 따라 멧돼지의 침범 여부를 GOP 부대 내에서 CCTV로 실시간 확인 가능하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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