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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상륙

미등록 농가서 아프리카돼지열병…방역망 허점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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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차 발생농장, ASF 사태 직전까지 잔반 급여

지자체 현황 파악, 예찰조사 누락…관리 허술 지적

축산차량 이동 등 역학관계 조사 차질 불가피해

이데일리

2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의 한 돼지농장에 출입 통제선이 설치돼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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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한동안 잠잠하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두건이나 새로 발생했다. 추가 의심신고까지 포함해 모두 경기도 파주 지역에서 3건의 확진·신고가 나왔다. 이중 ASF가 발생한 한곳은 지자체에 등록하지 않은 불법축사인데다 정부가 금지한 남은 음식물(잔반) 급여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허술한 돼지농장 관리 지적과 함께 역학관계 파악도 힘들어 방역망이 뚫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파주서만 하루 2건 확진…확산 우려 재발

농림축산식품부는 경기 북부 중점관리지역에 위치한 파주시 파평면 소재 돼지농장과 적성면에 위치한 돼지농장을 모두 ASF 양성으로 확진했다고 2일 밝혔다.

국내 ASF 발생은 총 11건이 됐다. 지난달 27일 강화군에서 9차 확진 이후 5일만에 확진이다. 경기 지역의 경우 지난달 24일 파주시 이후 추가 발생이 없었다. 여기에 파주시 문산읍에서 추가 의심 신고를 접수하면서 파주 지역 중심으로 다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파평면 농장(10차 농장)은 모돈 1마리 폐사와 4마리 식욕 부진을 확인해 의심 신고를 했다. 이곳은 2400여마리의 돼지를 사육하고 있다. 반경 500m 내에는 3개 농가에서 2180여마리, 500m~3km 사이는 6개 농장이 9943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이번 확진 판정에 따라 예방적 살처분을 실시할 예정이다.

적성면 농장(11차 농장)의 산 속에 비닐하우스를 차려놓고 내부에서 돼지를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가 해당 정보를 확인해 파주시에 알렸고 예찰 과정에서 채혈한 결과 ASF를 확진했다. 이곳은 최근까지 남은 음식물(잔반)을 급여하고 있었다. 정부는 ASF 유입을 막기 위한 조치로 7월부터 잔반을 직접 돼지에게 주는 것을 금지한 바 있다. 잔반을 통한 ASF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국내 ASF가 발생한 후 지난달 17일부터는 업체를 통한 잔반 급여도 막았다. 하지만 11차 농장주는 9월 17일 이전까지 잔반을 직접 급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농장의 사육돼지가 18마리인 점을 감안할 때 사육 규모는 약 20㎡ 정도로 추정했다. 허가 기준(50㎡)은 아니어서 지자체에 등록하면 되지만 이곳은 등록 자체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ASF 발생으로 전국 돼지농장에 대한 집중 소독 등 방역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20마리 가까운 돼지를 키우는 곳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이곳뿐만 아니라 다른 미등록 소규모 농가들도 최근 진행한 예찰 조사 등에서 빠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농식품부는 추측했다.

오순민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장은 “(11차 농장이) 밖에서 봤을 때 축산농장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고 무허가, 미등록 상태다보니 역학조사나 지자체 농장 현황조사에서 누락했던 것 같다”며 “앞으로 방역 목적에서라도 (소규모 농가 파악을 위한) 전체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 농장주 진술에만 의존해야…조사에 한계

11차 농장이 미등록 상태다보니 역학조사가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정부는 국가동물방역시스템 카이스(KAHIS)를 통해 축산 농가와 위성항법시스템(GPS)을 부착한 차량 등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11차 농장은 카이스에 등록하지 않았기 때문에 차량 이동 여부를 조사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돼지고기의 출하 여부를 알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등록 농장이 아니어서 어느 도축장을 이용하고 어떻게 판매됐는지를 특정할 수 없어서다. 축산물 이력제를 시행하고 있어 시중에 판매했다면 기록이 남겠지만 근처 식당 등에 제한적으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판매했다면 파악이 어렵다.

결국 차량의 이동이나 돼지고기 출하 여부 등 대부분 역학조사를 농장주의 진술에 의존해야 하는 형편에 놓이게 됐다. 발생농장의 역학관계를 빨리 파악해 관련 축산시설에 대해 집중 방역조치를 해야 하지만 시간과의 싸움에서 밀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당농장이 키우고 있던 돼지는 일반 사육돼지나 야생멧돼지와는 다른 품종인 흑돼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돼지 품종마다 ASF 바이러스 감염 정도나 발현이 다르기 때문에 조속한 조사도 필요할 전망이다.

오 국장은 “농장주 진술과 (차량 이동) 기록을 더해 역학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발생농장의 (법 또는 방역 조치) 위반 등에 대해서도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농가 위치도.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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