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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정비사가 항공기 엔진 정비를 하고 있는 모습. 제공|대한항공 뉴스룸 |
[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대한항공이 6년만에 처음으로 경력 정비사를 모집해 눈길을 끌고 있다. 대한항공이 경력직 정비사를 뽑은 사례는 지난 2014년 헬기정비사·시간선택제 경력 기술직 모집 이래 처음이다. 무엇보다 6개월 후 심사를 통과하면 정규직 전환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대한항공이 6년만에 처음으로 경력 정비사를 모집한 이유는 숙련된 정비 인력을 더욱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다. 또한 최근 아시아나항공 뿐 아니라 대한항공에서도 대리 이상 경력 정비사들이 대거 이탈한 점도 공개 채용 방식으로 경력 정비사를 모집하게 된 또다른 계기가 됐다.
특히 대한항공은 올해부터 차세대 항공기를 순차적으로 대거 도입할 계획인 만큼 정비 인력 확보는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가 됐다. 대한항공에서 이탈한 과반수 이상의 경력 정비사들은 고액의 연봉 혹은 직급 상향 등을 약속받고 저비용항공사(LCC)로 이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두고 일부에서는 숙련된 정비인력 빼가기가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에서도 올해부터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7월부터 경력 정비사 모집…두자릿수 인원 선발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7월 1일을 시작으로 17일까지 경력직 항공정비사에 대한 서류접수를 진행한 후, 지난달 26~27일 2차 면접 합격자를 발표했다. 선발된 인력은 건강검진을 받은 이후 최종 합격 통보를 받게 되는데 현재 2차 면접까지는 심사가 마무리된 상태다. 지원자격은 민항기 정비 경력 3년 이상 항공정비사 자격증 소지자로, 특정 비행기 기종 자격을 취득했거나 토익, 토스 등 영어 성적이 우수한 인력을 우대한다. 선발된 인력은 6개월 계약직으로 근무한 이후 심사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2차 최종 면접까지 선발된 인력 규모는 약 20명 내외로 2차 최종 면접까지 선발된 인원은 현장에 바로 투입이 가능한 3년 이상의 확인 정비사가 대다수다. 확인정비사란 특정 항공기에 대한 최종 정비자격을 갖춘 정비사로 지상에서 행해진 모든 작업에 대해 확인하고 책임을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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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경력직 항공정비사 모집 채용 글 캡처. |
같은 대형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이직이 잦은 회사로 잘 알려져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 비슷하게 자체적으로 정비사 인력을 양성할 인프라가 갖춰져있지만 경영위기로 인력난에 시달렸다. 아시아나항공은 비상경영을 선포한 2015년 말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해왔고, 해당 기간에 정비직의 이탈도 심했다. 아시아나항공은 2017년을 제외하고는 최근 5년간 항공정비직 경력직을 매년 채용해왔으며, 지난해부터는 경력직에 대해 수시 채용으로 전환했다.
반면 대한항공은 재무구조 부분에 있어서는 큰 어려움이 없는데다, 자체 인력 양성 시스템을 통해 충분히 정비 인력을 확보해 이직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대한항공은 채용에서부터 교육, 양성까지 ‘기업은 곧 사람’이라는 조양호 회장의 인재 중시 경영관을 이어나가며 업계에서 자체 인력 양성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 회사로 정평이 나있다. 특히 정비 시스템은 체계화된 운영방식으로 글로벌 업체들과 견줘도 뒤떨어지지 않고 우수한 수준인 것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현재 대한항공의 정비사 수는 1대당 16.7명으로 국토부 권고 기준인 1대당 12명을 충족하고 있다.
◇숙련 고급 정비사 이탈 ‘심각’…진급 적체 불만 많아
하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기존 숙련된 정비 인력들의 이직이 잦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중급, 고급 정비 인력의 이탈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이직하는 주된 원인은 진급 적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LCC 정비사 K씨는 “대한항공에 40~50대 대리급 정비사가 많은 편인데, 비슷한 나이대 인력이 LCC에서는 과장 이상의 직급인 경우가 많다. 대한항공은 진급이 매우 어렵고 경쟁도 치열해 만년 대리 직함을 달고 있는 고연령대 인력이 많다. 그렇기에 만약 LCC에서 해당 연령대 대한항공 정비 인력들에게 부장 직급을 약속해준다면 이직을 선택하는 것이 훨씬 낫다. 아버지가 된 세대가 대리라는 직급을 달 바에는 비슷한 연봉 수준이더라도 부장 직급으로 올라가는 게 훨씬 낫기 때문이다. 물론 연봉도 높여서 많이들 이직한다. 우리 회사에도 대한항공 출신 인력이 대거 포진돼있다”고 말했다.
K씨는 이어 “이번에 대한항공이 1, 2차 면접에서 3일 중 하루를 택해 해당 날짜에 면접을 볼 수 있도록 했는데 3일씩이나 충분한 기간을 주고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혀준 것이 면접자에 대한 배려도 있지만, 그만큼 인력확보가 다급해서 이뤄진 시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 정비사 경력직 공채에 지원했다가 기존 회사에서 불이익을 당한 사례도 제보됐다. B사 LCC 정비사 C씨는 “제가 중간에 면접을 본 걸 어떻게 알았는지 나중에 회사로 왔을 때 현장 업무에서 배제시켰다”면서 “합격을 하면 다행이지만 불합격하면 추후 승진까지도 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 마음놓고 다닐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합격하면 기존 대비 최소 1000만원 이상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신기한 것은 LCC에서 과장, 차장급 지인도 지원을 많이 했는데 그분들은 대부분 탈락했고, 대리 이하 사원들이 합격을 많이 했다. 대한항공에서 진급 적체 현상으로, 연령이 높은 인원이 많아 이를 견제하는 분위기도 이러한 탈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 비슷한 연령대의 정비사가 더 높은 직급으로 올 경우 기존 멤버를 역차별한다는 시선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정비 인력난으로 인한 경력직 채용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다만 채용 채널 다각화를 통해 숙련된 정비인력을 대거 확보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새로운 기종도 들어오고, 사업규모도 커지면서 경력 정비직을 채용하는 것이지 사람이 부족해서 채용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아직 최종 합격까지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뽑으려는 인력은 10명 안팎이다”라며 “또한 사상 처음 경력직을 뽑는 것은 아니고 꾸준히 선발해왔으며 채용 소스를 다각화하기 위해 자체 양성 뿐 아니라 경력 및 인턴으로도 정비인력을 확대해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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