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성에서 두달 기다리다가 돌아가"
남북관계 경색으로 돌아선 결정적 계기
"美, 대북제재 구실로 남북관계 발목" 비판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 5월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비핵화·남북관계 워킹그룹 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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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한미워킹그룹이 남북관계 개선을 가로막고 있으며, 남북관계-북미관계 선순환이라는 현 정부의 외교전략 실현을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미워킹그룹은 한미가 북한의 비핵화 노력과 제재 이행, 유엔 제재를 준수하는 남북 간 협력에 대한 긴밀한 조율을 위해 지난해 10월 설치한 협의체다.
2일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남한은 올초 북한에 타미플루 지원을 결정했고 북한도 이를 받으려고 개성에서 일주일을 기다렸으나, 한미워킹그룹과 유엔사가 타미플루를 싣는 차량에 대북제재를 걸고 넘어지면서 무산됐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제재 면제를 기다리면서) 북한은 2개월을 개성에서 기다리다 결국 (빈 손으로) 돌아갔고, 그때부터 남북관계가 결정적으로 깨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또한 오는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리는 남북 간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경기와 관련한 남북 간 협의가 지지부진한 것도 한미워킹그룹 때문이라고 했다. 북한으로 선수 지원 물자가 들어가고 교통수단이 이용되는데, 여기서도 대북 제재 여부를 미측에서 따지고 든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지난 2월 남북 민간교류인 금강산 해맞이 행사에 국내 취재진의 노트북, 카메라 지참이 금지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당시 취재진은 대북 제재 면제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본적인 취재 도구조차 지참하지 못했다.
박 의원은 "애초에 타미플루를 제공하려면 차량을 이용해야 하는 것이고, 남북 해맞이 행사를 취재하는 장비가 제재의 대상이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평양에 남북이 월드컵 예선전을 치르는데 한국에 워킹그룹 심사를 받으라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며 "이러한 인도적 사안에 대해서도 제재를 받는 한국은 도대체 주권국가가 맞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한미워킹그룹은 기존 대북 제재 절차를 더욱 신속히해준다고 본다"면서 "초반에는 그런 과정에서 시간이 걸리는 부분이 있었지만 지금은 상당히 신속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이 자리에서 "한미워킹그룹 운영을 통해 남북관계를 돕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한미워킹그룹이 가지는 한미관계의 효용성은 있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본래 목적에 합당해야 한다. 관세청처럼 마치 세관 검사하듯이 하나하나 따지고 드는 것은 근본 정신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주권국가의 문제이기도 하다"면서 "이 점에 관해서는 분명히 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미워킹그룹의 부작용에 관한 비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문정인 청와대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지난 10일 2019민족화해 국제심포지엄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그동안 한미동맹을 살리려고 남북관계를 죽여왔다"며 "한미가 워킹그룹을 통해 모든 걸 세세하게 논의하다 남북 관계가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국회에서 열린 한 특강에서 "지금 남북관계에 문제가 생겼고 통일부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면서 "이는 한미워킹그룹이 만들어지면서 생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통일부 장관이 대통령과 함께 회의를 하며 논의·결정해야할 남북관계 사항을, 한미워킹그룹이 끼어들어 진행할 수 있다없다를 결정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은 반드시 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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