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센터 정보공개청구에 대부분 명단 공개 거부
2년치 회의록 없고 ‘3분 토론’, ‘영상 시청’ 사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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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31개 경찰서 경찰발전위원회(경발위)가 ‘버닝썬 사건’이 불거지기 전까지 단 한 차례도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클럽 버닝썬 투자사 대표가 강남경찰서 경발위 위원으로 활동한 사실이 <한겨레> 보도로 드러나면서 경발위가 클럽과 경찰의 유착 고리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 바 있는데, (▶관련기사: [단독] ‘버닝썬’ 투자사 대표, 강남경찰서 경찰발전위원으로 활동) 경찰은 경발위원의 명단 공개까지 거부하고 있어 ‘깜깜이 운영’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정보공개센터)는 지난 8월 서울 지역 31개 경찰서에 지난 3년간 ‘경찰발전위원회 활동 현황’(위원 명단, 회의 횟수, 회의록, 집행 예산)을 정보공개 청구했다. 하지만 1곳(방배서)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찰서에서 위원 명단을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비공개했다. 특히 서부서는 정보공개센터가 청구한 명단 및 이력, 예산 사용 내역 등 대부분의 자료를 비공개 처분했다. 경발위 위원에는 ‘경찰업무 수행과 이해관계가 있는 자(유흥업소 등의 운영자·종사자 및 관여자)’나 정치적 중립을 위해 ‘정당인이나 정치인’ 등이 참가할 수 없게 돼 있는데, 이번 비공개 결정으로 운영 실태를 확인할 수 없게 됐다.
회의 자체도 부실하게 이뤄졌다. 정보공개센터가 31개 경찰서에서 받은 답변을 보면, 경발위는 3년 동안 평균 약 10.8회 회의를 열었다. 강남서가 2회로 가장 적었으며 도봉서가 25회로 가장 많았다. 경찰청 예규인 ‘경찰발전위원회 운영규칙’(운영규칙)에는 ‘위원회 회의는 정기회의와 임시회의로 구분하고, 정기회의는 2월에 1회 또는 분기별 1회 개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경발위 안에서 어떤 문제가 논의되는지 전혀 기록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보공개센터는 최근 3년간 회의록 공개도 요청했는데, 31개 경찰서에서 모두 2017~2018년 회의록은 없다고 답변했다. 특히 강남서의 경우 2017~2018년 회의록은 물론 회의 횟수, 회의 일시, 장소, 참석자 등 어떠한 기록조차 남기지 않았고, 올해 4월부터 회의 주제와 참석자 숫자 정도만 확인 가능했다. 그마저도 신규위원 위촉(4월), 치안활동 소개(6월) 활동을 했다고만 적혀있고 회의록은 없는 상태다.
경발위의 취지와 목적에 맞는 회의가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다. 올해 회의록을 공개한 20개 경찰서의 사례를 보면, ‘장진호 전투의 경찰 영웅들 영상 시청’(강동서) ‘경찰청 제복 입은 시민 동영상 시청’(관악서) 등 경찰청 운영규칙에 규정된 ‘공정하고 합리적인 치안정책 수립과 경찰행정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활동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활동들이 이뤄졌다. 심지어 지난 6월 동작서 경발위 자료에는 오후 6시56분부터 3분간 자유토론이 진행됐다고 적혀있다. 부실한 회의 운영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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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센터는 정보공개 청구를 모두 거부한 서부서를 상대로 행정소송도 진행 중이다. 조민지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은 “경발위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경찰업무와 관련해 지역사회의 요구와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라며 “위원회 구성의 적절성과 활동의 필요성에 대해 지역주민은 물론 시민들과 공개적인 논의가 가능하도록 경발위 명단, 회의록, 예산 등 가장 기본적인 정보들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밝혔다. 조 국장은 이어 “시민들은 자기 지역의 경발위에 어떤 사람들이 들어와 어떤 식으로 경찰행정에 도움을 주는지 충분히 알아야 하는데 경찰이 경발위를 사실상 ‘깜깜이’로 운영하고 있다”며 “우선 대부분의 자료를 비공개한 서부서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해 법적인 판단을 받아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경발위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청은 지난달 23일 열린 경찰위원회에서 경발위 위원에 대한 임기 제한 규정을 도입하고, 위원을 누리집 공지를 통해 공개 모집하며, 현황 및 회의 결과도 공개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경찰발전위원회운영규칙 전부개정규칙안’을 심의·의결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번 버닝썬 사태 이후 불거진 유착 의혹과 관련해 최근 개선책을 내놨다. 위원 명단 공개에 대해선 개인정보 문제로 실명 공개는 어렵지만 직업군·나이·성별 등을 통계로 공개할 예정”이라며 “회의록 공개를 의무화하는 등 경발위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의지를 갖고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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