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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英존슨 '꼼수' 현실화하나…"EU에 브렉시트 연기 배제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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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가능성은 회의적…존슨 측근 "합의냐 연기냐 양자택일 내몰려"

법원, 존슨의 법 위반 가능성 대비 착수…"법 위반시 여왕이 존슨 해임" 경고도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연기를 막으려 일종의 '사보타주'(의도적인 태업)를 강행할 것이라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1일 존슨 총리가 EU에 새롭게 제시할 브렉시트 협상안에 '브렉시트의 추가 연기 배제' 조건을 포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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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당 전당대회장 밖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AFP=연합뉴스]



존슨 총리는 수일 내로 브렉시트 합의의 핵심 쟁점인 '안전장치'(백스톱·backstop) 대안 등 새로운 협상안을 EU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 추가 연장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EU 27개국의 약속이 합의안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개인적인 입장도 EU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존슨 총리의 의도는 EU로부터 '브렉시트 추가 연기 불허' 약속을 받아냄으로써 영국 의회가 수정된 합의안에 동의하던지, 아니면 합의 없이 이달 말 EU를 떠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를 승인하던지 양자택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존슨 총리는 범야권이 노 딜 브렉시트 방지를 위해 만든 유럽연합(탈퇴)법을 무력화할 수 있다.

앞서 영국 하원은 지난달 4일 브렉시트 3개월 추가 연기를 뼈대로 하는 유럽연합(탈퇴)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소위 '벤 액트'(Benn act)로 불리는 이 법은 EU 정상회의 다음 날인 오는 10월 19일까지 정부가 EU와 브렉시트 합의에 도달하거나, '노 딜' 브렉시트에 대한 의회 승인을 얻도록 했다.

만약 둘 다 실패할 경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EU 집행위원회에 브렉시트를 2020년 1월 31일까지 3개월 추가 연기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도록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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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만에 다시 열린 英하원서 발언하는 존슨 총리
(런던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대법원이 보리스 존슨(오른쪽) 총리의 '의회 정회' 결정이 위법이라고 판결함에 따라 정회 보름 만인 25일(현지시간) 다시 문을 연 런던 하원에서 존슨 총리가 발언하고 있다. leekm@yna.co.kr



하지만, 영국 정치권에서는 10월 31일 무조건적인 브렉시트 강행 입장을 고수해온 존슨 총리가 '꼼수'를 써서라도 브렉시트 연기를 요청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 연기를 막으려 '사보타주'(태업)를 고려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새로운 법에 따라 EU에 브렉시트 연기 요청을 하되, 사실은 정부가 브렉시트 연기를 원하지도 않고 연기할 이유도 없다는 식의 속내를 밝힘으로써 EU가 영국의 요청을 거부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라는 게 당시 보도의 골자였다.

만약 EU가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 연기 불허'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브렉시트와 관련한 영국 의회의 셈법은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까닭에 영국 의회 내 브렉시트 반대 의원들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EU 지도자들을 접촉해 존슨 총리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말 것을 설득하는 작업에 나섰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그러나, 브렉시트 연기를 막기 위한 존슨 총리의 '꼼수'가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측근들조차 이제 존슨 총리가 EU와 브렉시트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브렉시트를 연기하는 선택지로 내몰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한 각료는 "총리는 이제 (브렉시트) 합의냐 연기냐 양단 간의 선택을 해야 한다"며 "합의 없이 10월 31일에 (EU를) 떠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각료도 "법은 법"이라며 "(유럽연합(탈퇴)법을 회피할)다양한 가능성을 살펴봤지만, 현실은 빠져나갈 확실한 출구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존슨 총리 측은 '벤 액트'를 회피해 브렉시트 추가 연기 요청을 하지 않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했으나, 법적, 정치적으로 실현 가능한 어떤 묘수도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가운데, 영국 대법원은 존슨 총리가 EU에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요청하지 않는 방식으로 법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법적 다툼에 대한 대비에 나섰으며, 이는 존슨 총리를 압박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더타임스는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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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왼쪽)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EPA=연합뉴스]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 연장을 EU에 요청하지 않아 '벤 액트'를 위반할 경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그를 해임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일간 인디펜던트는 EU 잔류 지지자인 도미닉 그리브 전 법무상을 인용해 이같이 전망했다.

그런데도, 존슨 총리는 이달 말까지 영국과 EU의 결별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영국 각료들은 예상했다.

한 각료는 "중요한 것은 존슨 총리가 매일 최선을 다해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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