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손실률 52%, 설계판매 수수료 5%…"최소 5건중 1건 불완전판매"
금감원, 우리·하나은행 추가검사…"엄정 제재조치" 경영진 정조준
(서울=연합뉴스) 정하종 기자 = 지난 9월 27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DLSㆍDLF 피해자 집단 민원신청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은행들이 대규모 투자손실 사태를 부른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를 판매하면서 내부 반대를 묵살하고 상품 심의기록을 조작한 정황이 파악됐다.
상품 제작과 판매·사후관리까지 총체적 부실이 드러난 DLF의 예상 손실률은 현재 52%다. 금리가 더 내리면 손실률은 더 오른다. 금융회사들은 손실 위험을 전가·회피하면서 총 5%에 가까운 수수료를 챙겼다.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DLF 관련 합동검사 결과를 1일 중간 발표했다. 이번 검사는 주요 판매창구인 우리·하나은행을 비롯해 DLF에 편입될 파생결합증권(DLS)을 발행한 3개 증권사, DLF를 운용한 2개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한 달 넘게 이뤄졌다.
문제가 된 DLS는 기초자산(독일 국채 금리, 영국·미국 CMS 금리)이 만기까지 기준치(배리어) 이상을 유지하면 연 3.5∼4.0%의 고정 수익을 얻지만, 기준치 아래로 내려가면 손실 규모가 원금 전액에 가까워진다.
글로벌 저금리 현상으로 DLF는 줄줄이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 현재 수준이 만기까지 유지될 경우 예상 손실률은 약 52%다.
[그래픽]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투자자 현황 |
금감원은 DLF 제작·판매에 여러 금융회사가 관여했지만, 은행이 중심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만기·배리어·손실배수·수익률 등을 은행이 정해 증권사에 이런 조건에 맞는 DLS 발행을 요청하고, 해당 DLS를 펀드(DLF)에 편입해 운용할 자산운용사도 은행이 골랐다.
은행은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DLF를 판매할 때 내부 상품(선정)위원회의 심의·승인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우리은행은 2017년 5월부터 올해 6월까지 설정한 DLF 380건 중 2건만 상품선정위원회를 거쳤다. 하나은행도 2016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설정한 DLF 753건 중 상품위원회에 부의된 사례는 6건에 불과했다. 심의율이 1%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특히 우리은행은 지난 3월 일부 위원이 평가표 작성을 거부하자 '찬성' 의견으로 적어넣는가 하면, 구두로 반대 의견을 표명한 위원을 상품 담당자와 친분이 있는 직원으로 교체해 '찬성' 의견을 받았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금감원 김동성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은행 내에서 판매자로서 투자자 위험을 누가 경고했느냐가 초점이었다"며 "(경고가 거의 없었다는) 이런 부분은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위원장이 부서장급, 하나은행은 임원급이다.
자산운용사는 과거 금리 추이를 토대로 DLF 수익률을 모의실험(백테스트)한 결과를 은행에 제시했다. 최근 같은 '마이너스 금리'가 과거에는 없었던 만큼, 모의실험 결과는 당연히 '손실확률 제로'였다. 은행은 아무런 검증 없이 이런 결과를 투자자에게 제시했다.
은행은 본점 차원에서 손실 가능성이나 금리 변동성 등 DLF의 위험성을 축소하면서 '짧은 만기, 높은 수익률' 위주의 내용이 담긴 교육·마케팅 자료를 직원들에게 제공했고, 일선 창구에서 이를 토대로 DLF가 판매됐다.
울분 토해내는 피해자 |
김동성 부원장보는 "'투자자 선택권'은 투자자가 상당한 정보를 갖고 자기 책임하에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만한 능력이 없는 투자자에게 불완전한 정보를 제공하고 선택을 강요 내지 유인했다는 게 우리의 잠정적 결론이다. 다는 아니지만 일부에서 확인됐다"며 "그래서 불공정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채권금리 하락으로 DLF 손실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상품 판매를 중단하지 않았다. 오히려 배리어를 -0.20%에서 -0.32%로, 손실배수를 200배에서 300배로 각각 바꾸고 만기를 2개월 줄여 판매를 독려했다. 기존 고객에게도 손실 가능성을 통보하지 않거나, 높은 환매수수료(7%)를 강조해 환매를 차단하려 애썼다.
은행은 이렇게 해서 1.00%의 판매 수수료를, 자산운용사는 0.11%의 운용 수수료를 챙겼다. DLS 발행에 따른 위험을 증권사는 상품을 기획한 외국계 투자은행(IB)에 헤지, 외국계 IB는 이를 다시 선물시장에서 헤지해 각각 위험을 회피했다. 그러면서 외국계 IB가 3.43%, 증권사가 0.39%의 수수료를 각각 챙겼다.
DLF 설계·판매·관리로 금융회사들이 총 4.93%의 수수료 수입을 올린 것이다. 은행은 만기를 6개월로 짧게 설정해 연 2차례 판매했다. 선취 수수료가 사실상 연 2.00%(1.00%×2)인 셈이다.
금감원 황성윤 금융투자검사국장은 외국계 IB의 수수료에 대해선 "헤지 등 여러가지 비용을 봤을 때 이 비용(수수료)이 적절한지는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수수료 규제는 시장 자율 사항"이라고 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에서 DLF 잔존 계좌 3천954개를 전수 점검한 결과 서류상 하자가 발견돼 불완전판매로 볼 수 있는 의심사례가 약 20%라고 밝혔다. 서류상으로는 요건을 갖췄어도 실제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이번 중간검사 결과를 확정 짓기 위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대한 추가 검사에 착수했다. 검사 결과 법규위반 사항은 제재 절차를 거쳐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원장보는 '엄정 조치'가 은행 경영진을 겨냥한 것이냐는 질문에 "경영진에 대해 지금 당장 책임이 있다거나 없다고 말씀드리기는 곤란하다"면서도 "여기서의 책임은 '제재 단계'에서의 법률적 책임"이라고 답했다. 법률적 책임과 별개로 은행장 등 경영진의 도의적 책임은 피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읽힌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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